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국토부의 공시지가 개입은 월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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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고가 토지의 공시지가를 대폭 높이도록 지침을 내린 것이 알려지며 '월권'이 아니냐는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언론에서는 '정부가 공시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감정평가사 고유의 업무영역을 침범했다'는 감정평가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월권' 논란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언론에서는 법조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직권남용 등 위법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법령을 인용해 '국토부는 개입할 권한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국토부가 공시지가 평가에 개입한 것은 정말 월권일까?

(자료사진=이한형 기자)

◆ 국토부, 개입 권한 있나

국토부는 '공시지가 불형평성 개선 국토부 고유 권한'이라는 정책브리핑 보도자료를 내 '월권 논란'에 답했다. 여기에서 국토부는 "부동산공시법상 국토부 장관은 표준지의 공시지가 조사·평가 및 최종 공시 주체에 해당한다"고 언급했다. 국토부는 다만 "전국의 토지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감정평가사들에게 조사·평가 업무를 의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토부는 제도적 절차를 거쳐 공시가격의 정확성·공정성·형평성을 강화해 공시지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며, 이는 공시지가의 왜곡을 줄이기 위한 절차로서 국토부의 당연한 역할"이며 "민간 감정평가사의 업무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국토부의 주장대로, 부동산공시법 제3조 1항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시지가 조사, 평가 및 공시의 주체라고 밝히고 있다.

4항에서는 국토부 장관이 공시지가를 평가할 때는 '인근 유사토지의 거래가격·임대료'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참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시지가 산정에 실제 시세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토부의 "(고가 주택·토지 공시가격의 대폭 인상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고가 부동산의 형평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라는 해명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5항에는 '국토부 장관이 표준지공시지가를 조사·평가할 때는 둘 이상의 감정평가업자(감정평가사)에게 의뢰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를 두고 '국토부의 조사, 평가는 감정평가사에게 의뢰하고 그 결과를 심의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근거로 한 비판이 나온다.

조세심판관이었던 전동흔 전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공시법상 그런 절차(공시가격에 대한 내부적 지침)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국토부 장관이 감정평가사에게 조사평가를 의뢰하고, 그 내용에 대해 심의를 거쳐 공시하는 것"이라며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실거래가반영률이 크게 차이 나는 상황은) 불형평하니 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올려야 한다"면서도 "법이나 시행령에 제도적 절차를 마련해 (공식적으로) 해야 하는데, 내부적으로만 지침을 갖고 실행하다 보니 납세자들이 공감을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점진적·단계적으로 올려야 하는데 (한 번에) 올리니 납세자들이 많은 반발을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한 익명의 업계 관계자 A씨는 "(개입 권한이 있다는) 국토부 주장이 맞다고 본다"며 "공시권자인 국토부 장관이 감정평가사들에게 위탁사무를 준 것이니 수탁자는 위탁사무에 관해 지휘감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가격이 불균형하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며 "공익적 목적과 현실적 필요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일부 감정평가사가 반발한 이유는) 가격을 직접 제시하는 것에 대한 어색함 아닐까 싶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B 씨는 "현실화율 몇 퍼센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라는 등의 사소한 지침은 있었지만 공식 절차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논란을 계기로 "법이나 규정으로 제도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런 시각 차이는 부동산공시법에 국토부 장관과 감정평가사의 역할이 나눠져 명시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법령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표준지공시지가를 '조사·평가·심의·공시'해야 하고 '조사·평가 시 감정평가사에게 의뢰'해야 한다.

결국 국토부 장관이 공시지가를 조사, 평가할 때 감정평가 의뢰 외의 방법으로도 개입할 권한이 있냐는 것이 핵심이다. 법령 해석이 갈리고 있어 확실한 답을 내기는 쉽지 않다. 다만 '내부 지침'은 법률에 명시적 근거가 없어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

◆ 국토부 개입 과연 필요했나

국토부가 논란을 야기한 '내부 지침'을 내리면서까지 고가토지의 공시지가를 높인 이유는 무엇일까.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형평성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단독주택 및 토지의 공시가격은 공동주택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시세보다 저평가되어 있으며, 특히 최근 가격이 급등한 고가의 부동산은 시세와 공시가격 간 격차가 더욱 심하다"며 "공시가격의 적극적인 형평성 제고 및 현실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가토지가 얼마나 저평가되었기에 공시지가를 최대 2배씩이나 인상한 것일까.



예시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를 살펴보자. 최근 십수년간 거래되지 않았으므로 정확한 실거래가는 알 수 없다. 다만 비슷한 인근 실거래가를 보면 ㎡당 3억을 훌쩍 웃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년 10월 7일자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명동의 한 건물이 3.3㎡(1평)당 10억4780만원에 팔렸다. ㎡당 3억1751만인 셈이다. 이곳의 공시지가는 ㎡당 8360만원으로, 네이처리퍼블릭 부지(9130만원)보다 8.5% 가량 낮다. 앞선 실거래가에 공시지가 비율을 적용해 계산하면 네이처리퍼블릭 부지의 ㎡당 실거래가 추정치는 3억4700만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2018년의 공시지가(㎡당 9130만원)는 실거래가의 26.3% 수준이다. 두 배 가량 인상한 2019년의 공시지가(㎡당 1억8300만원)도 실거래가의 52.7%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에 공시지가가 2배 가량 인상된 명동 우리은행, 명동 유니클로 부지도 마찬가지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명동 우리은행의 실거래가 추정치는 3억3650만원이다. 명동 유니클로의 실거래가 추정치는 3억3118만원이다. 공시지가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두 곳 모두 2018년 26.3%에서 2019년 52.7%가 된다. 공시지가를 두 배로 올려도 실거래가의 60%에도 못 미친다.

공시지가를 2배로 올렸는데도, 시세반영률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시세반영률인 60~70%보다 낮은 것이다.

국토연구원의 '부동산공시가격 조정이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2015)에 따르면, 2013년 전국 토지의 실거래가반영률(시세반영률) 평균은 61.2%다. 단독주택은 59.2%지만, 공동주택은 71.5%에 이른다.

2018년 참여연대가 조사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참여연대의 이슈리포트 '단독주택공시가격분석'에 따르면, 전국 단독·다가구주택의 공시가격 평균 실거래가 반영률은 2013년 55.4%, 2017년 48.7%를 기록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의 2018년 조사에서 전국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67.2%로 나타났다.


이에 비춰보면 명동 '노른자 땅'의 지난 시세반영률은 20%대로 평균보다 훨씬 낮음을 알 수 있다. 유형별 시세반영률이 들쭉날쭉하다는 점도 문제다. 공시지가는 각종 세금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시세반영률이 낮으면 토지의 가치보다 세금을 덜 내게 된다. 공시지와 실거래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감정평가사협회 측에서는 "저희가 따로 말씀드릴 사항은 없고, 내용도 잘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감정평가사 일부 입장이) 보도되면서 오도되는 부분도 있어서 저희 입장에서도 좀 신중하다. 국토부의 보도자료를 참고하시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답변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국토부 측에서는 답변을 주지 않았다.

종합하자면, 고가 토지의 경우 실거래가에 비해 공시지가가 지나치게 낮았던 것은 사실이다. '형평성 제고'라는 국토부의 취지는 어느 정도 타당하다. 그러나 국토부 개입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는 법조항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만큼 논란 여지가 충분하다. '국토부가 내부적으로 지침을 내릴 것이 아니라 공식적, 제도적 절차를 통해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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