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가 스포츠 개혁 세력 겁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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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구타로 얼룩진 체육계 여전한 '꼬리자르기' 비판
"퇴출 발언…'여기서 더 나가면 없어질 줄 알라'는 협박"
"책임은 빙상개혁 외친 젊은빙상인연대에 쏠릴 수밖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핌픽파크텔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성폭력·구타로 얼룩진 체육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와중에 대한체육회가 '꼬리 자르기' 식 대책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높게 인다.

지난 22일 밤 '체육계 절대권력 이번엔 바뀔까'라는 주제로 마련된 MBC '100분 토론'에서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정윤수 교수는 "대한체육회는 발빠르게 출구 전략을 만들고 있을 뿐"이라며 "빙상연맹을 퇴출한다는 것은 마치 어떤 재난 사고가 생겼을 때 해경을 해체한다는 식의 반복적인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지난 21일 민간으로 꾸려진 혁신위원회 진상조사 뒤 심각한 문제가 발견될 경우 빙상연맹 퇴출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 교수는 "(대한체육회) 모든 출구 전략은 근본적인 대안이나 인적 청산, 구조 개혁보다는 당장 정부 각 부처에서 원하는 바를 한 발 빠르게 한다든지, 언론 등에서 호기심을 가질 만한 사안부터 하는 식"이라며 "오히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금 이 상황에서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까지 고려하는 최고 수준 단계부터, 빙상연맹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 함께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함은주(전 하키 선수)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이번 대한체육회장 발표가 협박으로 들렸다"고 운을 뗐다.

"대한체육회장이 체육에 대한 철학과 애정을 지닌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체육회 목적이나 기능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도 선수 기량·생명·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빙상연맹 퇴출시키겠다' '해체할 수도 있다'는 식의 선언은 빙상인들에게는 '여기서 더 나가면 협회 자체가 없어질 줄 알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함 위원은 "현실적으로 대한체육회 협회 가입·퇴출 규정상 사실 (빙상연맹을) 해체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한체육회 가맹단체에서 탈퇴시킨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대한체육회로부터 지원 등 안전 장치가 없어진다"며 "선수들 입장에서는 굉장한 협박으로 들릴 수 있는 문제다. '대한체육회장이라는 분이 선수들을 두고 저런 식의 발언을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어이가 없었다"고 질타했다.

◇ "이기흥 회장 착각…국민들은 해체 수준에 가까운 대한체육회 혁신 요구"

박동희 스포츠 전문기자 역시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내세웠던 작전명이 '충격과 공포'였는데,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의 작전명은 '겁박과 꼬리 자르기'였다"고 꼬집었다.

"해체가 아니라 제명이다. 대한체육회에서 제명되면 국가대표 훈련비를 비롯한 보조금을 못 받고 국제대회에도 못 나간다. 그렇게 되면 '이 모든 책임은 빙상개혁을 외쳤던 젊은빙상인연대에게 있다'고 쏠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빙상인들에 대한, 스포츠 개혁 세력에 대한 겁박이라고 본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이기흥 회장이 심석희 선수와 전명규 교수를 불렀다. 심석희 선수는 그때 폭행 피해자였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 회장은) 심석희 선수 앞에서 '내가 책임지고 조재범 다시 돌아오게 해 줄게'(라고 말했다). 폭행 피해자 앞에서 폭행 가해자를 돌아오게 해 준다니 심석희 선수가 얼마나 놀랐겠나. 그런데 우리가 대한체육회에 질의했을 때는 '우리 회장님은 그런 자리를 가진 적도, 말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어제(21일) 전명규(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교수가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면서) '논개 작전'으로 대한체육회장이 그런 말을 했던 사실이 있다고 했다."

박 기자는 "이 문제에 대해 대한체육회장이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슈를 이슈로 덮는 아주 전형적인 구태의연한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젊은빙상인연대 여준형 대표 역시 "우리가 빙상 개혁을 위해 일하는 와중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현장에 있는 지도자·학부모·선수들에게 굉장히 미안했다"며 "좋은 의미로 했는데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고 죄송한 마음이 첫 번째였다"고 토로했다.

여 대표는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대한체육회나 빙상연맹이 하는 게 똑같다는 것"이라며 "결국 피해자는 선수들인데 2차 피해를 더 주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피해는 결국 선수들에게 가는 구조"라고 전했다.

이어 "(빙상)연맹은 항상 그랬다. 문제가 생기면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리고 책임자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는 그 상위기관으로서 똑같이 한다. '빙상연맹이 문제있으니 너희 징계받아'라고 하지만 대한체육회에서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이것을 봤을 때는 똑같다. 이렇게 해서는 절대 문제가 해결된다든지, 이러한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의원은 "이기흥 회장이 뭔가 착각을 하는 것 같다. 국민들은 빙상연맹이 아니라 대한체육회를 해체 수준에 가깝게 혁신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혁신을 해야 할 대한체육회는 여전히 사조직으로 그대로 두면서 빙상연맹을 해체하겠다고 한다. 국민들과 빙상인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발언이었다고 본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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