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람·심석희' 폭력 미투, 악의 대물림 뿌리 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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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악몽은 그대로...' 승부조작으로 KBO리그에서 영구실격된 문우람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문우람은 2015년 팀 선배에게 방망이로 맞은 사실도 털어놨다.(사진=이한형 기자)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CBS 체육부의 <스담쓰담>

◇ 임미현 > 매주 금요일에는 스포츠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스담쓰담 코너가 진행됩니다. 체육부 임종률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임 기자.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 임미현 > 오늘 주제는 어떤 겁니까?

네, 최근 불거진 한국 스포츠계의 폭력 문제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 임미현 >네 얼마 전 프로야구 선수가 방망이에 머리를 맞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을 일으켰죠?

네, 전 넥센 외야수였던 문우람이 3년 전 선배에게 야구 배트로 머리를 맞아 뇌진탕 증세를 일으켰다고 폭로하면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물론 자신이 승부 조작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2015년 일을 꺼낸 건데요, 문제의 선배는 넥센 외야수 이택근이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 KBO는 늦었지만 진상을 파악하고 상벌위원회를 열어 내년 3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습니다.

◇ 임미현 >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도 그동안 끔찍한 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네, 2014년 소치올림픽 여자 계주에서 전율의 스퍼트로 금메달을 안겼던 주역이죠, 심석희가 최근 재판에 직접 출석해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의 폭행 사실을 세세하게 밝히면서 충격을 안겼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맞았고, 심지어는 아이스하키 채에 손가락이 부러진 적도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끌려가 맞으면서 이러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법정에서 증언을 하다 눈물을 쏟아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 임미현 >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여자 선수가 이렇게까지 무지막지하게 남자 코치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겁니다.

네, 사실 제가 심석희를 처음 인터뷰했던 게 소치올림픽을 앞둔 2013년 5년 전이었습니다. 당시 중학생 때였는데요, 정말 순박하고 착했던 16살 소녀였습니다. 앞으로 한국 쇼트트랙의 영웅이 되고 싶다는 포부가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러나 이미 당시 심석희는 전담이었던 조재범 전 코치에게 몇 년 동안이나 폭행을 당해온 때였습니다. 하지만 공개석상에서는 이런 참상을 얘기하지 못하고 밝은 표정을 지어야 했습니다. 그동안 심석희 선수의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심석희(21·한국체대)가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 임미현 > 심석희 이전 선수들도 지도자들의 폭행에 대해 폭로하고 있는데 미투 운동처럼 번지고 있는 모양새에요.

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변천사, 이에 앞서 2002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주민진까지 지도자들의 폭행 사실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머리채를 잡아서 던지고 발로 차고 손으로 머리를 때리고 독방에서 혼났다고 하는데 10여 년이 지난 심석희와 비슷한 내용입니다. 한 마디로 폭행의 대물림이 이어지고 있다는 건데 주민진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조재범 전 코치도 똑같이 본인이 맞은 것을 그대로 되풀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임미현 > 폭행의 대물림이라... 이런 일이 지금까지도 자행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네, 한 마디로 성적 때문입니다. 지도자들도 어떻게 보면 비정규직 아니겠습니까? 성적을 내야 한 마디로 잘리지 않기 때문에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겁니다. 조재범 코치도 자기 자리를 잃을까 봐 해서는 안 될 수단을 선택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비단 쇼트트랙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폭행은 비일비재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 임미현 > 지도자와 선수뿐 아니라 선수들 사이에서도 폭행이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네,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군기 잡기로 폭력이 행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우람의 사건도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지 않은 후배의 기강을 잡기 위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넥센의 올해 신인 안우진도 고교 시절 후배를 폭행해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제가 지난해 취재했던 제주도의 한 야구부에서도 후배를 과녁 삼아 야구공을 던지고 방망이로 머리를 찍는 폭행을 선배들이 저지른 일이 드러났습니다. 안면 뼈가 함몰된 일도 있었습니다. 이밖에도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임미현 > 지금까지 밝혀진 부분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왜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사실을 밝히고 대응하지 않는 걸까요?

네, 한 마디로 운동을 계속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폭행을 동반한 처벌은 불문율처럼 내려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이걸 폭로하면 규율이 무너지지 않을까, 그 때문에 내가 혹시라도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 이런 두려움이 있는 겁니다. 실제로 제가 취재한 폭행 피해 학생의 부모님을 만나면 행여라도 내 자식이 여기서 운동을 해야 할 앞길이 막히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문우람의 경우도 아버지가 이택근을 만나 사과를 받고 앞으로 아들을 잘 부탁한다 이렇게 말을 하셨는데 아들의 미래를 염려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일 겁니다.

지난해 제주도의 모 야구부에서 선배에게 방망이 등으로 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한 학생 선수가 찍은 사진.

 

◇ 임미현 > 자식의 미래를 위해 맞아도 참아야 한다, 참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스포츠도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네, 맞습니다. 사실 아직까지 폭력을 성적 향상의 지름길로 알고 있는 지도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제가 만난 한 원로급 지도자는 문우람, 심석희의 폭로로 일선 지도자들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습니다. 대차게 선수들을 지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제는 맞아가면서까지 운동을 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어쨌든 운동과 성공도 개인의 행복을 위한 것인데 결과와 함께 과정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것을 선수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심석희도 용기를 내서 나선 겁니다. 재판 증인 출석을 앞두고 한 말을 들어보시죠.
(인서트-앞으로 스포츠는 물론 어디에서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 엄벌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 임미현 >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대한체육회도 폭력 근절 방안을 내놨죠?

네, 어제였죠. 이기흥 체육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였었는데요. 폭력이나 성폭력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한번이라도 나오면 해당 단체를 탈퇴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선수들의 폭력 근절을 위해 선수위원회에 고충 상담 창구를 설치해 스포츠인권센터와는 별개로 상담을 하고 멘토 기능을 부여하겠다는 것인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임미현 > 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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