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릴레이] 호림 "'깊은 맛'을 내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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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인터뷰 시리즈 <힙합 릴레이=""> 49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QM이 지목한 호림입니다.

 

단순히 알앤비 뮤지션이라고 칭하기에는 살짝 아쉽다. 호림(Horim, 본명 신호림)은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보다 더 '깊은 맛'을 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알앤비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호림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일뿐만 아니라 공연,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고, 동시에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2015년에 낸 싱글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를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발매한 정규앨범 '메트로 시티'(METROCITY)까지. 호림이 그간 선보인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정주행' 해보면 호림만의 '짙은 색'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또, 그러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뮤지션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힙합 음악과 문화에 젖어 들면서, 이 씬의 구성원이 되려면 자기만의 표현방식과 요소를 갖춰야한다는 걸 느끼게 된다. 또, 중요한 것은 '스웩'이나 돈이 아닌 방법론과 애티튜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단순히 스킬적인 부분이나 퍼포먼스 적인 부분만이 아닌 총체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깊은 맛을 내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더 나아가 이 문화를 향유하는 분들이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게끔 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소개를 부탁한다.
"알앤비 소울 흑인 음악을 하고 있는 뮤지션 호림이다"

▶활동명 호림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본명이 신호림이다. 신호림 보다는 호림이 개인의 삶과 나누면서도 나와 너무 따로 떨어져 있지 않은 활동명이라고 생각했다. 알앤비 음악에는 둥그런 느낌의 발음이 많이 들리곤 하는데, 그래서인지 '히읗'이나 '리을'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호림이라는 이름이 점점 의미가 있는 이름처럼 여겨졌다. 꿈보다 해몽이려나. (미소)"

▶수염이 참 인상적이다.
"어느 순간부터 삭발에 수염을 기른 지금의 모습이 익숙해졌고, 이 모습이 나의 모습을 인지시키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계속 유지하게 됐다. 사실 관리를 따로 하지는 않는다. 그냥 너무 길다 싶으면 삭발할 때 쓰는 '바리캉'으로 민다"

▶언제부터 활동을 시작했나.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건 군대 전역하고 난 뒤인 2014년쯤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같은 동네 출신인 서사무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친구와 곡도 같이 만들고 하면서 공연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지금 함께 활동하는 댄서 형들과 만나고, 공연 영상 기획팀의 멤버로 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씬에서 활동하게 됐다"

▶그전에 음악을 배운 적이 있었나.
"고등학교 때 밴드부 보컬이었다. 밴드 공연을 통해 록을 접하면서 알앤비, 재즈,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게 됐다. 스무살 이후에는 대학교에서 가요제를 나가거나 힙합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공연을 종종 하기도 했다. 제일 큰 건 교회에서 찬양팀으로 있었던 시간이었다. 찬양팀이 다 음악하는 사람들이어서 CCM, 가스펠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자양분을 크게 얻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부터 알리샤 키스, 존 레전드, 에릿 베넷의 음악을 많이 듣고 영향을 받았다. 당시 앨범에서 그들이 래퍼들과 협업한 곡이 많았는데, 그런 점들이 지금의 내 음악과 활동 방향성에 있어 영향을 미친 것 같기도 하다"

▶한때 리짓군즈 크루의 일원이기도 했던데.
"한창 열정이 '뿜뿜'할 때 리짓군즈 멤버로 들어가서 같이 공연이나 작업을 했었다. 그때는 많이 부족할 때라 형들 옆에서 앨범을 만들어가는 흐름을 배웠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색깔이나 지향점이 비슷한 듯 나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느껴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좋은 에너지도 받고 누구보다 응원하고 있다"

 

▶회사 없이 활동 중인데 어려움은 없나.
"당연히 어려움이 있다. 물론 혼자 앨범을 이끌어 가는 것은 재미있다. 하지만 기획부터 홍보까지 직접 하다 보면 확실히 손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재정적인 부분이 힘들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뮤지션으로서 집중도나 에너지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혼자 하는 게 체질적으로는 맞는데 모든 걸 혼자 이끌 수는 없는 것 같다"

▶호림은 어떤 음악을 추구하는 뮤지션인가.
"다른 음악적 카테고리보다 흑인 음악에 대한 애착이 크다. 내가 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흑인이 갖고 있는 특유의 소울이나 행태만을 가지고 가진 않고 있다. 그런 에너지나 뉘앙스를 나만의 방식대로 풀어내고 싶어 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 가벼운 느낌보다는 색이 짙은, 깊은 맛을 내는 음악을 꾸준히 추구하고 싶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호림의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알앤비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끈적하고 짙은 사운드에 맞는 정서적 표현이라든지 현란하게 애드리브를 구사하는 등의 특징을 갖는다 거나, 요즘 각광받는 펑키하고 세련된 비트 위에서 노닐면서 칠한 느낌을 내는 두 부류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중간 지점에서 사람들이 알앤비 음악을 소비할 때 홀연히 쉽게 지나치는 부분을 짚어주고 인식하게 해주는 뮤지션이고 싶다. 가사적인 부분에서도 슬로우잼 장르를 예로 들자면, 아직 국내에는 '오늘 밤을 너와 보내고 싶어' 같은 류의 1차원적인 가사나 다소 말랑한 느낌의 가사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지금은 다양하고 새로운 표현들이 잘 해석된 곡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영향 받았던 곡들처럼 섹스에 대한 분위기나 요소들을 아름답고 농밀하게 표현하고 싶다. 기교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아주 현란하게 하거나 가창에 있어 완성형 같은 느낌을 내고 싶다는 욕심은 없고, 뭔가를 툭 내뱉었을 때 정제되지 않으면서도 잔향이 남는 표현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잘 해나고 싶다. 그러한 의도가 탄탄한 완성도 안에서 전해진다면 가장 좋겠지"

▶그러고 보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들었던 '로즈 나잇'(Rose night)이라는 곡이 떠오른다. 곡에 야릇한(?) 소리가 들어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부모님과 함께 듣고 있는데 그런 소리가 나와서 당황했다는 댓글도 있더라. (웃음). 곡 취지나 스토리상 넣고 싶었기도 했고 그 장치로 인해 약간 노이즈 마케팅처럼 '야하다'는 반응이 나올지도 궁금했다. 물론 넣는 과정에 있어서 당장 내가 원하는 뉘앙스의 소리를 넣지 못해 아쉬움은 있지만, 그런 시도에 있어서 후회는 없다. 이상하기도 했던 건 가사부터 굉장히 적나라하고 야한데, 사람들은 그런 소리를 넣었다는 것에만 혈안이었다는 점이다"

 

▶작년 10월에 첫 정규앨범 '메트로 시티'를 냈다. 지하철로 이동하며 느낀 감정을 풀어낸 앨범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강원도 원주에 있는 대학교를 다녔었다. 음악 관련 학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음악을 배우거나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 했는데 주 교통수단이 지하철이었다. 이후 뮤지션의 삶에 도전해보고 활동을 시작하면서 다른 의미로 많은 시간을 보낸 곳 또한 지하철이었던 것 같다. 낮 12시 즈음 집을 나서서 지하철을 타며 하루 일과를 보내고, 새벽 1시쯤 막차를 타고 집에 갔던 당시의 루틴을 떠올리면서 앨범 구성을 짰고, 시간대별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소재를 고려해 트랙을 배치했다. 아마 비슷한 일과를 보내시는 분들이라면 그 패턴으로 하루를 지내보며 앨범을 들었을 때 감성적인 공감을 더 잘 하실 수 있으실 거다"

▶첫 정규앨범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데뷔 앨범 이후 그 동안의 활동 안에서 하나의 스테레오 타입 보다는 알앤비, 재즈, 블루스, 가스펠 등 흑인음악 안에서의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였다. 그로 인해 '얘는 대체 어떤 느낌을 내려는 거지?'라는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번 정규앨범을 통해 의도하고자 하는 그림을 나름대로 확고하게 그려본 것 같아서 시원하기도 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만족스럽다. 모두가 그렇듯이 내고 나서는 아쉬운 부분이 더 눈에 밟히기 마련이다. 다음 작업물에서 보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조금 더 대중적인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욕심은 없나.
"당연히 있다. 특정 장르 음악을 소비하는 층에 대한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적인 부분을 건드리지 않으면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런데 사실 정말 좋은 곡들은 장르를 떠나서 그냥 대중적이지 않나. 나 또한 내가 지향하고 추구하는 음악을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길게 남는 명곡들은 기타나 피아노 등 단순한 편곡의 연주에 맞춰 노래해도 깊게 남길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적 님, 더 나아가서는 전인권 선생님이 그런 경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자주 교류하는 음악 동료는.
"때에 따라서 하고자 하는 색깔의 앨범에 맞는 분들과 그때그때 같이 작업하면서 교류하는 편이다. 하지만 전부터 크게 응원해주시는 딥플로우 형에게는 주기적으로 찾아가서 음악도 들려드리고 얘기도 종종 나누는 편이다. VMC 멤버들 또한 그렇고. 최근에는 화지 형 앨범에 참여했는데 앞으로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 선우정아, 강이채, 바버렛츠 누나들에게도 항상 소식을 나누고 도움을 받고 있다. 진보 형이나 수민이와도 교류를 자주 하고. 언급한 분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생각을 관철시키고 발전시키고, 뮤지션으로서 어떠한 중요한 부분을 이끌어가고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또, 항상 언급하는 부분인데 팔로알토 형의 행보와 음악, 가치관에 많은 영향과 힘을 받고 있다. 모두 감사한 분들이다"

▶정말 다양한 이들과 교류를 잘 하는 것 같다. 그동안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펼친 덕분인가.
"공연 기획이나 파티 기획, 패션 브랜드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해오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를 했고, 그러한 경험으로 내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음악을 접하시는 분들이 호림이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데 그치는 친구가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본인만의 것들로 채워나가고 뻗어가는 친구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호림이 생각하는 힙합이란.
"힙합 음악과 문화에 젖어 들면서, 이 씬의 구성원이 되려면 자기만의 표현방식과 요소를 갖춰야한다는 걸 느끼게 된다. 또, 중요한 것은 '스웩'이나 돈이 아닌 방법론과 애티튜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님도 뭔가 자기만의 느낌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는 뮤지션 같아서 참 멋지다. 자기만의 색깔로 자신의 소신을 관철시키는 모든 행위가 힙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볼 때 이 씬 안에서 정의되는 멋짐은 얼마나 자신만의 감성으로 내뱉고 보여주며 유지하는지인 것 같다"

▶올해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나아갈 예정인지.
"지금 해오고 있는 음악들을 기반으로 삼아 여러 방면으로 발전해 나가고 싶다. 또,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어떤 양상이든 다른 뮤지션보다는 '짙은 느낌'을 보여주고 싶다. 또, 좋은 의미에서 '탈한국적'인 부분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트랙을 들려드리고 싶기도 하다. 올해는 그간의 다른 해보다는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할 것 같고, 재밌는 트랙도 많이 써볼 예정이다"

▶뮤지션으로서의 장기적인 목표도 궁금하다.
"단순히 스킬적인 부분이나 퍼포먼스 적인 부분만이 아닌 총체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깊은 맛을 내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더 나아가 이 문화를 향유하는 분들이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게끔 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예를들어 백종원 님이 출연하시고 기획한 프로그램들이 잘되면서 단순히 음식을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음식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를 다양하게 즐기는 새로운 식문화가 형성되지 않았나. 나 또한 내 자리에서 내가 애정하는 부분들에 있어서 음악을 즐겨주시는 분들이 더 총체적으로, 때로는 더 세밀하게 감상하는 시각을 가지실 수 있게 하고픈 마음이다. 막연하긴 하지만 한 가지 또 다른 꿈이 있는데, 뮤지션으로서의 실현 말고도 다양한 경험과 자양분을 쌓아가면서 알게 되는 좋은 분들과 함께 그러한 환경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만들고 싶다. 건강하고 자생적인 음악적, 혹은 힙합 안에서의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QM의 지목으로 이번 인터뷰에 참여했다. 두 사람이 같은 중학교 출신이라고.
"3~4년 전쯤 준용이(QM의 본명은 홍준용이다.)도 음악을 하고 있다는 걸 친구를 통해 알게됐다. 모 음악 커뮤니티에서 회사 없이 인디펜던트로 음악하는 뮤지션 명단에 준용이와 내가 같이 언급된 적도 있었다. 색깔이나 성향은 다르지만 나도, 준용이도 또한 서로의 행보에 응원해주고, 영향을 받는 것 같아 좋다. 둘 다 계속 살아남아서 좋은 음악 했으면 좋겠다"

▶호림이 지목할 다음 인터뷰 주인공은.
"브래디스트릿을 지목하고 싶다. 최근 들어 본 음악 중 가장 프레쉬하고 좋은 음악이 브래디스트릿의 음악이었다. 더콰이엇 님의 신보에 참여한 트랙을 듣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님과 함께 뭔가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는 분인 것 같아서 응원하는 마음이 크다. 인터뷰를 통해 어떤 얘기를 하실지 궁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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