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검찰에 선전포고한 피의자 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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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사법농단 의혹’ 의 최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출석을 앞두고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범죄혐의로 검찰에 출석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혐의는 40여가지에 이른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을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한 혐의가 드러났고, 여러 시국 재판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특히 일제 강제동원 소송과 관련해서는 전범기업을 대리하고 있는 김앤장의 변호사를 대법원장실로 불러 세 차례나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사법부의 수장이 일제 피해자들의 입장을 듣는 것이 아니라, 전범기업의 대리인을 만난 것은 법 위반 여부를 떠나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검찰에 출석하기에 앞서 대법원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낮춰 말했지만, 잘못 한 것은 없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검찰의 포토라인이 아니라 굳이 자신이 근무했던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여러 가지 복선이 깔린 정치적인 행위임이 분명하다.

법원에 아직도 막강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사법부내의 법관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영장심사와 재판과정에서 자신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후배 법관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전직 대법원장 최초로 피의자 신분이 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자신을 검찰수사까지 이르도록 방치한 김명수 현 대법원장에 대한 강한 불만도 담겨 있다.

무엇보다 자신을 조사할 검찰에 대해 '할 테면 해봐'라는 식의 선전포고를 한 것처럼 들린다.

그리고 검찰청에 도착해서는 포토라인을 무시 한 채 단 한 마디 말도 없이 청사로 들어갔다.

이런 그의 모습에서 오만한 특권의식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자신도 법 앞에 평등한 한 사람의 국민이고, 그것도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검찰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상대를 만났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판사들이 여전히 현직에 남아 있고, 법관 처벌에 따른 법원 내부의 거부감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공소유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법농단에 대한 처벌과 사법부 개혁은 법원 스스로 해야 하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끄러운 사법농단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뼈를 깍는 반성과 엄정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검찰의 기소내용보다 법원의 판단이 더 주목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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