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의 '뉴라밸'] 한국소설의 굴욕, 왜 일본소설보다 안 팔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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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소설 판매율 한국소설 역전
정치 사회보다 개개인 초점 맞춘 하루키類 소설 발달
소설보다는 일상에 위로주는 심리에세이 강세
국내 소설 서사력 약하다는 뼈아픈 지적도
'책이 수명을 연장시킨다는'는 연구결과도
독서율 제고 위한 제도 뒷받침 돼야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 <조은정의 '뉴라밸'>

◇ 임미현 > 문화 트랜드를 읽는 '뉴스 라이프 밸런스', 조은정의 '뉴라밸' 시간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 조은정 > 네. 반갑습니다. 조은정입니다.

◇ 임미현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해볼까요.

◆ 조은정 > 최근에 소설 읽은적 있으세요?

◇ 임미현 > 작년에 잘 안읽다가 새해 맞아서 서점에서 한권 사서 읽고 있어요.

◆ 조은정 > 오늘은 소설. 그중에서도 한국 소설이 잘 안팔리는 이유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볼까 하거든요. 작년에 일본 소설 점유율이 한국 소설을 처음으로 역전했습니다.

◇ 임미현 >한국소설보다 일본소설이 더 잘팔린다는건가요?

◆ 조은정 > 네. 여기는 한국이지만 일본 소설 판매가 더 많습니다. 교보문고에서 작년에 소설 시장 점유율을 조사를 해봤는데 일본 소설이 31%였고요 한국 소설은 29.9%로 아슬아슬하게 역전당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소설 작품의 판매율이 2%가 줄었으니까요 한국 소설 판매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자국 소설보다 일본 소설이 많이 팔린다는게 참 아이러니하죠.

◇ 임미현 >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얼마전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전체적인 추세는 아니었나보네요.

◆ 조은정 > 그렇습니다. '김지영 돌풍'으로는 역부족이었던거죠. 베스트셀러 순위를 분석해봐도 볼수가 있는데요. 교보문고 순위를 보니까 사실 1위부터 50위까지 소설책이 많이 없었어요.

그나마 조남희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전체 베스트셀러 4위에 올랐는데 그 뒤로는 줄줄이 일본작가들이었습니다. 독자들 입소문으로 역주행한 책 야쿠마루 가쿠의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 전체 8위, 또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9위였어요. 그리고 쭉 소설이 없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의 행방>이라는 소설이 19위에 보이구요. 그 다음에도 역시 <앨리스 죽이기>라는 고바야시 야스미의 소설이 26위였습니다.

◇ 임미현 >우리 작가들이 쓴 소설이 안읽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데 왜 이런 경향이 생기는걸까요?

◆ 조은정 > 여러가지 원인들이 있겠죠. 일단 교보문고 측에서는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이 꾸준히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일본이 장르별 소설이 발달한 것을 꼽았습니다.

문학평론가들도 다양하게 분석을 내놨습니다. 일본소설의 유행은 사실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무라카미 하루키가 열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하루키의 소설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공허한 현대인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우리 소설은 <태백산맥> <토지> 등 전쟁, 분단, 노동, 빈곤 같은 굵직한 시대적 흐름을 관통하는 소설들이 더 발달했습니다. 90년대 들어온 하루키의 문체는 아주 신선한 것이었죠.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하루키처럼 정치나 사회를 떠나서 현대인의 삶과 심리에 초점을 맞추는 소설들 더 발달했는데요. 우리에게도 그런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일본 소설이 인기를 끈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일본 소설들은 소설적 전통에 의해 개인의 내면이나 문체 미학이 이런 미학들이 우리나라의 리얼리즘과는 다른 전통을 가지고 있거든요. 우리사회에서 분단 전쟁 혁명 빈곤 노동 등 한국 사회를 움직여왔던 테마들이 서서히 원동력이 약화되면서 역주행을 하게 되는 것이죠. 한국문학의 스케일이 컸던 세계에서 마이크로적인 일상으로 관심을 돌릴 때 일본 문학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10여년 전 하루키 열풍으로 설명할 수 있는건데요. 하루키 이후 일본의 수많은 작가들이 소개되면서 일본 문학에 무장해제를 하고 친화력을 가지게 된거죠"

◇ 임미현 >소설 <설국>이 생각나는데 일본이 묘사도 세밀하고 정말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 있는 것 같애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치, 역사 소설보다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소설을 찾는데 그걸 충족시킨다는거군요.

◆ 조은정 > 소설을 읽는건 여러 목적이 있겠지만 분단, 전쟁, 이념 같은 시대의 화두는 많이 희미해졌잖아요. 모든게 사회, 국가, 집단이 아니라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요즘 가장 강세를 띄는건 심리 에세이입니다. 일상의 불안감,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위로해주는 가벼운 에세이들이 소설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데요. 책을 읽는 동기는 책을 통해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많이 집게 되고, 그나마 소설 중에서는 일본소설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임미현 >또 어떤 요인들이 있을까요?

◆ 조은정 > 출판 편집자들이나 평론가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게 우리가 서사가 좀 약하다는 얘기를 많이들 합니다.

◇ 임미현 >서사가 약하다? 줄거리 개연성 말인가요?

◆ 조은정 > 그렇죠 사실 소설이 한번 잡으면 손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서사의 긴장감이 있어야 하는데요. 요즘 젊은 작가들이 소재나 형식면에서는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서사의 개연성이나 흡입력이 좀 약하다는 것이죠. 일본은 어떤 장르든 간에 서사가 탄탄해서 읽는 재미가 있는데 우리는 서사 구조가 약하다는 뼈아픈 지적들이 있었습니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일본 소설은 추리소설이나 연애물이라도 특유의 문학적인 요소가 있어요. 서사를 꾸며내는 방식이 탄탄한 면이 있고… 반면에 제가볼때 요즘 젊은 작가들은 서사가 그렇게 풍부하지 않아요. 골격도 튼튼하지 않고"

◆ 조은정 > 또 뭔가 한국 소설보다는 외국 소설을 읽으면 더 고상하고 세련된 것 같다는 심리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국산차보다 외제차를 선호하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 임미현 >사실 요즘은 즐길거리가 워낙 많아서 저만해도 소설책 한 권 읽기 힘든데 젊은 친구들은 더할 것 같아요. 소설의 시대가 저문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드는데요.

◆ 조은정 > 네.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일수도 있습니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억압됐던, 혹은 금기시됐던 것을 표출하는 수단이었다면 지금은 그런 기능이 거의 없으니까요. 풍부한 이야기들은 게임, 영상매체, SNS 등으로 많이 이동하고 있고 그게 자연스러운 현상일수도 있죠. 그래도 소설 한권의 감동은 차원이 다른 것이거든요. 오히려 디지털시대에 책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면 오래산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 임미현 >책을 읽으면 오래산다? 처음 들어보는데요?


◆ 조은정 > 실제로 예일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밝힌건데요. 책을 매일 30분 이상 읽는게 수명을 2년가량 연장시킬 수 있고, 책을 더 많이 읽을수록 수명이 연장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팀은 책을 읽는 것이 왜 수명을 연장시키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뇌 세포간의 연결을 강화하는 등 인지적인 이로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소설책을 읽으면 심리 치료의 효과가 있어서 영국 등에서는 소설 치료를 많이 하고 있거든요.

소설은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들여다보는거잖아요. 영상처럼 그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기 때문에 뇌를 더 자극하고 타인의 공감 능력을 키울수도 있습니다.

◇ 임미현 >사실 한국소설이든 일본소설이든 소설책을 읽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사라지니까 문제인 것 같애요.

◆ 조은정 > 우리나라 독서율은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국민 10명 중에 4명은 1년간 책 1권도 읽지 않은 걸로 나오는데요. 작년에 '책의 해'라고 해서 대대적으로 홍보정책을 펼쳤지만 안타깝게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소설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야 작가층도, 시장도 두터워질겁니다. 올해에는 정말 한, 두달에 소설책 한권. 그중에서도 우리 작가들이 우리 말로 풀어낸 소설책 한권 사서 읽어보시는게 어떨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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