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정권에서 민다(?)' 카더라 통신은 왜 정설이 됐나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뉴스듣기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오늘의 핫뉴스

닫기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 임명에 공정성 시비 일어
역량평가 떨어진 후보에게 재시험 기회를 주면서 의심 키워
유일하게 역량평가 통과한 후보가 언론 인터뷰로 정부 비판
수개월 전부터 "정권에서 00을 민다더라"는 소문 미술계에 파다
이번 정부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교훈 잊었나

윤범모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 (사진=연합뉴스)
윤범모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 임명을 두고 미술계 뿐 아니라 문화계 전체가 시끄럽다. 데자뷰를 보는 듯한 코드 인사 비판에 더해 임명 절차상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고위공무원 역량평가에서 떨어졌던 윤 관장에게 정부가 재시험 기회를 줘서 합격시킨 부분이 발단이 됐다. 역량평가를 통과했지만 탈락한 후보는 억울하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 인터뷰까지 한 상황이다.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둔 '코드 인사'를 위해 정부가 무리수를 뒀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국립 기관장 선임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정부가 미술계의 신뢰를 잃은 주된 이유는 특정 후보를 정부가 밀고 있다는 소문이 수개월 전부터 파다하게 퍼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냈던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사태를 기억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특정 후보를 민다더라'하는 소문이 미술계에 오랜기간 돌았다는 것 자체가 비판받아야 마땅할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문체부는 절차상 무리수를 두면서 '카더라' 소문에 근거(?)를 제공했다. '근거없는 뜬소문'에서 '합리적인 의심'으로 바뀌는 빌미를 정부 스스로 제공한 것.

우선 문체부는 고위공직자가 되려면 거쳐야 하는 단계인 역량평가를 이번에는 굳이 생략하려 했다. 이때부터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소문은 더욱 확산했다.

정말 순수하게 문화예술계의 전문성을 고려해 역량평가를 건너 뛰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의지를 가지고 강력하게 밀어붙이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코드 인사에 대한 의심이 생기고 여론이 악화되자 문체부는 슬그머니 입장을 바꿔 기존대로 역량평가를 실시했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실시된 역량평가에서 최종 후보 3명 중 1명만 통과하고 2명의 후보가 탈락하면서 문제가 커진다.

문체부는 이례적으로 탈락한 후보 두명에게 기회를 줘서 역량평가 재시험을 치렀고, 결국 '카더라' 설의 주인공이었던 윤범모 관장이 자리를 꿰차게 된다.

애초부터 역량평가를 건너뛰려한데다 탈락한 후보에게 이례적으로 재시험의 기회를 준 부분은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타이밍상 어느 때보다도 공정성에 완벽을 기해야 했다.


최초의 외국인 관장이었던 바르토메우 마리 전임 관장은 연임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3년 임기가 끝나자마자 공모 절차를 시작했다.

"3년 단위로 관장이 바뀌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공개적으로 서운함을 내비쳤던 외국인 관장을 밀어내는 자리에 코드 인사에 특정 후보 밀어주기 논란이 더해진다면 해외에서는 우리 미술관을 어떻게 바라볼까.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중요한 자리에 공정성 시비를 자초한 것은 국가적 손해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청주관이 개관하면서 총 4관 체제로 운영돼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술관이 됐다. 올 한 해 예산만 632억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기관이다. 대한민국의 미술계를 이끌어야 할 기관의 장을 선임하는 와중에 탈락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는 것은 기관 전체에 큰 타격이다.

이번 기회에 미술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키고 임명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본질을 다소 비껴가는 해법이다. 오히려 이번 논란은 공정한 공모제의 필요성을 제대로 환기시키고 있다. 왜 이번 정권에서 'OO을 민다더라'는 소문이 꽤 오랫동안 퍼지게 됐는지, 왜 문체부는 굳이 탈락한 후보에게 재시험 기회를 줬는지가 미술계 관계자들과 국민들은 더 궁금하다.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 상태에서 이제와서 임명제로 바꾼다는 것은 대놓고 코드 인사를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지난 정권의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로 무수한 문화예술인들과 힘없는 하위 공무원들까지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환기한다면 공모 과정에 '정권에서 누구를 민다더라' 같은 카더라 통신은 적어도 이번만큼은 없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추천기사

클릭! 똑똑한 소비생활

많이 본 뉴스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유투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저작권자 ©CBSi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