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美 '고무줄 잣대'에 노트북도 없이 방북한 취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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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금강산 남북공동행사에 취재장비 지참 불허…작년과는 다른 결정
정부 태도에도 비판 목소리…"미 대사관 앞 1인시위라도 해야" 푸념

12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에 참가하는 남측 대표단을 태운 버스가 12일 동해선 육로를 통해 금강산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확대이미지

 

올해 첫 남북 민간교류 행사가 12일 금강산에서 열렸지만 남측 참가자들은 물론 취재진마저 노트북 등의 기본 취재장비도 없이 '빈손 방북'하게 됐다.

7대 종단 수장들과 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 251명은 이날 오전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 참석을 위해 육로를 통해 방북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미국 정부가 지정한 대북제재 대상 물품이라는 이유로 노트북이나 DSLR 카메라 등을 지참할 수 없었고, 이는 취재기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은 북한 등 테러지원국에 미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10% 이상 포함된 제품을 반출할 때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규정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트북 등에 포함된 일부 부품이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미국이 원리원칙대로 하겠다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취재기자에겐 필수적인 장비조차 허용하지 않은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방침이 일관적인 것도 아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남북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12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때에는 이들 물품의 북한 반입을 허용한 바 있다.

그때는 가능했던 게 지금은 불가능해진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시) 이산가족행사는 포괄적 면제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번 금강산 행사에 대해서도 한미 워킹그룹회의를 통해 사전 조율했지만, 미국 측 태도는 그때와 달랐다.

이 당국자는 "아직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날짜)는 다가오고 있어서 이번 행사에는 (노트북 등 반출이) 안 되는 것으로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의 시간이 부족해서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이지 한미 간에 특별히 이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한미 워킹그룹의 결정은 미국 측이 최근 부쩍 강조하고 있는 남북관계 '속도 조절'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 과정과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수동적 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북미협상의 민감성을 감안할 때 정부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미국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다.

개성공단 폐쇄 3주년을 맞아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개성공단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까지 미국 눈치를 보니 한심한 현실"이라며 미국대사관 앞 1인 시위라도 해야겠다는 탄식과 푸념이 터져 나왔다.

북미 간에는 베트남발 훈풍이 불어오는데 정작 남북관계는 여전히 썰렁하다. 올 들어 처음인 뜻 깊은 민간교류 행사조차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게 됐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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