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쏘왓] 홍석천도 손혜원도 걱정하는 젠트리피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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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한 골목 '경리단길' 임대료 4년간 40%올라→외국인·아티스트들 떠나
이태원 공실률 21.6%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아…1층 공실률도 눈에 띄어
홍대, 서촌 등 서울 넘어서 부산 감천문화마을, 대구 김광석거리 등 전국화 양상
자영업자 일자리 잃고 소비자들은 단골집 잃어, 관광지도 잃는 셈
상가임대차보호법 국회 통과됐지만 소급 적용 되지 않아 아직 효력 발휘 못해, 단기 계약 꼼수도 문제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홍영선 기자의 <쏘왓(so what)="">

◇ 임미현> 화요일 코너 <홍기자의 쏘왓=""> 입니다. 오늘도 내 경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뉴스 알아보는 시간이죠? 경제부 홍영선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주제는 뭔가요?

◆ 홍영선> 방송인이자 성공한 요식업자로 이름을 알린 홍석천씨가 최근 서울 이태원에서 운영하는 자신의 가게 두 곳의 문을 닫는다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을 지목했고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목포 원도심에 건물을 사들여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문화 알박기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만든 장본인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데요.

오늘은 핫한 골목도 무너지게 한다는 그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 임미현> 이태원 경리단길 하면 이색적인 맛집과 특유의 문화가 어우러져서 데이트 명소로 손꼽히는 곳 아닌가요? 근데 젠트리피케이션이 확산됐다고요?

◆ 홍영선> 네 젠트리피케이션이라 하면 이른바 뜨는 상권에서 임대료가 치솟아 그곳에서 임대를 해서 식당이나 카페를 하는 자영업자들(원주민들)이 결국은 장사를 하지 못한 채 밀려나는 현상을 말하잖아요?

이태원 주요 골목이 임대료가 비싸다보니 이 경리단길 쪽으로 젊은 아티스트들이 와서 작업을 하고, 또 외국인들이 이국적인 식당을 열면서 많은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곳이었는데요. 방문객들이 넘쳐나다보니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높이고 아티스트들이나 상인들이 그걸 버티지 못해서 떠나게 되버리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주 금요일 오후 경리단길을 찾아 갔는데요. 입구부터 약 20분간 걸으면서 올라가는데도 1층에 빈 가게가 대략 10곳이 넘었고요. '임대' 딱지만 덩그러니 붙어 있어서 휑한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곳곳에 대형 프랜차이즈 가게들을 보니 '경리단길이었나?'싶기도 했고요.

경리단길에서 7년 동안 식당을 해온 외국인 MJ의 말 들어보시죠.

"방송이나 SNS 등에서 핫하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그걸 보고 건물주들은 월세를 많이 올리다보니 독특한 가게들이 버티다 사라지게 됐죠. 결국 손님이 없어지고 장사가 안되는... 악순환이에요.

옛날에 이 경리단길에는 나같은 외국 사장님들이 많았어요. 거의 70%가 외국인들이 하는 곳이었는데...비싼 권리금 내고 들어와서 빈손으로 떠난 사람이 많아요. 나도 안 괜찮아요. 근데 어떡해요. 살아야 하니까. 그만큼 투자했는데 어디가도 비싸니까. 그래도 계속해서 찾아오는 손님들 덕분에 버티고 있는 거죠"

◆ 홍영선> 아예 문을 닫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을 했다는 현수막이 나부끼기도 했고요. 특히 맛집으로 소문난 곳들이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다 보니 근처 상인 분들 입장에선 걱정과 불안이 교차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경리단길에 위치한 한 카페의 주인입니다.

"예전에는 경리단길 거리에 와서도 '경리단길 어디에요?, '이 맛집은 어디로 가면 되어요?' 이런 질문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좀 덜하죠. 일부러 맛집 찾아왔다가 다른 곳도 가고 하는건데...

저만해도 이 인테리어를 제가 다 한건데 어떻게 훅 나가겠어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죠. 정말 떠나기 싫었을 텐데... 거기다 권리금까지 포기한 건데... 임대료가 워낙 비싸고 장사가 예전만 못하니까... 겨울이라 춥고 미세먼지까지 심해서 더 심한 부분이 있긴 한데 걱정이죠"

젠틀리피케이션이 진행중인 경리단길 모습. (사진=홍영선 기자)

 


◇ 임미현> 실제로 이 경리단길 임대료는 얼마나 올랐나요?

◆ 홍영선> 지난 4년간 40%나 임대료가 올랐습니다. 경리단길 부동산을 둘러봤는데 평균 임대료가 250만원이더라고요. 방문객 증가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문을 닫는 상가들이 많아져 예전만큼의 매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됐는데도 한 번 오른 임대료는 잘 내려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이태원이 21.6%로 상당히 높았고요. 신촌 6.6%, 명동 6.4%, 종로 5.3%, 강남대로 2.6% 였습니다.

◇ 임미현> 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경리단길 뿐이 아니라고요?

◆ 홍영선> 네 연남동과 망리단길, 홍대, 서촌, 북촌, 대학로, 성수동 등 서울을 넘어서 부산 감천문화마을, 광복로, 대구 김광석거리, 광주 카페거리 등으로 전국화되는 양상입니다.

◇ 임미현> 이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확산된다? 자영업자들에겐 삶의 터전을 뺏기는 일일 텐데요.

◆ 홍영선> 네 경리단길이 대표적인데요. 이곳은 초기에 제가 앞에서 만나봤던 외국인이나 아티스트들이 소규모 자본으로 자기만의 이색적인 식당과 카페를 열었던 곳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결국 권리금도 못 버티고 나가게 되면 돈을 벌기는커녕 투자했던 돈까지 포기하는 셈이 됩니다. 결국 외국인 사장들 가운데는 고국으로 돌아간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고요.

◇ 임미현> 그렇겠어요. 젠트리피케이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자영업자가 아닌 사람들에겐 어떨까요?

◆ 홍영선> 저는 집이 좀 멀어서 자주는 못 왔지만, 그래도 몇년 전 경리단길 어느 맛집을 갔었는데 사라졌더라고요. 지난 주에 만난 시민들도 '내 단골집'이 사라진 것에 대해 상당히 아쉬워했습니다.

경리단길에서 만난 이동희(23)씨입니다.

"해외 음식을 좋아해서 많이 왔었는데 오늘 그 곳에 가려고 했는데 닫혀 있더라고요. 방송에서도 알아주는 맛집이고 잘 나갔었는데... 데이틀 할 때 자주 가던 맛집도 있었는데 단골집이 사라진 거잖아요. 전보다는 이쪽 상권이 많이 죽은 거 같아서 아쉬워요."

◆ 홍영선> 경리단길이나 서촌 등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사랑 받는 곳이지만, 외국인들도 선호하고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젠트리피케이션이 확산돼 결국 상권이 완전히 무너지게 되면 우리나라 관광지 하나를 잃는 셈이나 다름 없죠.

◇ 임미현>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이 문제가 되어서 국회에서도 움직임이 있었죠?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된 걸로 아는데요?

◆ 홍영선> 네 국회에서 지난 해 9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됐고요.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 상생협약표준안을 고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면 보증금 인상률을 한도 5% 이하로 하고 계약갱신요구권도 10년 이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기간도 '임대차 종료 3개월 전'에서 '임대차 종료 6개월 전'으로 확대됐습니다.

최초 임대차 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 기간이 10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건데요. 기존에는 상가임대차계약이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5년을 넘을 수 없어 인테리어비용 등으로 투자한 금액을 회수할 수 없고 영업을 안정적으로 계속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조금이나마 임차인 권리가 확대된 것이죠.

◇ 임미현> 법이 지난 해 통과됐는데도 홍석천씨나 다른 자영업자들은 치솟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건가요?

◆ 홍영선> 법이 지난 해 9월에 통과됐지만 고시가 된 건 그 이후고요. 소급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에 계약했던 임차인들에겐 새로운 법이 소용이 없는 것이죠. 또 일각에서는 법이 바뀌어 상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연 5%로 규정하고 있지만, 건물주가 1년 단위 단기 계약을 하며 매년 5%씩 꾸준히 임대료를 높이는 '꼼수'도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픽=김성기 감독)

 


◇ 임미현> 이게 모든 일이 그렇듯 법만으로는 역시 해결이 되지 않네요.

◆ 홍영선> 네 법 뿐 아니라 건물주와 자영업자, 또 정부나 지자치단체까지 상생을 위해 협력 하는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골목길 자본론'의 저자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말 들어보시죠.

"지역 내에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건물주, 상인들 다 모여서 어떻게 하면 우리 골목의 특색을 살리고 사람을 모을 수 있는지 고민을 해야 할 것이고, 정부나 지자체는 골목 특색에 맞는 공공시설에 투자해서 상인들을 지원해줘야 합니다. 삼청동이면 전통 문화, 이태원이면 외국인 문화 같은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이를 훼손하는 걸 방지해야 하죠.

또 혁신적인 소상공인들, 이를테면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문화나 건축 기반의 공간을 기획해서 골목상권을 키웠는데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혁신적 소상공인들이 개척해서 키워낸 골목들이 서울에만 30여개가 있는데, 이들의 역할에 주목하고 키워 내는게 중요하죠."

◇ 임미현> 해외에서는 이미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낸 사례가 있다고요?

◆ 홍영선> 네 영국 런던시는 해크니구 쇼디치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임대료 상승으로 이곳에서 밀려날 처지에 놓이자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예술가들을 위한 건물을 지어 분양했고 구의회는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을 위한 컨설팅과 자금 조달 등을 지원했고요. 해크니협동조합은 지방정부나 기업으로부터 건물을 임차 또는 기부 받은 뒤 이를 예술가들에게 다시 임대했습니다. 이를 통해 얻는 수익은 지역 문화사업 등에 재투자해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에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죠.

경리단길에 있는 빈 점포 모습. (사진=홍영선 기자)

 


◇ 임미현> 국내에서는 성동구의 사례가 주목할 만 하다고요?

◆ 홍영선> 성동구는 성수동을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하고 건물주와 임차인의 상생협약을 주선했습니다. 그 결과 2017년 하반기 이 지역에서 임대차 계약을 갱신한 업체 64곳 중 50곳이 임대료를 상승 없이 재계약을 했고요. 이들 업체의 임대료 평균 인상률은 상생협약 이전인 2016년 18.6%에서 2017년 하반기 4.5%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 임미현> 이런 사례들 참고해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문제가 되는 핫한 골목들이 다시 명성을 되찾았으면 좋겠네요.

◆ 홍영선> 경리단길의 한 카페 주인은 "이곳에 와서 좋은 일이 있었다는 분들의 기억을 오래도록 지키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홍석천씨도 경리단길 살리기를 위해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준비한다고 했는데요. 구체화된 움직임을 위해 현재는 공부 중이라고 하고요. 곧 다시 핫한 경리단길로 놀러가는 일이 생길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임미현>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홍영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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