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일제고사식 성취도 평가, 외국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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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노컷뉴스 학원관련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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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중3, 고2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첫 학업성취도 표집평가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8학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3, 고2 학생 모두 국어와 수학 과목에서 지난해보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선 기초학력 위기론을 꺼내며 '일제고사'의 부활을 주장했다.

표본 학생들이 아닌, 전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원내부대표는 "미국의 국가교육향상평가인 NAEP 등 외국의 사례를 봐도 일제고사식 전수 평가를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선을 그었다.

정말 외국엔 일제고사식의 학업 성취도 평가가 없을까?

◆ 미국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표본조사'

(사진=미국 NAEP 누리집 화면 캡처)

박 원내부대표가 대표적 사례로 들었던 미국의 경우 일제고사식이 아닌, 표집평가 방식으로 기초학력 평가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국가수준 학력 평가는 NAEP(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Progress)로 불리며 현재 4, 8, 12학년 중 일부 학생들을 표본으로 추출해 수학과 독해 등을 평가하고 있다.

이때 표본은 인종, 성별, 지역, 학교의 종류 등을 고려해 선정되며, 표본으로 선정된 학생들은 학력고사 참여를 거부할 수 있다.

표집방식의 평가임에도 학생들에게도 참여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NAEP 결과는 주(state) 단위에선 공개가 되지만, 학교별 결과는 공개되지 않는다.

NAEP 결과와 별도로 주 정부 차원에선 매년 전수조사식의 평가를 시행하기도 한다.

연방 정부의 교부금을 받기 위해선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력성취도 평가 계획을 세워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2015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모든학생성공법(Every Student Succeeds Act, ESSA)'을 시행하면서 표준화된 평가 방식을 지양하고 있는 추세다.

ESSA는 주 정부에 자율성과 유연성을 대폭 확대해 각 주의 사정에 맞게 평가 횟수나 내용 등을 정할 수 있게 했다.

◆ 영국·프랑스 등 유럽국가는 초등 전수조사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영국에선 각 핵심단계(key stage)가 끝날 때마다 해당 과정의 학생 전체가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진=영국 교육부 누리집 화면 캡처)

하지만 해외에 '같은 날 동일한 내용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는 나라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영국,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들에선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역별로 차이가 존재하지만, 현재는 국가차원의 의무교육과정인 핵심단계(key stage) 중 1단계인 초등학교 2학년(7살)과 2단계인 6학년(11살) 과정을 마칠 때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고 있다.

특히 잉글랜드 지역의 경우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가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며, 과목마다 학교의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국가 교육과정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사립학교를 제외하곤, 해당 학년의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시험을 본다는 점에서 '일제고사식' 평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영국 잉글랜드 지역 한 초등학교의 독해(Reading) 영역 학업 성취도 평과 결과다. 영국에선 학업성취도 평과 결과에 따라 각 학교들을 5단계로 분류해놓는다. (사진=영국 교육 정보 사이트 화면 캡처)

프랑스도 초등학교 1학년 과정(CP)과 2학년 과정(CE1), 그리고 중학교 1학년 과정(6e)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립과 공립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학교에서 학년 초인 9월말과 10월 사이에 CP와 CE1, 6e 과정의 모든 학생들이 표준화된 프랑스어와 수학 시험을 보는 방식이다.

프랑스에서도 일제고사식의 전수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 교육부에선 초등학생 저학년 과정인 CP와 CE1 학생과 중등 과정인 6e 학생 모두에게 의무적으로 프랑스어 및 수학 시험을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진=프랑스 교육부 누리집 화면 캡처)

다만, 한국식 일제고사와는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바로 학교별 시험 결과를 공개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 전체의 결과는 익명 처리돼 교육부 통계기관으로 보내진다.

프랑스 교육부 홈페이지에선 평가 결과에 대해 "결과는 익명처리 된다"며 "교사가 학생들의 학습을 보다 잘 지원할 수 있도록 정보를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프랑스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개별 학교에 대한 평가보단 개별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고 국가 전반적인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 일제고사 비판은 현재 진행형

물론 영국과 프랑스 두 나라에서도 일제고사 시행에 대해 마냥 긍정적이라고 볼 순 없다.

영국과 프랑스 모두 '학교 줄 세우기' '학업 부담 가중' 등 일제고사의 부작용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며 국가수준의 평가에 대해 찬반 논란이 진행 중이다.

당초 영국에선 초등학교 과정을 포함해 중등 과정인 14세를 대상으로도 SAT라고 불린 일제고사식의 평가를 진행했다.

하지만 2009년 14살을 대상으로 한 성취도 평가는 폐지 수순을 밟았으며, 학업성취도 결과 발표 또한 잉글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에선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엔 2009년 영국 캠브리지대가 발표한 보고서 '새로운 초등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가 있다.

캠브리지대는 2년 이상에 걸쳐 초등학교 교육을 분석한 결과 "영국은 국가시험 준비로 인해 초등교육이 획일화돼 있다"며 "이해와 탐구 보다는 암기와 기억이 중시되고 토론과 문제해결학습이 뒷전으로 물러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언론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에선 교원 노조를 중심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르몽드(Le Monde) 기사 캡처

르몽드는 지난해 보도를 통해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초등학생 아이들 대부분에게 학업 부담을 지운다는 우려가 있다"며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대책도 미흡해 무용지물(inutiles)이라는 비판 또한 존재한다"고 전했다.

전세계적인 일제고사 논쟁에 전문가들은 교과서 중심의 천편일률적인 평가부터 다시 고민해볼 것을 주문하고 있기도 하다.

정훈 대구대 창조융합학부 교수는 논문 '학업성취결과 중심의 평가 문화가 학교교육의 주요 목적에 미치는 영향'(2010)을 통해 "표준화된 교육내용과 평가는 학생들을 획일화하고 그 표준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학교에서 소외시킬 우려가 있다"며 "폭넓은 지식의 습득과 그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또한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교육부에서 말하는 학력 미달은 결국 실제 생활에 필요한 사고 능력이라기 보단, 교과에서 정해 놓은 인위적인 기준을 달성했느냐의 여부"라며 "기초학력이 의미하는 능력에 대한 고민이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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