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올린 동기와 학교 다녀…의대 여학생 70% 성차별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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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절반 언어폭력, 여학생 70% 성차별 느껴
"전공의 시험 전 합격자 미리 정해지는 어레인지 관행도 여전"
특정 과 가려고 동아리도 들었지만 "여잔 군대 안 가서", "임신해서" 탈락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여자는 임신하니까", "여자는 군대에 안 가니까", "치마 입으니까 보기 좋네", "이 환자는 겨드랑이 털도 안 밀었네. 너는 밀고 다니니."

국가인권위원회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연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나온 성차별·희롱성 발언들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권 침해를 당해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의대생들의 이야기와 인권위의 용역으로 인권의학연구소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성희롱성 발언은 일상적이었다. 여학생의 37.4%는 언어적 성희롱을, 18.3%는 신체적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차별적 발언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여학생은 남자보다 1.6배 높은 72.8%에 달했다.

최규진 인하대학교 의학대학 교수는 "의대 기숙사 통금시간 전 여자 후배를 자취방에 부르는 사건도 비일비재하고 화장실 몰카범이 드러나도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여자 동기가 찍힌 화장실 몰카를 동기 단톡방에 올려도 해당 남학생이 사회봉사와 반성문을 쓰는 것으로 징계는 일단락됐다. 심지어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도 안돼 학교를 같이 다녀야 했다.

특정 과에선 여성 전공의를 뽑지 않는 '어레인지 관행'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어레인지 관행'은 전공의 시험을 보기 전에 전공 학과가 정해지는 관행으로, 성 차별은 물론 특정 동아리나 지역 출신만 뽑는단 지적이다.

이러한 관행이 이어져 온 데엔 미흡한 의료기관 평가인증 기준이 있다.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장은 "직원 안전 항목에 직장 내 폭언, 폭행, 성희롱 금지 항목 ᅟ있지만, 실습과정에 있는 의대생 인권침해, 차별 내용은 담고 있질 못하다"며 "여성 전공의 뽑지 않은 과가 있고, 평가원 기준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공정한 평가라고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 소장은 또 "인권위가 전공의 선발과정과 운영에 대한 실태조사를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12월 복지부에서 발족한 성평등 자문위원회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김새롬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부회장 당선자는 "병원 내 의과대학내 성폭력 사건도 자문위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성폭력 자문위에 의료계 학생을 자문위 포함시켜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실태 조사는 인권위가 2017년 부산대학교병원 전공의 폭행 사건에 대해 직권 조사한 것을 계기로 진행됐다. 설문 조사에는 전국 40개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1763명(남학생 1017명, 여학생 743명)이 참여했다. 조사는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의대생 10명 중 5명(49.5%)은 언어폭력을 경험했고, 16%는 단체기합과 같은 신체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학생의 37.4%는 언어적 성희롱을, 18.3%는 신체적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차별적 발언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여학생은 남자보다 1.6배 높은 72.8%에 달했다.

하지만 폭력, 성희롱 등을 겪고도 신고한 이들의 비율은 3.7%에 그쳤다.

대부분 신고하더라도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고 △처리 경과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거나 △2차 가해와 보복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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