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낙태는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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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소설 주홍글씨의 주인공 헤스터 프린은 간통(Adultery)을 상징하는 글자 'A'를 가슴에 달고 교수대에 서지만 끝내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여성의 인권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그녀는 목숨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려 애썼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여성에게 지워진 불평등의 굴레는 벗겨지지 않았다.

간통(Adultery)과 낙태(Abortion)는 공교롭게도 'A'라는 첫 글자를 갖고 있고, 최근까지 여성들게만 강요된 불평등한 주홍글씨의 상징과도 같았다.

정부가 최근 낙태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낙태와 여성인권문제가 다시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법이다.

하지만 그 처벌대상이 여성과 의료인으로 한정돼 있어 편파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 문제에 대한 합헌 여부를 머지않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7년 전에 낙태처벌조항이 합헌이라는 판단이 내려졌지만, 2017년 낙태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심리가 다시 시작됐다.

세계적인 추세는 임심 초기일 경우 대부분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낙태를 엄격하게 다루는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한 곳이다.

낙태는 여성계와 종교계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조사결과 여성들은 대부분(75.4%) 낙태처벌을 반대하고 있고, 그 이유는 여성만 처벌대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낙태의 이유도 한 번쯤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낙태의 이유 중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회활동이나, 학업의 지장((33.4%), 양육이 어려운 경제형편(32.9%)등 사회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사회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낙태를 해야 한다면, 이 문제에 대한 해결도 사회가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임신은 책임이 따르는 무겁고 신성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성교육의 확대가 이뤄져야 하고, 임신의 문제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도 확산돼야 한다.

임신은 당연히 남녀의 문제이고, 오히려 남성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법체계와 사회분위기는 남성의 책임회피를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처벌조항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남성도 처벌대상에 포함시켜야 하고, 낙태를 허용한다면 무분별한 임신과 낙태가 이뤄지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문제를 주도하고 이끌어야할 사회의 주류가 아직까지는 남성이고, 임신의 문제가 여성보다 남성의 책임이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낙태는 분명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의 문제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어떻게 내려지던 낙태문제가 다시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금, 이 문제의 해결방안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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