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가족들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다의 5.18진상규명 조사위원 추천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와 부상자 가족들은 14일 국회를 찾아 자유한국당이 5.18 진상규명위원회에 늑장 추천한 위원에 대해 항의하고 나섰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당이 이날 발표한 추천 위원 3명에 대해 '5.18 운동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극우인사를 추천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11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5월 어머니회' 유가족 6명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급기야 대표실 문앞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가족들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실 앞에서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나 원내대표실 문 앞에 자리를 잡은 어머니 6명은 울먹이며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날 오후까지 원내대표 오찬회동 일정으로 만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5.18 민주화 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한국당 몫 위원에 권태오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처장과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차기환 전 수원지법 판사 등 3명을 추천했다.
후보로 올랐던 보수 논객 지만원씨는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 제기 등을 5.18민주화 운동을 왜곡‧폄훼했다는 논란 끝에 배제됐다.
한국당 추천 위원 중 이동욱씨는 검찰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재수사 결과와 언론 보도가 과장되고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사실상의 발포 명령자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이 입맛대로 골라쓰라는 식의 양면성 있는 발언을 한 것"이라며 사실상 부인했다.
또 차기환 변호사의 경우, 과거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영화 ‘화려한 휴가' 등을 통해 대한민국이 국민을 잔혹히 죽이는 나라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고 있다" 등 민주화운동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5.18민주화운동유공자유족회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추천한 위원을 거부한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말살하는 데 급급하다가 급기야는 진상규명의 본질마저 훼손하려는 저의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과정에서는 너무 많은 인원이 들어오자, 이를 제지한 방호과 직원과 유가족간 고성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국회 정론관에서 이날 오후 연 기자회견을 통해 유가족들은 또 위원 선정이 늦어진 데 대해 "39년동안 빨갱이로 시작해서 폄훼와 왜곡 아픔만 줬다"며 "민주화가 됐어도 바뀌는 게 없었다"고 조속한 진상규명을 재차 요구했다.
국회 앞 농성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에게 추혜성씨는 한국당 의원들을 "아무리 저희하고 성향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이 나라 짊어지고 갈 한국당 국회의원이다"라며 "공존하려면 지역 떠나서 어떤게 옳고 그른지 판단할 사람이어야 자격있다. 그런 판단을 못하면 무슨 자격이 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5.18 진상규명조사위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인권유린 행위와 피해 등을 밝히기 위해 제정된 5.18 진상규명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기구다. 특별법은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 통과돼 9월 시행해 들어갔지만, 한국당이 위원 3명의 추천을 계속 미루면서 출범하지 못해왔다.
진상조사위는 국회의장 추천 1명과 더불어민주당 4명, 자유한국당 3명, 바른미래당 1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