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창호에게 씌워진 프레임, 당랑거철(螳螂拒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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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수 칼럼]

성창호 부장판사.(사진=연합뉴스)
“법과 양심에 따라야 할 판결이 보신과 보복의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개혁에 맞서려는 적폐세력의 저항은 당랑거철일 뿐이다. 반드시 국민의 힘에 의해 제압될 것이다.”

31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모두발언이다.

당랑거철(螳螂拒轍)은 중국의 고서 회남자(淮南子) 등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사마귀가 수레를 막는 것처럼 자기 분수를 모르고 상대가 되지 않는 사람이나 사물과 대적한다는 뜻이다.

홍 대표에게 개혁이라는 수레를 막는 당랑(螳螂), 사마귀는 1심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이다.

성창호 부장판사에게는 ‘여전히 사법부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양승태 적폐사단’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사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자 양승태 적폐사단이 벌이고 있는 조직적인 저항의 연장선상’에서 판결을 했다는 것이다.

이 프레임에서 민주당은 전날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사법농단에 관여되어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에서 판결을 내리고 있는 판사’들을 청산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성 부장판사를 사실상 ‘사법농단 관여’세력으로 판단하고 탄핵대상이 되는지 검토에 들어갔다.

성 부장판사는 하루아침에 양승태 적폐사단, 수레를 막는 당랑이 되고 사법농단 관여세력이 돼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민주당이 성 부장판사에게 덮어씌운 프레임은 과연 제대로 됐고 맞는 것인가.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 보면 그렇다고 보기 힘들다.

그 프레임은 막연한 추정과 의혹에 지나지 않다.

출발점은 김경수 도지사 1심에서 ‘합리적인 법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징역 2년 실형에 법정구속이라는 판결을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것을 드루킹 일당이 말을 맞춰 조작하려한 ‘여러 오염증거들을 그대로 인정’한 ‘짜맞추기 최악의 판결’이라고 주장한다.

최악의 판결을 하게 된 것은 성 부장판사가 양승태 적폐사단의 일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승태 적폐사단이라는 이유로는 성 부장판사가 ‘양승태 사법부의 비서실 판사’로 2년간 근무했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하지만 양승태 사법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는 것만으로 양승태 적폐사단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굉장한 비약과 무리수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말 그렇다면 이번 선고 전에 이것을 문제 삼아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는 것이 옳았으리라.


여러 오염된 증거들로 짜맞추기 판결을 했다는 것도 지극히 주관적인 추정과 의혹일 뿐이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타당한 증거에 입각한 합리적인 판결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거도 없이 재판부를 적폐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전쟁을 선포하고 나서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더 문제되는 것은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것이 살아있는 권력인 집권 여당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앞으로 열릴 재판에 큰 압력으로 행사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놓고 판사가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리기를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법조계에서 우리 헌정의 기저에 놓인 삼권분립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그동안 침묵하던 김명수 대법원장도 1일 “(판결에 대한 비판이) 도를 넘어서 표현이 과도하거나 재판을 한 개개의 법관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가는 것은 재판 독립의 원칙이나 법치주의의 원리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늦었지만 사법부 수장으로 당연한 발언이다.


재판은 1심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1심이 잘못됐다면 2심에서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 우리 민주주의 법질서이다.

그에 비춰보면 1심 판결 이후 곧장 당랑거철이라며 ‘적폐세력의 저항’이라는 프레임으로 몰아간 민주당의 대응은 너무 성급했다고 본다.

그것으로 당장의 분노는 표출했을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우리 민주주의에 불행이 될 수 있다.

사법부와 재판에 대한 불신과 헌정질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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