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간호사 죽음, 정부대책은 장롱면허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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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구성
정부, 태움 방지 하겠다며 보여주기식 대책만
간호대학 정원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 되나?
채용 늘릴 계획은 없이 간호사 면허증만 발급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1월 16일 (수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최원영 (간호사)

 

◇ 정관용> 한동안 이런 일이 없었는데 또다시 시작되고 있는가요. 지난 월 초에는 5년 차 서울의료원 간호사가. 또 지난 11일에는 익산의 간호조무사 실습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간호조무사 실습생 같은 경우 유서에 직장에서의 괴롭힘을 직접 언급했고요. 그런데 서울의료원 간호사의 경우는 아직 진상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아마도 이른바 '태움' 문화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의심들이 많이 가는 상황입니다. 이게 지난해부터 아주 뜨겁게 논란이 돼서 뭔가 바꿔보자 했었는데 별로 안 바뀌었다, 이런 얘기네요. 지금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구성돼서 활동하고 있는데 여기에 함께하고 계신 지금 서울대학병원 응급중환자실 간호사입니다. 최원영 간호사를 연결해 봅니다. 안녕하세요.

◆ 최원영> 안녕하세요.

◇ 정관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언제 만들어졌어요?

◆ 최원영> 작년 초에 아산병원 박선욱 간호사 사건이 있고 나서 조금 뜻이 맞는 간호사들끼리 같이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 정관용> 어떤 활동을 주로 하실 겁니까?

◆ 최원영> 일단 저희가 생각하기에 간호사들의 그런 문제에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주는 곳이 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여러 가지 문제를 알리고 그 문제가 단순히 간호사들의 그런 근로조건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건강권'이란 말을 저희가 굳이 넣은 게 사람들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거가 될 수도 있다는. 이거를 좀 같이 알리고 그런 개선을 요구하고 그런 움직임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 정관용> 말씀하신 대로 작년 초 아산병원 사건 이후에 간호사협회도, 정부도 이거 참 문제 있으니 고치겠다, 고치겠다 하면서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나요?

◆ 최원영> 작년 3월에 보건복지부에서도 최초라고 자기들도 그러더라고요, 그게 참 자랑은 아닌데. 그런 정책을 내놓고 뭐 했다고는 하는데 저도 다 읽어봤는데 정말 뭔가 바꿀 생각이 있는 건가. 사실 저는 보건복지부가 문제의 핵심을 몰라서 그런 정책을 낸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뭔가 그냥 보여주기식 그리고 약간 손 안 대고 코 풀기식 그런 정책들만 있더라고요. 문제는 알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병원협회나 이익단체들 목소리가 큰 사람들과 부딪히고 갈등을 만들고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그런 걸 원치 않는 것 같았어요.

◇ 정관용> 그래서 그냥 손 안 대고 코 풀기식으로 내놓은 대표적인 정책이 뭐였던 거예요?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최원영> 간호대학 정원을 이제 파격적으로 늘리는 거죠. 그런데 그게 왜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하냐 하면 사실 정원은 지난 10년 동안도 거의 2배 가까이 늘렸거든요. 그래서 지금 한국에서 배출되는 간호사 수 그리고 현재 있는 그 간호사 면허 등록돼 있는 사람 수가 한 35~37만이라고 제가 알고 있는데 그게 OECD 선진국 수준으로도 결코 부족한 숫자가 아니에요. 그런데 왜 우리가 OECD 선진국 절반 수준의 간호인력이냐 하면 실제 활동하는 간호사로서 일하는 사람이 그 절반밖에 안 되거든요. 전부 장롱면허라는 거죠.

그러니까 사실 현장의 업무 근로조건이 너무 열악하고 정말 죽음을 선택할 정도로 극한으로 내몰린 간호사들이 그런 환경에서 계속 일하고 있는데 그 환경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더 빨리 붓자, 더 많이 붓자. 물이 차 있는 것처럼 보일 거니까. 이런 거잖아요. 그런데 사실 35만 명을 70만 명, 80만 명으로 늘려서 장롱면허를 더 많이 양산하면 그게 해결책은 아니잖아요. 결국 소수의 간호사들 현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계속 더 힘들어질 거고. 병원 입장에서는 어차피 간호사들 널렸으니까 조건을 개선하지 않아도 일하겠다는 사람은 줄 섰다. 이렇게 배짱 부릴 거잖아요.

◇ 정관용>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병원이 간호사를 더 채용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 대책은 없고 간호사 면허증만 더 많이 발급한다. 이거네요.

◆ 최원영> 그렇죠. 더 쉽게 더 많이. 그리고 사실 지금 편입생을 30%씩 정원을 늘려주겠다고 이러는데 당장 내년부터 적용된다고 하면 올해부터 된다고 하면 그렇게 갑자기 그 많은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나 또 간호사는 특성상 병원 실습을 해야 되잖아요. 실습을 할 수 있는 그게 조건이 갖춰진 그 정도 수준의 병원을 갑자기 30%씩 늘릴 수 있지는 않잖아요. 지금도 실습 공간이 없어서 되게 열악한 데서 일하는, 실습하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 정관용> 간호사 채용을 더 늘리도록 강제할 수 없나요?

◆ 최원영> 강제하려면 의지가 있으면 하겠죠. 만약에 그런 미국이나 이런 데처럼 1인당 간호사 1인당 담당할 수 있는 환자 수를 법으로 제한해서 그걸 어기면 불법이 되게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법을 만들려면 굉장히 많이 충돌해야겠죠.

◇ 정관용> 병원하고.

◆ 최원영>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거죠. 왜냐하면 간호사가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는 결국 간호사가 1명이 제공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의 총량은 한계가 있으니까 당연히 볼 수 있는 환자 수도 한계가 있을 거잖아요, 물리적으로. 그런데 그걸 그냥 규제하지 않는 건 결국 환자에게 국민한테 그런 위험한 환경에서 치료받도록 정부가 약간 방조하는 거거든요.

◇ 정관용> 그러니까 소위 선진국에서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의 법적 제한이 다 있습니까?

◆ 최원영> 네, 그렇죠. 그렇게 중환자실은 1:1. 간호사 1명당 환자 1명. 일반병동은 5명 이렇게 정해져 있어요. 그래서 예를 들면 캐나다.

유가족이 노조를 통해 공개한 간호사 A씨 유서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분회 제공)

 

◇ 정관용>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규제가 아예 없다?

◆ 최원영> 그렇죠. 그런 몇 등급 등급제가 있기는 한데 그건 약간 권장사항이지 우리 병원이 간호등급 6등급이라고 해서 처벌받지는 않아요.

◇ 정관용> 간호사협회는 아무 역할을 안 합니까?

◆ 최원영> 오히려 되게 간호사들에게 더 도움이 되기보다는 더 상황을 안 좋게 만드는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래요?

◆ 최원영> 안 좋은 정책을 같이 자기들끼리 이익집단들이랑 손발이 맞아서 예전에도 간호대학을 약간 정부랑 기조를 같이 하는 거죠. 학교나 병원 쪽 입맛에 맞게 간호대를 더 그런 수령 과정을 짧게 해서 간호사를 더 빨리, 많이 양산할 수 있는 제도를 같이 추진하려고 했다든가 그런 전문성을 더 떨어뜨리고 그냥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게끔. 지금도 아산병원의 박선욱 간호사가 자살했을 때 간협이 내놓은 대책이 태움방지 배지를 다는 거였거든요. 저희가 너무 어이가 없었어요.

◇ 정관용> 태움방지 배지를 하나씩 나눠줄 테니 달아라?

◆ 최원영> 네. 그러니까 불이 나서 신고를 했는데 소방관들이 와서 불은 안 끄고 불 꺼져라 배지를 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 정관용> 불조심 배지. 알겠습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각 병원노조 등등과 연대해서 간호사협회부터 개혁을 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왜 안 바뀌는지 근본적 원인에 대한 말씀 좀 들어봤네요. 오늘 고맙습니다.

◆ 최원영>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서울대학교 병원의 간호사이시죠. 최원영 간호사의 목소리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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