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기자라는 타이틀은 방편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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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으로 변신하는 언론인 출신 '폴리널리스트'

청와대 자료사진(사진=황진환 기자)

경향신문 뉴콘텐츠팀장이었던 이인숙 기자가 폴리널리스트(언론인 출신 정치인)로 변신 중이다. 목적지는 청와대.

이 전 기자는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행정관으로 옮기기 위해 인사검증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윤도한 신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MBC 출신)과 지난 9일 여현호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한겨레 출신)에 이어 2019년 들어 기자가 청와대로 가는 세 번째 사례가 됐다.

지난 8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후임에 임명된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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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기자는 인사 직전까지 권력을 감시한다는 언론인이었지만 지금은 그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됐다.

현직 기자의 청와대행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다.

심지어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회의에서 "언론인이 청와대 직행 금지법을 발의하고자 한다"며 법제화까지 시사했다.

폴리널리스트는 사실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청와대, 국회로, 정당으로 명함을 바꾸는 기자들은 많았다. 제헌국회 때 부터 있던 관행이었다. 제1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이전 직업 역시 언론사 주필이었다.

폴리널리스트가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일반적이지만 절대 쉽지 않은 방법 중 하나는 '후보'가 되는 방법이다. 이왕이면 좋은 지역의 '후보'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좋은 지역이란 공천만 되면 당선이 보장되는 텃밭을 말한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서울신문 논설위원 출신인 박대출 후보는 경남 진주갑 새누리당 공천권을 획득했다. 경남 진주는 전통적으로 보수당이 꽉 잡고 있는 지역이다. 14대 총선 이후 지금까지 진보진영 인사가 당선된 사례가 없는 곳이다. 지역구의 현직 의원도 폴리널리스트인 조선일보 출신 최구식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공천을 받아도 낙선한 폴리널리스트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배현진 전 아나운서다. MBC 아나운서였던 배씨는 2017년 12월 회사를 떠난다. 3개월 뒤 배씨는 자유한국당에 입당했고 다음 달인 4월, 서울 송파을 재선거에 출마하고 후보까지 됐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자유한국당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이 지난 4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6.1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송파을 지역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그나마 배현진 아나운서는 후보라도 됐지만, 예비후보로 머문 폴리널리스트들도 적지 않다.


2018년 서울 송파을 재선거에 출마한 박종진 전 앵커가 대표적이다. MBN에서 주가를 높이던 2008년, 박 전 앵커는 회사를 그만두고 제18대 국회의원 서울 관악을 지역구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다. 하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고 MBN으로 다시 복귀했다.

이후 박 전 앵커는 채널A, TV조선 등을 거쳤고 우여곡절 끝에 바른미래당 공천을 받고 2018년 서울 송파을 재선거에서 후보 지위를 얻기는 했지만 이번엔 본선에서 다시 고배를 마셨다. 박 전 앵커는 최근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비례대표도 전략도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MBC 출신인 김성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0번으로 당선이 됐다. 조선일보 출신 강효상 후보도 새누리당 비례대표 16번을 배정받으며 안정적으로 당선됐다.

(사진=김성수 의원 네이버 프로필 캡처)

유력 정치인의 선거 캠프를 통해 정치계로 입문하는 방법도 있다. 보통 언론 특보, 방송 특보, 홍보 담당, 대변인 타이틀을 활용한다.

언론인이 정치인 캠프로 대거 이동한 시기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때다. SBS 곽경수, MBC 구본홍, KBS 양휘부, CBS 김용한, 조선일보 진성호, 동아일보 최규철, 연합뉴스 서옥식, 경향신문 임은순... 이름을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언론인이 이명박 후보의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언론특보, 방송특보였던 이들은 이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청와대나 정부 부처, 공공기관 등에 안착했다. 이후 공천을 받은 사람은 국회의원에 출마해 폴리널리스트로 완벽하게 업그레이드 한다.

캠프 활동 경력 없이도 곧바로 청와대로 직행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앞서 거론한 이인숙 전 기자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과 여현호 국정홍보관 외에도 그들보다 문재인 청와대에 먼저 들어간 김의겸 대통령비서실 대변인(한겨레)도 있다.

전 정권 때인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윤창중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 때도 이동관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도 정권 시작과 함께한 유명한 폴리널리스트다.

윤창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이 지난 2012년 12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1차 인수위 인선안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드물지만, 정치인에서 시작해서 언론인으로 온 사례도 있다. 4선 국회의원에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역임한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다.


최 의원은 1978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사무관이 됐다. 1997년에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보좌관이 되며 정치인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1999년 5월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논설위원 겸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언론인이 됐다.

이후 부국장까지 지낸 그는 2002년 이회창 대선 후보 경제특별보좌관을 맡으며 완전한 정치인으로 돌아섰다. 지금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특활비 1억 수수'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강원대 김세은 교수는 2017년 발표한 자신의 논문 <한국 '폴리널리스트'의 특성과 변화>에서 제헌국회 때부터 지금까지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이 377명에 이른다고 했다.

국회의원이 된 숫자가 그렇다는 거다. 다른 방법으로 폴리널리스트가 된 사람은 집계조차 할 수 없다.

언론인라는 타이틀은 정치인이 되기 위한 방편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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