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의 '뉴라밸'] 치매 끔찍하기만 한 건 아냐, 진화하는 문화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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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눈이 부시게>, 치매 환자의 관점에서 기억과 인생에 대한 재조명으로 화제
과거 치매는 비극의 소재, <내 머릿속의 지우개> 등 젊은 치매 환자 설정도 많아
고통 부각하기 보다 치매 환자와 가족들 되짚어보는 드라마나 영화 많아져
영화 <로망>은 동반 치매에 걸린 노부부가 관계를 돌아보는 이야기
사회적 안전망 약한 상황에서 젊은 세대들까지 물들이는 노후에 대한 불안감
문화 콘텐츠 통해서 간접 경험하고 충격 완화하는 효과도
위안과 감동을 넘어서 복지 정책 등 제도 개선으로 나아가야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 [조은정의 '뉴라밸']

◇ 임미현 > 문화 트랜드를 읽는 '뉴스 라이프 밸런스', 조은정의 '뉴라밸' 시간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조 기자. 오늘은 어떤 얘기 해볼까요?

◆ 조은정 > 오늘은 화제가 됐던 드라마 한 편으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질병을 다루는 경우가 많죠. 그중에서 치매, 알츠하이머를 소재로 한 것들도 꽤 있었는데요. 얼마전에 종용했던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도 치매를 다루고 있는데 좀 특별했습니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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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미현 > 그 드라마 저는 보지는 못했지만 아주 감동적이었다는 후기들을 봤어요.

◆ 조은정 > 국민배우 김혜자씨가 열연을 했는데요. 25살에서 갑자기 노인이 된다는 설정의 타임슬립처럼 진행이 되다가 드라마 후반에 김혜자씨가 치매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반전이 있었습니다. 치매가 최근의 기억부터 지우게 되잖아요. 자신이 인생이 가장 눈이 부셨던 시절로 돌아갔던 거였습니다.

◇ 임미현 > 타임슬립 드라마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치매 환자의 착각이었던 거네요.


◆ 조은정 > 그간 영화나 드라마에서 치매라는 질병이 아주 끔찍한 것으로 다뤄졌었거든요. 기억이 지워지면서의 고통과 공포 위주로 포커스가 맞춰졌습니다. 그걸 극대화하기 위해서 노인 치매보다 젊은 사람이 치매에 걸린 극단적인 설정도 많았거든요.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나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유전성 치매에 걸렸지만 사랑하는 남성이 곁에서 지켜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끔찍한 비극을 만들어내는 수단이 됐던 거죠. 기억을 잃어버리는 괴로움과 공포, 슬픔 외에 다른 것은 부각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는 치매를 앓는 노인의 시각에서 인생을 되돌아보고, 기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다는 점에서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치매가 끔찍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것 조차 눈이 부신 인생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죠.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사실 치매 당사자의 시각에서 보는 것은 많지 않았어요. 보통은 완전히 치매 환자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타자화하거나, 미화해서 판타지를 충족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경우에는 당사자의 시각에서 보면서도 그를 둘러싼 가족과 세계와의 불화와 갈등도 함께 그려졌거든요. 여기서 치매는 노화의 결과물로 나타나요.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과정, 젊음에서 늙음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주체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하나의 성찰과 성장의 과정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그것도 아주 끔찍한 것만은 아니라는 식의 잔잔한 깨달음이 있잖아요. 이런 시각이 혁신적인 것이죠"

◇ 임미현 > 치매는 정말 공포스럽기만 하고, 암보다 끔찍하다 이렇게들 생각했었잖아요. 그런 부정적인 인식도 바꿔야하는 것 같애요.


◆ 조은정 > 그렇습니다. 이런 인식의 변화도 콘텐츠에 반영되고 있는데요. 드라마 <눈이 부시게>처럼 치매 환자의 시각에서 조명하는 영화도 곧 개봉을 하는데요. 바로 이순재, 정영숙씨 주연의 영화 <로망>입니다. 두 베테랑 배우가 동반 치매를 앓고 있는 노부부를 연기하는데요. 치매 선고는 부부에게 절망적이었지만 오히려 과거를 돌아보고 서로에 대해서 집중하는 계기가 됩니다. 치매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들도 일상의 톤으로 그려져서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치매가 단순히 노망이 아니라 부부에게는 '로망'이 된거죠.

영화 <로망> 중

◇ 임미현 > 현실에서는 참 무서운 병입니다. 치매라는게 돌봄이 필요하고, 가족들이 힘든 병이잖아요. 사회적인 안전망이 필요한 것 같애요.

◆ 조은정 > 지금 작년 기준으로 전국 65세 이상 노인 중에 치매로 추정되는 환자가 75만명이 넘는데요. 열에 한명 꼴입니다. 고령화시대에 피할 수가 없는 질병이기도 하구요. 특히 부부 중에 한쪽이 치매를 앓으면 그 배우자는 그렇지 않은 배우자보다 치매를 앓을 확률이 6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우리처럼 사회적인 안전망이 약한 나라에서는 더욱 공포스러운데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한 간접 경험을 통해 그 충격을 완화하고 대리 경험을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도 치매라는 소재에 더 끌리고 공금을 하고 있구요.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노인 문제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상상적으로 해결하는 것이죠.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서 상상적으로 경험해보고 일종의 충격 완화를 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살면 어떻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안정감들이 깨진 상황이거든요. 지금 2,30대 때부터 노후에 대한 걱정을 합니다.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드라마나 영화는) 젊은 세대들에게 노인을 체험하게 하는 상상적인 장치이고, 그것이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거죠"

◆ 조은정 >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에는 "치매환자로 산다는 것은 날짜를 잘못 알고 하루 일찍 공항에 도착한 여행자와 같은 것이다"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영원히 제때 도착하지 못한 채 공항 주변을 배회하는 삶이라는거죠. 지금 노인들 뿐 아니라 20,30대까지도 치매 환자와 비슷한 삶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래가 한없이 불안한거죠. 무한경쟁 시대에 사회적 안전망도 약한 상태에서 이렇게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 그걸 반영하면서 위로하는 문화 콘텐츠들도 많아지고 있는 겁니다.

이런 불안감들을 위로받는데 그치지 않고 치매에 대한 인식도 바꾸고, 사회 복지망을 구축하는 제도적 개선으로 나아갸아 할겁니다. 혹시 '간병살인'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 임미현 > 간병을 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죠?

◆ 조은정 > 치매는 가족들이 모든 부담을 떠앉는 경우가 많은데요. 간병을 하다가 우울증을 앓고 자살, 살인의 비극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매라는 질병을 극복하는 것은 본인과 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복지 제도를 촘촘히해서 공적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겁니다.

◇ 임미현 > 네 잘 들었습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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