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미국 동물단체도 안락사를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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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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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케어' 공식 페이스북 캡처)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비교적 일찍 시작되고 활발했던 미국은 거의 모든 동물단체들이 안락사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구조한 동물을 몰래 안락사한 것으로 논란이 된 동물권 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가 지난 11일 공식 페이스북에 게시한 입장문 내용이다.

'케어'는 입장문에서 미국의 사례를 들며 국내에도 합리적인 안락사 시스템이 도입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동물 단체들이 안락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미국의 대표적 동물보호단체 ASPCA, HSUS의 안락사에 대한 입장문.

 


입장문의 내용과 같이, 미국의 주요 동물보호단체들은 모두 인도적인 안락사에 찬성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 HSUS(The Humane Society of the United States)는 홈페이지에서 "안락사를 없애려는 목표"를 바탕으로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보호소에서 안락사가 유일한 선택이라고 결정할 때"에는 동물들이 인도적인 방식의 안락사를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HSUS는 '안락사는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안락사를 실시하게 된다면, 가장 인도적인 '승인된 약품 주사' 방식의 안락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또 다른 큰 동물보호단체 중 하나인 ASPCA(American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 역시 '안락사에 대한 입장문(Position Statement on Euthanasia)'을 다음과 같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상태다.

[ASPCA가 안락사를 지지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특정 상황에서 안락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많은 지역에서는 적절한 집보다 반려동물(pet)이 더 많다. ASPCA는 입양되지 못한 동물들이 영양실조, 질병, 트라우마와 같은 고통을 겪기보다는 존엄하고 고통 없는 죽음을 맞이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HSUS, ASPCA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호소 정책 및 가이드라인에도 '안락사가 꼭 필요한 경우 인도적으로 실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국 유명 동물보호단체 PETA의 보호소 정책을 설명한 인포그래픽. PETA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시행한다고 적혀 있다. (사진=PETA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는 홈페이지에서 안락사 정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미국 동물보호소는 매년 약 600~800만 마리의 동물들을 다뤄야 한다. 일부는 주인에게 돌아가거나 입양되지만, 약 400만 마리는 갈 곳이 없다… 중략… (동물들을 길거리로 내보내면) 굶어 죽거나 얼어 죽거나 차에 치이거나 질병으로 죽지 않는다면, 고통받으며 잔인한 청소년들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동물을 실험실에 파는 거래상에게 잡힐 수도 있다. 안락사는 말 그대로 '좋은 죽음'을 의미하며, 의학적 의미의 진정한 안락사는 고통이 없고, 빠르고, 존엄하다. (…) 개·고양이의 개체 과잉을 분리와 중성화로 조절할 때까지, 우리는 가장 책임감 있고 인도적인 방법(안락사)으로 동물들의 고통을 막아야 한다.]

PETA는 단체 내 보호소 정책을 설명한 인포그래픽에서도 '안락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안락사를 하지 않는 다른 보호소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동물들을 PETA로 보내지만, PETA는 직접 안락사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주요 동물보호단체들이 안락사에 찬성하고, 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시행한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물론 미국의 사례가 정답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독일의 동물보호소 티어하임(Tierheim)은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안락사는 하지 않는다. 티어하임은 홈페이지 Q&A에서 "(안락사는) 중요한 이유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설명에 따르면, 소생 불가능한 상태로 고통받는 동물 등 매뉴얼에 나와 있거나,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어 위원회에서 안락사를 의결하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안락사 시행을 하지 않는다. '수용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하는 일은 없는 것이다.

이런 안락사 정책은 입소한 동물들이 대부분 입양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8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티어하임 관계자는 "티어하임의 입양률은 90%를 훌쩍 넘는다"고 밝혔다. 보호소에서 동물을 입양하는 문화가 보편화돼 입소한 동물들이 다시 가정으로 향하다 보니, 보호소에서도 불가피하게 안락사를 택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보호소는 유기동물 규모를 감당하지 못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8년 6월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7년에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은 10만2593마리였다. 최근 3년간 구조된 유기동물 수는 매해 8만~10만 마리 수준이다.

지난해 전국의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293곳으로 조사됐다. 보호센터의 수용능력은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2016년 5월 발표된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보호소 307곳이 일시 수용 가능한 규모는 총 2만1974마리'(2015년 기준)로 나타났다. 2017년 전국 동물보호센터는 293곳이다. 14곳이 줄어든 만큼 수용 규모도 줄었거나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10만 마리'도 저평가된 수치다. 동물권단체 '카라'의 정책팀 관계자는 "해마다 10만 마리는 지방자치단체 시보호소 입소동물 기준이다. 민간까지 포함하면 유기동물, 구조된 피학대동물은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유기동물은 매년 10만 마리가 훌쩍 넘게 불어나는데, 동물보호센터에서는 한 해 늘어난 동물의 4분의 1도 감당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동물보호센터의 평균보호기간은 42일에 불과하다. 입양되지 못한 동물의 경우 건강상 문제가 없더라도 안락사가 이뤄진다. 지난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유기동물 중 20.2%가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유기동물 발생을 막을 구조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케어가 안락사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케어'의 SNS에는 "안락사에 대한 논의 이전에 후원자들을 기망한 것에 사과해야 한다"며 분노를 표하는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유영재 대표 역시 SNS를 통해 "구조는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이루어지는 주요한 동물보호 활동"이라며 "부득이하게 안락사를 시행했다면 그 사실을 후원자에게 공개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를 비롯한 동물 관련 단체들은 지난 18일 '케어'의 박소연 대표를 사기, 업무상 횡령,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박 대표도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불법인 것을 알면서 그동안 논란이 두려워서 알리지 못했다. 어떠한 비난도 감수하겠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법적인 처벌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물권연구단체 PNR의 박주연 변호사는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박소연 대표는) 공공연하게 '2011년 이후로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안락사를 해 놓고 입양을 보냈다고 거짓으로 활동보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것들이 후원자들의 후원여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인다. 형법상 사기죄 또는 업무상 횡령이 성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 대표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는 판단을 유보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규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그런데 시행규칙에서 범위를 축소해서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적용 여부에 대해 법률가들은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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