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 변호사, 주식거래는 '양심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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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금기'를 넘어 ②]
주식 보유 중인데 회사는 사건 맡아라…처리기준 없어
변호사 '비밀유지 의무'가 유일한 방패
변호사 불공정거래 범죄 가담은 증가 중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거래 관련 논란은 본인을 넘어 남편인 오충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에게도 향했다. 공직자가 아니더라도 법조인으로서 최소한 검열해야 할 이해충돌 문제를 눈감은 채 너무 자유롭게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회, 로펌 등 변호사 조직 어느 곳도 개인의 투자와 소송업무 사이 이해충돌 소지를 제대로 통제할 장치를 두고 있지 않다. 비슷한 전문직군인 회계업계의 내부통제 분위기와 온도차가 크다. 변호사가 접근 가능한 정보의 양과 깊이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법조계는 오히려 '법과 양심'에만 기댄 채 견제 받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대 로펌, 이해충돌은 '알아서' 보고 시스템

국내 대형 로펌 김앤장·광장·화우·세종·율촌·태평양 중 변호사의 주식 거래와 관련해 제한을 둔 곳은 김앤장과 태평양 두 곳 뿐이다. 이마저도 입사할 때 유가증권에 직접 투자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서명하는 수준이고 이후에 별도의 규율은 없다.

세종·율촌 등 다른 대부분 로펌은 사건이 수임됐을 때 '컨플릭트(conflict) 체크' 메일을 전체 변호사에게 돌려 이해충돌 소지가 있을 경우 회신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주식 투자와 관련한 문제를 거르기 위한 차원은 아니다. 이미 수임한 소송과 반대되는 소송을 맡진 않았는지, 해당 소송 관계인에 친인척이 포함돼 있는 지 등 전반적인 이해충돌 상황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컨플릭트 체크에 대한 회신 자체도 의무사항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변호사가 개인적인 투자나 이해관계가 얽힌 부분을 나서서 보고하는 '양심선언'은 드물고 낯설기까지 한 분위기다.

대형 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장기 투자 중인 주식이 있는데, 갑자기 그와 관련한 소송을 회사에서 맡으라고 했을 때 당장 주식을 팔아야 할지 수임을 회피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사내 분위기로는 이것이 공식적인 보고거리가 되는지 조차 애매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에서 변호사의 위법성 있는 주식거래를 거를 수 있는 방편은 기존에 있는 법률과 변호사 자신의 양심뿐이다. 변호사법 제26조의 '비밀유지 의무'에 따라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하거나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가장 기초적이고 포괄적인 변호사의 직업윤리에만 기대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는 다른 범법자들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 이용이나 불공정거래 등에 따라 적발될 경우 처벌될 수 있다.

비슷한 전문직군인 회계사들은 감사업무를 맡은 회사와 관련해서는 투자는 물론 일체의 자문이나 지원·중개 등을 중복해서 하지 못하도록 공인회계사법에서 정하고 있다. 회계사가 다루는 정보가 변호사의 소송이나 자문 등에 비해 기업의 실적과 직결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규제 수준의 차이는 매우 큰 상황이다.

또한 금융투자회사에서 투자 실무가 아닌 일반 소송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들도 해당 회사의 내부통제 규율에 따라 지정 계좌로만 주식 거래를 하고 분·반기 등 주기적으로 거래 실적을 보고하는 것을 고려하면, 일반 로펌의 내부 통제는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른미래, '이미선 주식거래 의혹' 금융위 조사 요청(사진=연합뉴스)

 

◇변호사 주식 불공정거래는 늘어나는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몇 년 새 불공정거래로 적발되는 변호사 수는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법률시장이 어려워지다보니 불공정거래에 가담해 적발된 변호사 수가 최근 늘어나는 추세"라며 "다만 적발된 변호사들은 일반적인 변호사 업무에 종사하면서 투자를 하기 보다는 개인 사업을 하다가 문제가 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4분기 중 미공개 중요정보에 접근 가능한 로펌·회계법인·증권사 등 전문가 집단의 불공정거래 실태를 집중 조사·처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에서는 변호사들이 2년에 한번 18시간씩 받아야 하는 의무 연수 중 2시간가량 윤리교육을 실시하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고 있진 않은 상황이다.

법학계 역시 변호사가 직무상 알게된 정보를 사적 재산형성에 이용하는 것과 관련한 논의를 회계학계와 비교해 크게 전개하고 있지 않은 모양새다. 회계사의 주식거래와 관련해서는 내부정보 이용 관련 직업윤리, 감사·외부감사인의 책임, 게이트키퍼로서의 책임 등을 주제로 한 연구논문이 다수 나와있다. 변호사의 경우 비밀유지의무나 이익충돌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변호사와 의뢰인간의 충돌이나, 현재와 과거의 의뢰인 사이 등에 대한 고찰이 대부분이다.

한 대학 법학과 교수는 "일회적으로 교육을 강화하거나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편은 손쉽지만 무용하기도 하다"며 "우선은 법조계 안에서도 이를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 싣는 순서
① 지방법원 부장판사 주식거래도 막아야 할까?
② 대형 로펌 변호사, 주식거래는 '양심껏(?)'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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