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상사태' 승부수, 왜 중요한가…2차 정상회담에도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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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1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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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국가비상사태를 발동해 멕시코 장벽 건설을 강행할 방침을 밝혔다.

이미 미국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카드가 앞으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특히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북미 관계에는 어떻게 작용할지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비상사태 선포 카드, 트럼프 식 극약처방

미국 대통령이 발동할 수 있는 국가비상사태는 1976년에 제정된 국가비상사태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의회의 승인 없이 예산을 재배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다.

그러나 미국 수정헌법 1조 9항은 국가의 ‘지갑’을 열 수 있는 권한(power of the purse)은 의회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산권은 입법부의 권한이라는 것.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선포하는 국가비상사태는 결국 입법부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3권 분립에 의거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된다.

문제는 국경장벽 건설 문제가 비상사태 선포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냐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국경장벽 건설이 비상사태를 선포해서라도 해결해야하는 급박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벌어지는 마약, 폭력조직, 인신매매 등은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공화당의 친(親) 트럼프 인사들도 가세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은 17일(현지시간) 미 CBS의 시사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 “지금 우리는 국가 차원의 비상사태를 겪고 있다”면서 “그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짐 조던 하원의원도 이날 미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상사태 선포를 옹호하는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CNN과 ABC, CBS 등 미국 유력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장벽 건설은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필요하지 않은 사안이며, 결국 이는 ‘헌법 파괴’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강력한 성토에 나섰다.

민주당은 일단 비상사태 선포에 제동을 거는 의회 결의안을 추진 중이다. 다수당을 점한 하원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결의안이 53대 47로 공화당이 근소한 우위를 갖고 있는 상원을 통과할지가 관건이다.

만약 공화당에서 4명 이상의 반란표(국가비상사태 반대)가 나온다면 결의안은 통과된다. 그런데 공화당 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비상사태 선포에 대해 공공연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엄격한 3권 분립과 행정부의 권한남용 견제는 보수의 가치를 내세우는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더 중시하는 부분이다. 또 대통령 비상사태 선포를 옹호한 전력이 나중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외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내부에서 제기된다.

반란표 4표 정도는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고, 실제로 결의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사태 선포를 강행하기 위해서는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집기 위해서는 다시 상하 양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특히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거부권까지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비상사태 선포는 그대로 진행되겠지만 이 정도 상황까지 오게 되면 공화당은 내부 분열에 빠지고, 2020년 대선과 의회 선거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잘되면 장벽 건설을 옹호하는 지지층의 결집을 가져올 수 있지만, 잘못되면 공화당의 분열까지도 초래할 수 있는 극약 처방과도 같은 결정을 내린 셈.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민주당의 치열한 정치적 수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 2차 북미 정상회담에도 파장 불가피

일러스트=연합뉴스

 

또 미 정치권을 뒤흔든 ‘국가비상사태’ 폭탄선언은 이제 열흘 가량 남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도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앞선 국가비상사태 선언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부분의 시간을 중국과의 무역협상 문제와 북한 문제가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만 해도 전쟁에 근접할 정도로 가장 큰 위협이었던 북한이 이제는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억류자와 미군 유해까지 송환해 주고 있을 정도로 관계가 진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2차 북미 정상회담도 성공할 것으로 희망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북한 문제 등에서 거둔 자신의 성과나 치적을 강조하면서, 장벽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또한 앞으로 좋은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협상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심지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자신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는 사실까지 공개했다.

이런 논리를 이어가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돌아와 ‘성공을 거뒀다’고 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반드시 이끌어내야만 하는 입장에 처했다.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초조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는 것.

회담의 성과가 미미할 경우 민주당의 반격 등으로 역풍이 거세게 불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둘러싼 정치적 파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주고, 다시 정상회담의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치권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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