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쏘왓]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주총서 '국민 뜻' 행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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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10년 만에 운용 손실, 지난해 수익률 -0.92%
올해 들어 20여개 기업 주총서 반대의결권 행사, 안건 부결 사례는 없어
대한항공 주총, 2대주주인 국민연금 입장 따라 조양호 회장 연임 결정
수탁자책임전문위, 25일 조 회장 거취 논의했지만 결론 못 내 26일 재논의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홍영선 기자의 <쏘왓(so what)="">


◇ 임미현> <홍기자의 쏘왓=""> 입니다. 이 뉴스가 내 경제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알아보는 시간이죠? 홍영선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 가지고 나왔나요?

◆ 홍영선> 국민연금과 주주권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3월 정기 주주총회(주총)가 잇따라 열리고 있는데요. 올해는 특히 '스튜어드십코드' 원년이기 때문에 이번 주총이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 임미현> 작년에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된 이후 처음 열리는 주총이라서 중요하다는 거죠?

◆ 홍영선> 네 그렇습니다. 여러 기업 중에서도 대한항공 주총은 스튜어드십코드가 과연 실제로 작동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하는데요. 스튜어드십코드가 잘 작동되고 있는건지, 국민연금은 우리 돈을 잘 쓰고 있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 임미현>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스튜어드십코드라는 용어부터 짚고 가죠.

◆ 홍영선> 네 스튜어드(steward) 그러니까 집사처럼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국민들이 맡긴 돈을 내 돈 처럼 여기고 최선을 다해서 관리하고 운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말합니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영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도입했고요. 현재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도입했죠.

◇ 임미현> 저도 국민연금 가입자지만, 내 돈으로 국민연금이 어디를 투자하는지 얼마만큼의 수익을 얻는지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올해 국민연금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10년 만에 운용 손실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의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이사연임 반대 주주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홍영선> 지난해 수익률이 -0.92%를 기록했는데요. 국내주식 투자로 -16.77% 가장 큰 손실을 입었고 해외 주식도 -6.19%로 마이너스 수익을 냈습니다.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국내외 증시 부진이 전체 수익률을 떨어뜨렸다고 분석하고 있고요.

해외 주요 연기금에 비하면 선방한 결과라고 하고 있고요. 일본은 -7.7%, 미국은 -3.5% 등 손실을 입은 반면 캐나다는 8.4% 수익을 냈고요.

  [그래픽=임금진PD]

 

◇ 임미현> 어디에 투자했고 수익을 잘 내고 있는지 국민들은 궁금해 하는데 이렇게 손실 났다는 얘기를 들으면 분통이 터지는 거죠.

◆ 홍영선> 네 그러한 부분을 해소하고, 그로 인해서 장기적으로 투자 이익을 높이는게 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의 목적입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입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불가피한 방향입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선진국들도 저성장기조가 고착화되었고요.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실적 증가도 둔화되는 게 일반적 현상이죠. 그건 주가 상승폭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걸 말하는데요. 예전에는 맘에 들지 않으면 팔고 오를만한 주가로 갈아탔는데 다 저성장이다보니 갈아탈만 한 걸 찾는 일 자체가 힘들어진 겁니다.

이럴 때 차라리 가지고 있는 주식을 개선시켜야겠다는 고민이 나온 거죠. 최근 들어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권 행사을 적극적으로 행하는 근본적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여 보겠다는 목적인 거죠. 국민연금뿐 아니라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이런 흐름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 홍영선> 이런 흐름 속에서 국민연금이 제대로 움직일 것인가가 올해 주총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 임미현> 그렇죠. 국민연금이 움직이면 또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움직일테니까요. 자 그렇다면 올해는 국민연금이 좀 달라졌나요?

◆ 홍영선>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지난 주말까지 20여개의 기업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는데요. 아직까지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로 주총 안건이 부결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관심을 모았던 YG엔터테인먼트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주총에서 모두 사측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가장 타겟으로 삼는 곳이 하나 남았는데요. 바로 대한항공입니다.

◇ 임미현> 어떤 상황인가요?

◆ 홍영선> 조양호 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을 둘러싸고 회사는 '조양호 지키기'를 벌이며 소액주주들을 찾아가고 우리사주를 가지고 있는 사원들을 압박하고 있고요. 반대측에선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를 주축으로 소액주주 중 상당수의 위임장을 확보해 조 회장의 연임안 통과를 저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 임미현> 표 대결 양상은 어떤가요?

◆ 홍영선> 조 회장의 연임을 위해 사측은 67%, 3분의 2이상의 주식을 얻어야 하는데요. 조 회장 일가는 전체 따지더라도 33% 정돕니다. 그런데 참석률이 100%는 안되고 보통 많이 해도 70%에요. 그 정도로 추산했을 때 조 회장 측은 13%를 더 얻어야 합니다.

한 표 한 표가 중요한 상황에서 캐나다 연기금, 플로리다 연금 등 굵직한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외국인 지분의 절반 이상이 조 회장의 이사 재선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요.

◇ 임미현> 대한항공의 2대주주가 국민연금이죠?

◆ 홍영선> 네 11.7%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 국민연금이 반대하느냐 찬성하느냐, 조 회장의 연임을 좌우할 수 있죠. 어제(25일)도 국민연금은 조 회장의 연임 찬반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요. 하지만 반대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됩니다.

왜냐하면 조 회장의 최근 3년 동안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계속 반대를 해왔기 때문이죠. 당시 반대 이유는 겸임이 너무 과도해서 였는데요.

◇ 임미현> 지금은 겸임은 다 그만뒀나요?

◆ 홍영선> 네. 8곳을 겸임했는데 지금은 한진칼, (주)한진, 대한항공까지 총 3개만 남겨 놓고 다 그만뒀습니다.

◇ 임미현> 그럼 국민연금이 반대할 이유는 사라진 거 아닌가요?

◆ 홍영선>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요. 국민연금이 서한을 가장 많이 보낸 기업이 바로 대한항공이라는 점에서 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15년 땅콩 회항 사건, 17년 대한항공 본사 경찰 압수수색 당시, 확인 비공개 서한을 발송했고요. 18년 4월 협력업체 직원 폭행 혐의 임원 경찰 조사, 6월 관세청 경찰 출입국관리소 등 국가기관들의 조사 때 경영진 면담 요청을 위한 공개 서한을 발송했죠. 사실상 주주권 행사의 단계에 들어간 첫 사례라고 시민단체들은 보고 있어요.

◇ 임미현> 조 회장 측이 불안할 만 하겠군요.

◆ 홍영선> 네 그래서 사측은 7천만원 정도를 가진 소액주주들까지 찾아 나서며 사정하고 있고요. 우리사주를 가지고 있는 사원, 그러니까 자사 직원들에게도 강요 아닌 강요를 해서 지금 고발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의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이사연임 반대 주주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임미현> 아 그러니까 직장 상사가 회장의 연임을 찬성하라고 압박을 했다는 건가요?

◆ 홍영선> 네 조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직원들이 시민단체 등에 표를 위임했는데 상사들이 개인적으로 면담을 하자거나 전화를 해서 회장 연임에 찬성하라고 권유를 했다는건데요. 사실 상사가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압박이잖아요. 말이 면담이고 권유지 사실 강요죄에 해당될 수 있으니까요.

◇ 임미현> 엄청나게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되네요.

◆ 홍영선> 그렇습니다. 대한항공의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스튜어드십코드의 향방도 결정된다고 보면 될 거 같은데요. 아직까지는 국민연금이 여전히 힘을 못 쓴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코드가 정착하고 있는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올해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원년이고 주주권 행사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첫 해인데다, 기관투자자 가운데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지 않은 곳도 상당히 많아서죠. 또 도입됐다 하더라도 충분한 학습기간을 거쳤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국민연금이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국민연금 조차도 준비가 덜 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입니다.

"국민연금의 사전의결권 공개 대상을 지분율이 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보유 비중이 1% 이상일 경우로 한정했는데요. 삼성전자는 예외적으로 공개를 하지 않았습니다. 또 사외이사 두 사람의 경우 의결권 자문기구에서도 반대했던 사람들인데도 국민연금은 이유도 밝히지 않고 찬성을 했고요. 여전히 국민연금이 연금가입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재벌 총수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운 거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주총 전날 반대했는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에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현정은 이사를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권을 했고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에도 소극적인 적용, 원칙 없이 불투명하게 적용하는 부분, 운영상의 문제가 드러난 거죠. 감사 청구를 통해서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원들이 책임을 지고 사임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 임미현> 국민연금이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가 좀 있을까요?

◆ 홍영선> 일본을 참고할 만한데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일본공적연금(GPIF)는 직접 운용을 하지 않고 100% 민간에 위탁을 하는데, 자신들이 정한 스튜어드십코드 수준 이하로 집행하는 운용사에게는 위탁을 절대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명확한 원칙과 적용이 핵심이죠.

스튜어드십코드가 처음 도입됐기 때문에 다소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요. 국민연금이 부디 명확한 원칙을 정해서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보고하는 등 제대로 된 집사의 면모를 보이면서, 또 수익도 더 많이 나도록 운영하길 바라겠습니다.

◇ 임미현> 네 지금까지 홍영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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