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의 '뉴라밸'] 오컬트에 빠진 대중문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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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바하>부터 드라마 <빙의>까지 오컬트물 꾸준히 늘어
현실의 부조리와 악행 해결할 창구 찾지 못할 때 오컬트에 빠져
반이성주의 팽배하는 현실 반영, 오락적 요소로만 활용되기도
서구에서는 공포영화의 한 장르로 꾸준히 발전, 미국 보수주의 세계관에 대한 반기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 지대, 관리감독 이뤄져야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 [조은정의 '뉴라밸']

◇ 임미현 > 문화 트랜드를 읽는 '뉴스 라이프 밸런스', 조은정의 '뉴라밸' 시간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조 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로 얘기해볼까요?

◆ 조은정 > 대중문화에 퍼지고 있는 '오컬트'(occult)물 유행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오컬트는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을 일컫는데요. 숨겨진 것이라는 뜻의 라틴어 '오쿨투스'(occultus)에서 비롯됐습니다. 심령, 귀신, 빙의, 퇴마 같은 이런 오컬트 소재 드라마나 영화들이 대중문화의 한 축이 되고 있습니다.

◇ 임미현 > 그러게요. 요새 정말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그런 소재들이 늘어난 것 같애요. 어떤 것들이 있었죠?

영화 '사바하' 포스터

 

◆ 조은정 > 영화계에서는 얼마전에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가 230만 정도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장 감독은 전작이 <검은 사제들="">로 오컬트 장르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기독교적인 요소에 불교의 '연기설'을 가미해서 독특한 세계관을 선보였습니다. 최근에 OCN에서는 <빙의>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연쇄살인마를 막기 위해서 20년 전에 형사의 영혼을 빙의시킨다는 내용인데 좀 가볍게 다뤄지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특히 OCN이 오컬트 장르물을 많이 선보여왔는데요. 지난해에 <손 the="" guest="">는 악의 근원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드라마에서도 <구해줘 2=""> 같은 작품들이 방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화도 줄줄이 대기중입니다. 이종격투기 선수와 구마 사제의 만남을 그린 <사자>(감독 김주환), 잃어버린 딸을 찾는 아빠와 퇴마사의 이야기 <클로젯>(감독 김광빈)도 올해 개봉합니다.

◇ 임미현 > 유행은 유행이네요. 과거에도 '전설의 고향'부터 시작해서 드라마 '도깨비'도 있었고.. 오컬트적인 것들은 계속 있었던 것 같은데 요새 더 두드러지는 이유가 있을까요?

◆ 조은정 > 오컬트의 유행에 대해서 여러 해석들이 나오는데요. 우선 그 자체가 흥미로운 소재이죠. 판타지이기도 하면서 공포를 자아내구요. 사회학적으로 접근해보면 현실에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많은 부조리와 악행을 접하게 돼잖아요. 그런데 기존의 사회나 종교들이 이런 부분들을 해소하지 못할 때 오컬트적인 부분이 만연하게 된다는 것이죠.

문화비평가인 경희대 이택광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현실이 매끄러운 표면으로 돼 있지만 잘 설명되지 않고, 그렇다고 대놓고 비판적인 것을 하기에도 곤란할 때 세상에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암시'를 주는 것이죠. 합리적이지 않은 것들을 통해서 현실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죠"

◇ 임미현 > 현실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을 때 발생하는 일이라는 거네요.

현실에서는 설명이 안되고 해결이 안되는 부분들이 오컬트 세계 안에서는 해결이 되는거죠. 그런 부분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구요. 물론 오컬트물도 스펙트럼이 다양한 것 같습니다. 작품들 중에 선과 악, 종교관에 대해서 근원적으로 철학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들이 있는데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거든요. 최근에는 그저 '오락'의 한 요소로 재미를 추구하는 경우도 있구요.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고, 현실의 부조리를 환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벼운 접근이 이뤄진다면 작품적으로 가치는 떨어지겠죠.

좀 우려스러운 부분은 오컬트가 '반이성주의'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건데요. 어떤 사안을 이성적, 합리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반이성주의가 득세를 하는 상황에서 오컬트적인 것들이 많아진다는 거죠.

◇ 임미현 > 오컬트물이 이성적인 사고를 하기보다는 반이성적인 사고를 하도록 부추긴다는 건가요?

영화 '검은 사제들' 포스터.

 

◆ 조은정 > 선후관계가 꼭 그렇게 이어지지는 않구요, 거꾸로 비이성적인 사고가 만연한 현실을 반영한다고 해석하면 될 것 같애요. 문화 콘텐츠는 현실을 반영하는 도구이잖요. 그런데 요즘들어서 오컬트물이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이성적인 사고가 밀리고 반이성적인 사고들이 득세하는 세상이기도 하다는 것 같아요.

김성수 문화평론가의 분석을 한번 들어보시죠.

"오컬트는 반이성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거든요. 현실에서 이성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이 너무 커지고,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이 사라지고 절망에 빠질 때 반이성주의가 득세를 하게 되고, 그 현상중에 하나가 오컬트의 콘텐츠가 범람하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죠"

◇ 임미현 > 다른 나라에도 이런 오컬트물들이 많이 있는거죠?

◆ 조은정 > 서양에서는 역사가 깊은데요. 6,70년대에 공포영화의 한 장르로 꾸준히 발전하게 됩니다.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악마의 씨="">를 비롯해서 <엑소시스트>, <오멘> <서스페리아> 같은 작품들이 고전이 됐습니다. 영화평론가들은 미국이 가지고 있는 합리주의적, 보수주의적 세계관에 대한 반항과 저항의 일환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또, 기성세대와 차별점을 두기 위한 10대 문화의 일환으로 해석되기도 하구요.

◇ 임미현 > 맞아요. 10대에는 차별감,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서 이런 오컬트에 빠지기가 쉽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사실 좀 걱정이 됩니다.

◆ 조은정 > 그점은 저도 좀 우려가 되는 부분이거든요. 대중문화들이 주는 영향은 분명 있기 때문에 아동, 청소년들이 오컬트에 과도하게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컬트물이 청소년관람불가가 아니라 대부분 15세 이상 관람가들이 많더라구요.

지난해 <손 the="" guest="">의 경우 성인들도 보기 힘든 잔인한 장면이 많았고 자살을 방조한다는 그런 지적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15세 판정을 받아 반영됐습니다. 그러다가 논란이 되고 방심위에 민원이 들어가니까 마지막 방송에서 19세로 바뀌었구요. 오컬트물들을 청소년들이 시청하더라도 문화적으로 잘 해석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지도감독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또 수위가 높은 콘텐츠는 연령대 제한을 둬야 할 것이구요.

◇ 임미현 > 오컬트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있나요?

◆ 조은정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비과학적'인 콘텐츠에 대한 제재 규정이 있는데요. 방심위에 알아보니까 드라마나 영화 등 창작물에 대해서는 최근 몇년간 이런 비과학적인 이유로 제재를 받은 경우는 한 건도 없더라구요. 창작물이라도 해도 아동,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관리, 감독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 임미현 >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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