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양승태는 왜 36시간이나 조서를 탐독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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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대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조사보다 훨씬 긴 시간을 기록검토에 몰두했다. 양 전 원장은 검찰에 출석한 11일, 14일, 15일 3일간 27시간을 조사받았다. 그러나 기록검토는 그것보다 훨씬 긴 36시간 30분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4시간 조사를 받고 7시간 30분 동안 조서를 검토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5시간 조사에 6시간 동안 기록을 검토했다.

오늘 [Why뉴스]에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왜="" 36시간이나="" 검찰="" 조서를="" 탐독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조서 검토를 언제 끝냈나?

= 17일 오전 9시에 서울중앙지검에 나와서 조서 검토를 시작했는데 자정이 다 돼서야 귀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간 세 차례에 걸쳐 27시간가량 조사를 받는데, 조서 열람과 검토에 들인 시간은 총 36시간 30분이나 된다. 조사받는 시간보다 조서 열람과 검토에 9시간반을 더 쓴 것이다.

▶ 왜 이렇게 오래 조서를 검토하는 거냐?

= 검찰도 법원도 취재기자들도 다를 이해가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런 전례도 없다. 전직 대통령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조서를 검토하는데 이렇게 시간을 많이 들이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제왕적 대법원장을 지낸 양승태도 구속은 두렵기 때문이다.

양 전 원장은 사법농단의 정점이다. 국정농단의 정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었듯이 양 전 원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구속영장을 당연히 청구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이나 법원 모두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전망을 하고 있지만 당사자로서는 구속이 두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자신의 일생일대의 일이니 그렇게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어느 누구도 검찰 앞에서 강심장은 없다.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그렇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검사시절 물면 놓지 않는다고해서 '불독'이라고 불렸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계속 청구하자 "힘없는 개인으로선 정말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

양 전 대법원장도 제왕적 대법원장으로 군림하면서 재판에 개입하고 판사들 뒷조사를 한 의혹을 받고 있지만 퇴임한 이후에는 '힘없는 개인'이 되었다. 그러니 당장 구속을 피하기 위한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검찰 핵심관계자도 "양 전 대법원장이 조사받는 시간보다 조서 검토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건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대응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서 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평소 스타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양승태 전 원장을 일러 '사법행정의 달인'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양 주사'라고 불릴 정도로 꼼꼼하다고 한다. 대법원장의 격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꼼꼼하다는 공직사회의 평가 방식이다. 장관이나 고위직 기관장들이 지나치게 꼼꼼하게 미세한 것까지 챙기면 별명이 '김 주사'니 '이 주사'니 그렇게 뒷담화를 한다.

한 중견법관은 "양 전 원장이 일선 법원장을 할 당시 법원내 통계시스템이 완비 안 됐을 때인데 사건처리율 이런 통계를 엄청 중시하고 직원들 닥달하고, 판사들도 심하게 몰아부쳐서 평소에 '양 주사'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 꼼꼼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를 받을 때도 변호사가 입회해서 메모하고 기록을 검토하면서도 변호인 2명이 함께 조서를 열람하면서 메모를 했다고 하는데 법조인들은 이 정도 시간이면 검찰의 질문을 다 외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 번째는 검찰의 전략을 파악하기 위한 대응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지난 11일 오전 ‘사법농단 의혹’ 의 최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출석을 앞두고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양 전 원장은 검찰조사에서 의미있는 진술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아래 사람들이 알아서 했다거나 그런 식의 답변만 했다는 것이다.

통상 피의자가 조서 검토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은 자신의 진술과 검찰의 조서가 다를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

한 중견법관은 "통상적으로 조서 검토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 건 조서에서 주어와 서술어 배열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고 감탄사 하나에도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양 전 원장은 의미있는 진술을 하지 않아 검찰조서가 자신의 답변을 의도적으로 왜곡할 우려가 없는 데도 기록 검토에 36시간 넘게 할애한 것은 검찰이 어떤 카드를 가졌는지 그걸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양 전 원장이 오랜시간 기록을 탐독하는 건 검사의 질문을 면밀히 파악해서 검찰이 확보한 진술, 문건 등 증거를 추론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구속영장은 오늘 청구하나?

= 오늘(18일) 오후 늦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검찰은 예정대로 수사가 이뤄졌다면 어제쯤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양 전 원장이 조서 검토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영장청구가 늦어지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의 핵심관계자는 "이르면 18일 오후 늦게 양 전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면서 "다만 준비가 다소 늦어진다면 다음주 월요일인 21일에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구속영장은 양승태 전 원장만 청구하나?

= 사법농단의 핵심은 '임종헌-박병대-양승태'로 이어지는 라인이다. 따라서 양 전 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기소 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가급적 전선을 넓히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종헌 전 차장의 공소장을 보면 "피고인은 양승태 박병대 등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의 이름도 여러차례 나오긴 하지만 '임종헌-박병대-양승태'로 이어지는 이 사법농단 핵심라인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 구속영장이 발부될까?

= 검찰에서도 영장발부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영장이야 나오겠나? 구속영장은 안 내주겠지"라고 전망했다.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둘다 기각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검찰 핵심관계자는 "둘다 영장은 안 내줄 것으로 본다"면서 "법정에서 다퉈야 한다고 풀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일부 혐의는 소명이 안되고, 일부 혐의는 법리가 안 맞고, 일부 혐의는 다퉈봐야 한다면서 기각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현직부장판사는 "영장도 재판이어서 예단하기 어렵지만 아무래도 재판에서 다투게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는 것이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발부여부와 관계없이 설 연휴 이전에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실제 조사에서는 아래 사람들에게 떠넘겼다는 거냐?

=책임을 진다고 했지만 그건 의례적인 말이었던 것 같다.

'사법농단'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검찰 출석에 앞서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시민사회 단체회원들이 대법원 정문에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11일 처음 검찰에 나올 때 대법원 앞에서 했던 기자회견에서 "이 일로 인해서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또 여러 사람들이 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서 참으로 참담한 마음입니다.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고 따라서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지만 막상 검찰조사를 받으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진들이 알아서 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양 전 원장은 또 "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자기들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고 저는 그 말을 믿고 있다."면서 "나중에라도 만일 그 사람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고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이 또한 매우 의례적인 언급에 불과했던 것이다.

양 전 원장은 모든 책임을 임종헌 전 차장에게 미루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이 묵비권을 행사하는 이유도 양 전 원장이나 박병대 전 처장이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반박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임 전 차장은 "위에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먼저 물어보라"면서 진술을 거부했다고 하는데 박 전 처장과 양 전 원장을 의식하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일 것이다.

임종헌 전 차장을 일러서 '사법부의 장세동'이라거나 '의리의 사나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하지만 사법농단을 저지른 고위법관 출신들의 알량한 의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참 씁쓸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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