[팩트체크]한국당, 국회점거는 정당한 저항권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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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정당 해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00만명을 돌파한 지난 30일 오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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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정당 해산을 촉구하는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서명자가 30일 100만 명을 훌쩍 넘으며 신기록을 갱신중이다.

한국당은 국회 점거 사태에 대해 '정당한 저항권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현행 국회법 165조와 166조는 폭력 행사, 회의장 출입 방해 등을 '국회 회의 방해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국회법 위반을 불법에 대한 저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지난 26일 의원총회에서 "불법에 대한 저항은 당연히 인정되므로 우리는 정당한 저항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오히려 불법을 막을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2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저지해 의회를 지켰다"며 "이는 헌법이 인정한 최후의 저항"이라고 주장했다.

정말 한국당의 국회 점거는 헌법상 저항권에 해당될까?

◆ 국회의장의 사보임은 국회 관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30일 오전 국회 정개특위 회의장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한국당에선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 사보임(사임과 보임)과 의안 전자발의 등을 불법행위로 규정했다. 이런 근거로 한국당의 국회 점거 등 물리력 행사는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법 48조에 1항에 따라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국회의장의 허가를 받을 경우 사보임을 할 수 있다. 이 조항에 근거해 그동안 국회에선 수많은 사보임이 이뤄져왔다.

국회사무처는 지난 28일 입장문에서 "문희상 의장은 작년 7월 취임한 이후 임시회 회기 중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으로부터 총 238건의 위원 개선 요청을 받아 이를 모두 재가해왔다"며 "이번 바른미래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 개선도 이와 같은 관례를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임시회의 여부나 해당 위원의 소신과는 별개로 국회의장의 판단에 따라 '부득이한 사유'를 인정하는 것이 국회 관례였다는 말이다.

관례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보임에도 사실상 기명투표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무기명 투표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국회에서는 김현아 의원의 사보임 논란 이후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2017년 7월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국회 운영위에 보류중이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지난 29일 오전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사보임 문제와 패스트트랙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전자입법도 불법에 해당되지 않는다.

나 원내대표는 26일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국회법과 국회법 해설 내역 종합하면, 의안은 반드시 서류로 접수해야 된다"면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전자결재를 했다"고 말했다.

국회 전자입법 발의 시스템을 통해 법안이 제출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자입법 발의 시스템은 이미 14년 전인 2005년부터 국회에 도입됐다. 국회법에선 구체적인 의안 발의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입장문에서 "국회사무관리규정 제21조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통한 문서 접수를 허용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안편람 서식편' 및 '국회정보시스템 매뉴얼'을 통해 '입안지원시스템'사용 방법을 안내하는 등 사용률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한국당의 헌법상 저항권은 어불성설?


설령 의원 사보임이나 전자입법 등이 불법이더라도 한국당의 국회 점거가 정당한 저항권 행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저항권은 헌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권리는 아니지만,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저항권을 봐야 한다는 것이 헌법학계의 다수설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1997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등 위헌제청' 판례를 통해 저항권을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한 바 있다.

다만, 헌재와 헌법학계에선 모든 투쟁을 정당한 저항권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항권이란 이름으로 반대 정파에 대한 폭력 행위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2014년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사건'에서 저항권의 행사 요건을 판시했다. ①민주적 기본질서에 중대한 침해가 있을 경우 ②이미 유효한 구제수단이 남아 있지 않을 경우 ③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 회복이라는 소극적인 목적에서 저항권을 행사하는 경우 세 가지다.

항권의 개념 및 요건(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한 헌재 결정문 정리)
헌법학자들은 한국당의 국회 점거는 이 요건들에 해당조차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당이 행사할 수 있는 적법한 수단들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한국당의 국회 점거가 정당하다 보기도 어렵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전종익 교수는 "지금 상황은 저항권이라고 볼 수조차 없다"며 "이는 헌법 교과서만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도 "저항권의 주체는 국민"이라며 "국민이 아닌, 일부 정치세력 또는 국회의원들이 행위는 저항권이라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 교수는 "저항권 행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도 해결이 불가능할 때 인정된다"며 "이미 권한쟁의심판이라는 법적절차를 밟고 있으면서 저항권을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패스트트랙 지정이 된다고 본회의에서 법안이 바로 통과되지 않는다.

본회의까지 한국당은 여야4당과 협의할 시간이 남아 있을뿐더러, 국회법 제106조의2에 따라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할 수 있다.

실제로 2016년에 민주당 등 당시 야당 의원들은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고자 192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기도 했다.

종합하자면, 한국당의 국회 점거는 행위 주체가 국민도 아닐뿐더러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했다는 점에서 헌법상 저항권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당의 국회점거가 헌법이 인정한 저항이라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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