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캐슬' 평행이론…왜 '경계人' 염정아에 더 열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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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경계에 놓인 다면적 캐릭터 지지
"현실적인 욕망이 모든 말과 행동 원동력"
'하얀거탑' 출세욕 야심가 장준혁 닮은꼴
욕망에 맞서는 이상적인 인물상 '민폐'로
정신과 전문의 "플린효과…현실성 관건"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배우 염정아가 연기한 한서진(왼쪽)과 '하얀거탑'에서 김명민이 맡은 장준혁. 현실적 욕망을 지닌 두 캐릭터는 극중 대립각에 놓인 이상적인 인물상을 뛰어넘는 대중의 지지를 얻었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사진=JTBC·MBC 제공)

 

우리네 입시경쟁 그늘을 다룬 화제작 '스카이캐슬'은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이 사회 문제를 곱씹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확인시켰다. 흥미로운 대목은 극중 자녀 교육이라면 물불 안 가리는 캐릭터 한서진(염정아)에 대중이 열광한다는 사실이다.

관계 전문가들은 과거 '권선징악'이라는 평면성을 넘어서는, 현실에 뿌리내린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요구하는 시대 분위기가 내적 갈등을 겪는 다면적인 캐릭터를 불러내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드라마 '스카이캐슬' 주인공 한서진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는 뚜렷이 구분짓기 어려운, 경계에 놓인 캐릭터다. 그는 사회적 편견에 예민한 탓에 스스로를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으로 포장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자녀 교육에 대한 집착 역시 그러한 욕망의 연장선상에 자리잡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은 22일 CBS노컷뉴스에 "이번 염정아씨 역할 같은 경우 현실적인 욕망이 모든 말과 행동의 원동력이라는 점을 다소 직접적으로 표현했다"며 "실제 부모들도 자녀 인성 교육과 학벌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우리 자식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고민을 이 캐릭터를 통해 갖게 되는 셈"이라고 봤다.

'스카이캐슬' 한서진과 닮은꼴인 캐릭터로는 대학병원 의사들 사이 치열한 권력 다툼을 그린 드라마 '하얀거탑'(2007) 주인공 장준혁(김명민)을 꼽을 수 있다.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외과의로서 그는 환자 생명보다 질병 연구에 더욱 집착하는 출세욕 가득한 야심가다.

이때 한서진·장준혁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스카이캐슬' 이수임(이태란)과 '하얀거탑' 최도영(이선균)이 그 면면이다. 두 인물은 각각 이상적인 부모와 의사의 전형으로서 사려 깊은 말과 행동으로 소신을 지키며 욕망에 맞선다.

하지만 대중은 오히려 이들을 '민폐' 캐릭터로 규정짓고 과거 장준혁에 이어 현재 한서진을 응원하면서 감정을 이입하는 모습이다.

김교석은 "한서진과 장준혁은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니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무조건 악한 동기로 움직이지 않을 뿐더러 고뇌와 갈등이라는 현실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 수준 있는 서사를 지닌 드라마라면 동기 자체가 평면적이지 않은, 다면성을 지닌 캐릭터를 통해 긴장감을 자아내는 효과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 "현실에 발붙인 캐릭터…욕망하는 대중적 삶 반추·성찰 여지 넓혀"

드라마 '스카이캐슬' 스틸컷(사진=JTBC 제공)

 

'스카이캐슬' 한서진과 '하얀거탑' 장준혁으로 대표되는 다면적인 캐릭터를 향한 대중의 지지를 '플린효과'(Flynn Effect), 즉 시간이 흐르면 집단 지능지수(IQ)이 높아지는 현상으로 설명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은 같은 날 "결국 관건은 현실성"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플린효과는 집단 IQ가 10년마다 3씩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에서 얻은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IQ 100인 사람이 만약 30년 전으로 간다면 (당대 같은 아이큐를 지닌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똑똑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를 드라마에 적용한다면 '스카이캐슬'이 30년 전 방영됐다면 소수 마니아만 열광했을 이야기다."

최 소장은 "플린효과로 봤을 때 현대 대중의 요구에 맞추려면 드라마 구조도 점점 복잡해져야 하는 기술적인 문제가 생긴다"며 "이때 주인공이 굉장히 다양한 감정과 행동에 놓이는 '다면성'은 효과적인 요소"라고 분석했다.

이는 '집단'을 중심에 둔 시대에서 '개인'이 강조되는 시대로 옮겨오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최 소장의 진단이다.

그는 "인간 개개인은 모두 다면성을 지녔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 집단이나 대중의 위치에 놓이면 무조건 선한 편이 이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하지만 요새는 그 집단의식이 약화되는 흐름 안에서 '권선징악'은 유치하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과거 대중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현실에서 쌓인 복잡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면이 컸다. 착한 주인공이 매번 당하다가 통쾌한 반전을 이끌어내야 하는 구도가 주를 이룬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스카이캐슬' 염정아씨 역할을 봤을 때 시어머니와 관계에서는 피해자, 남편과는 과거 가해자에서 현재 피해자, 딸과는 가해자와 피해자로 서로 얽힌 복잡한 구조다. 현재 대중은 이러한 다면적인 캐릭터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셈이다."

최 소장은 "지금 우리가 충(忠)이나 효(孝)와 같은 대의를 강조하는 중국영화를 보면 유치하다고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희생, 애국심과 같은 집단 가치들은 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무너져내린다. 집단 가치의 부재는 모든 선진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에 발붙인 드라마 캐릭터는 실제 사회 욕망에 노출된 대중이 스스로 삶을 반추하고 성찰할 수 있는 여지를 보다 넓히는 측면이 있다"며 "다양한 내적 갈등을 겪는 개인이 중심에 선 시대로 인해 이러한 복잡한 캐릭터를 수용할 수 있는 감정 이입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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