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설날, 가족 호칭 편하게 부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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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한 칼럼

(사진=스마트이미지)

 

설 명절을 보내는 여성에겐 가사 노동 못지않게 성차별적 비대칭 호칭 사용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다.

결혼한 남성은 여성 배우자 가족에 대해 '처가, 처남, 처제'라고 부르는 데 반해 여성은 남성 배우자 가족에 대해 '시댁, 도련님, 아가씨'라고 높여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대화에서도 자주 불편함을 느낄 텐데, 온 가족이 모인 명절엔 얼마나 당혹스러울지 깊이 공감한다.

이러한 성 차별적 비대칭 호칭은 대가족 남성중심사회에서 유래된 언어 습관 가운데 하나이다.

도련님은 도령이라는 총각을 대접하는 말에 '님'까지 붙여 높여 부른 말이고, 아가씨도 지체 높은 집안의 딸을 지칭하는 '아씨'에서 유래 됐다고 한다.

하지만 혈연 중심의 가부장적 대가족제도는 급속히 해체되고 있다. 남녀 차별적 상속법 폐지 등 성차별적 법률과 제도는 해마다 크게 바뀌고 있다.

이미 개인을 중심으로 한 핵가족이 우리 가정의 주류 형태가 됐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남녀 역할론이 가정 내 중심 가치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친가와 외가의 비중도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육아를 중심으로 여성측, 즉 외가의 영향력은 친가 쪽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남성들이 여성 배우자의 부모를 장인, 장모라고 부르는 대신 아버지, 어머니로 부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결혼 후 사용하는 호칭 문제에 대해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이 50여건 넘게 올라왔다.

또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호칭 사용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6%정도가 현재 사용하는 비대칭적 가족 호칭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반영해 국립국어원에선 배우자의 손아래 동기를 부르는 호칭을 '00(이름)씨, 동생(님) 등으로 부르는 호칭 정비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성 가족부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2일까지 4주에 걸쳐 가족 호칭에 대한 인식과 대안을 묻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가가 사적인 생활에 너무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 않지만 표준 화법이란 언어 규범을 통해 세대간 언어충돌 등 불편함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더욱이 명절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세대간, 집안간 불편과 갈등만 키운다면 그런 명절은 없느니만 못하다.

부부사이를 비롯해 사돈 간에도 서로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를 지켜줄 언어 예법을 만드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제 사회적 논의 과정이 시작된 만큼 변화된 시대에 걸 맞는 가족 호칭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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