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신재민 사태' 公益은 없고 空益만 남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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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전 사무관, 정책결정 투명성 위한 '공익 제보' 주장
한국당이 과도한 정치 쟁점화하면서 정략적 공방으로 변질
여권, '신재민=김태우' 동일시하며 과도한 대응도 논란
정부 고발 취하하고, 정치권은 차분한 논의로 시비 가려야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국채발행 결정과정에서의 '청와대 외압 의혹'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둘러싼 논란이 어지럽게 진행되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자유한국당이 거세게 정치공세를 펴고 이에 기획재정부 등도 법정 소송을 포함한 강경 맞대응을 하면서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여기에 논란이 예상보다 커진데 대한 부담감에 신 전 사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잠적한데 이어 여당 의원들의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불길이 옮겨 붙었다.

애초 정책 투명성을 위해 내부고발을 했다는 신 전 사무관의 공익(公益)적 의도는 오간데 없어진 모습이다.

'신재민 사태'가 정치권의 비(非)생산적인 논의구조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 측근 비리 등을 폭로한 김태우 전 수사관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자유한국당은 신 전 사무관에 대해서도 똑같은 태도로 일관했다.

한국당은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하며 김 전 수사관의 폭로를 '침소봉대'(針小棒大)했지만, 정작 국회 상임위에서는 이렇다한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자책골을 넣는 '블랙코미디'를 연출했다는 평가만 받았었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정치 공세의 고삐를 더 거칠게 잡아 당겼다.

김태우 사태에서 까먹은 점수를 만회하겠다는 전략으로, 상임위 5개를 동시에 열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청문회'를 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이면 또 다시 허탕만 칠 가능성이 짙다.

의혹을 뒷받침할 팩트 보다는 정치적 주의·주장이 난무하는 수준 낮은 공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국채 발행 등은 청와대와 정부 간의 의결 조율을 거친 것이고, "국고국 뿐만 아니라 거시, 세수, 예산을 담당하는 의견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반박 논리가 더 설득력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당의 공세에 여당은 반사적으로 신 전 사무관을 비위에 연루된 김 전 수사관과 동일시하며 감정섞인 반응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 것일까. 가짜 뉴스 배포와 거짓 주장에는 철저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홍익표 수석대변인, 지난해 12월 31일 서면브리핑)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 내며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손혜원 의원, 지난 2일 페이스북)

기재부가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혐의로 고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조치였다.

청와대에 방어막을 치려는 조급한 마음에 여권도 야당 못지 않게 과잉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공익 제보자'에 대한 탄압이라는 야당들의 반발에 빌미만 준 셈이다.

사실 신재민 사태는 기존 정치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논쟁거리다.

고위 공무원이 아닌 사무관 출신의 전직 공무원이 유튜브를 통해 정책 결정과정의 문제점을 폭로한 점도 그렇지만, 더 눈여겨 볼 부분은 그 내용이 부정부패·비리가 아닌 정책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정책이 이권과 관련이 됐다면 비리 사건이 되겠지만, 이번 건은 그런 성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당 입장에서는 '문제 삼을 게 없으니까 정책 결정 과정까지 다 문제 삼는다'고 할법도 하다.

하지만 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건이 헌정사상 처음 있었던 국정농단사태 이후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잣대는 여의도에서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높아져 있을지도 모른다. 부정·부패만 문제가 아니라 정책 과정의 투명성까지도 여론은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중장기 과제로 돌리더라도 당장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뭔가를 해야한다.

우선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는 게 옳다.


그의 주장을 야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확실한 피아(彼我) 구분을 하며 법정 다툼을 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은 정치 싸움을 원했다기 보다는 자신이 본 것이 전체인 것으로 알고 문제 제기를 했을 개연성도 충분하다.

그리고 시시비비는 법정이 아닌 곳에서도 얼마든지 가릴 수 있다.

정치권도 '진흙탕 싸움' 하듯 물불 가리지 않고 싸울 것이 아니라 차분히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 그게 공익(公益)에 부합하는 일이다.

공익과 정치적 이익은 불일치할때가 많다. 새해에는 정치권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할 공익이 무엇인지도 고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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