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법원 부장판사 주식거래도 막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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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금기'를 넘어 ①]
법관 재산은 이미 관리대상…무조건 공개 '역효과' 우려
'이해 충돌'에 무감각한 현실부터 직시해야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미선 헌법재판소 후보자 부부의 주식 투자 논란으로 지난 15일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이미선 방지법'이 발의됐다.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지방법원의 부장판사도 재산 공개와 주식 매각·백지신탁 대상자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고법 부장판사 이상이 재산공개 대상이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나 공적 영역에 있는 인물의 주식 투자가 문제될 때마다 규제 기준만 강화하는 식으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가 오는 19일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주식=금기' 식의 단순한 도식을 탈피해 이해충돌에 대한 민감성을 더 키우는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주식 투자, 민간 기업도 금감원도 엄격하니 법관도…?

금융투자회사에 다니는 임직원들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실상 단타매매 식 주식거래가 불가능하다. 금융위원회가 2015년 금융회사 임직원의 불건전 자기매매를 근절하겠다며 제도를 개선한 후로는 더 어려워졌다. 매수 주식은 5영업일 이상 보유해야 하고 주식을 매매할 때는 회사에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소 분기별 또는 월별 매매 명세도 회사에 통지해야 하고 이러한 매매 필터링 시스템이 원활히 돌아가는지는 금융감독원이 상시적으로 점검한다.

금감원 내부 규제는 더욱 강하다. 입사 5년차인 4급부터 재산을 신고하게 돼 있고 주식 거래는 '임직원 행동강령'에서 일반 증권사 회사원보다 더 엄격히 금지한다. 금융투자상품 거래 총액이 직전년도 근로소득의 절반을 넘으면 안되고 분기 중 금융투자상품을 10회 이상 거래해서도 안된다. 매수와 매도를 따로 세기 때문에 사실상 사고파는 행위는 5번까지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모두 보고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간과 공적 영역 모두에서 이러한 조치가 시행되는 것을 고려하면 법관의 주식거래도 더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조치들이 향후 기본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주식 투자를 여전히 사행적 성격으로 보게 만든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증권범죄 전문인 모 변호사는 "규제가 너무 엄격하다보니 배우자나 친인척과 합의해 차명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며 "업무상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금융투자회사·금융당국 전체가 이런 식의 규제를 받는데, 이렇게되면 오히려 '이해 충돌'에 대한 일상적인 자기검열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특히 사법부의 법관들은 임기 시작부터 공직자윤리법상 모두 재산 신고 대상이다. 공개는 차관급 이상부터 되지만 그 전에도 신고한 재산에 대해 법원행정처에서 심사를 받는다. 재산이 크게 늘어나거나 이에 대해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법원행정처에서 경고 조치 등을 받을 수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40대 초·중반일 15년차 이상 법관들의 재산이 모두 '공개'됐을 때 어떤 역효과가 있을 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미 법관 자신뿐 아니라 가족 중 재산이 1000만원이 넘는 사람은 무조건 신고대상으로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이해충돌에 대한 '무감각'

"이해 충돌 염려를 하시는 국민들의 어떤 그런 우려, 이런 것은 제가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고…."

이는 이 후보자의 남편인 오충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직접 한 발언이다.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정리하면서도, 이해 충돌과 관련해서는 미숙한 점이 있었음을 사과한다는 취지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16일 CBS와의 통화에서 "이번 논란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이 오 변호사의 해당 발언이었다"며 "그분 역시 판사였고 현재는 대형 로펌에서 일하며 아내도 연차가 높은 법관인데 일반 회사원보다 이해충돌에 대해 무감각하고 안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이에 대해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 과정에서 주식거래의 '호재'로 쓰일 수 있는 미공개정보는 이제껏 본적이 없다"며 "이해관계자들과의 친분 형성이 문제가 될 텐데 이 역시 판사는 대부분 서류로 접촉하기 때문에 우연한 기회가 아닌 이상 해당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관 사회의 억울함과는 별개로 판사들이 이해충돌에 대해 더욱 심각성을 느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큰 상황이다. 특히 이 후보자 스스로 본인이 어떤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지도 모른 채 남편 오충진 변호사가 (합의에 기반한) 차명거래를 한 점 등에 대해 앞으로도 판사들이 나몰라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 대학 법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합의 차명은 죄가 아니니 뭐라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 국민이 최후의 보루로 존경하고 신뢰하는 재판관이 '내가 직접 투자를 안해서 몰랐다'며 이해상충이 아니라고 한다면 앞으로 무엇이 문제가 되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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