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제의 적 오늘의 동지, '더불어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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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수 칼럼]

국회 본회의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치의 세계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6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다른 야 3당을 제쳐두고 예산안 처리 합의를 한 것은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촛불혁명으로 운명이 갈린 민주당과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적대적인 관계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다. 서로 상대 당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날선 공방을 벌이기 일쑤였고 사사건건 충돌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진보와 보수로 이념이 첨예하게 갈린 데다 현 정부 들어 대대적으로 진행돼온 적폐청산작업으로 계속 맞서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일 수 없다고 본 양당이 하루아침에 동지처럼 손을 맞잡고 나타난 것이다.

이것이 국가 대의를 위해서 한 일이라면 박수 받을 일이지만 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양당이 손잡은 것은 순전히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처리는 선거제도 개편과 묶여 논란이 됐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편에 합의하지 않으면 예산안처리에 응하지 않겠다고 공동전선을 펴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득표율과 연동해 각 당의 의석수를 정하는 것으로 국민의 사표방지 차원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선거제도로 꼽힌다. 이들 군소정당이 선거제도 개편에 적극 나서는 것은 이러한 명분과 함께 개편에 따른 이득도 크기 때문이다.

현행 소선거구제 아래서는 득표 1위만이 당선되기 때문에 군소정당이 당선자를 내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뀌면 득표율만큼 의석을 차지하게 돼 이들 군소정당의 의석수는 지금보다 크게 늘게 된다. 이들 정당이 선거제도 개편에 사력을 다하는 이유이다.

반면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의 의석수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어제의 적이었던 민주당과 한국당이 오늘의 동지로 돌아선 것은 바로 기득권을 지키는데 의기가 투합했기 때문이리라.

양당의 예산안 처리 합의에 대해 군소 야 3당이 '기득권 양당의 야합', '기득권 동맹'이라며 공세를 펴는 이유이다. 일각에서는 '더불어한국당'이 탄생했다는 조롱 섞인 비판도 나온다.

양당이 그동안 추구해온 이념이나 노선으로 볼 때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야합을 했다는 비판이다. 아무리 정치가 이해관계에 따라 바뀐다고 하지만 명분이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념이나 노선을 저버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이러한 비판의 대부분은 여당인 민주당을 향한 것이다. 정국을 이끌어 가는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향후 정국운영에 있어서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과 우호 협력관계를 맺어온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민주당에 대해 큰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 국면이 지난 후 민주당이 다시 이들 당과 우호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물론 선거제도 개편 합의 전에는 예산안 처리에 응하지 않겠다고 떼쓰는 군소 야 3당도 결코 잘한 것은 없다.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편은 서로 묶을 수 있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

힘없는 군소 야당으로서는 이러한 연계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과거부터 계속해온 관행이라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고쳐야 할 관행이다.

그럼에도 거대 양당, 특히 여당인 민주당으로서는 군소 야당들을 끝까지 끌어안는 시도를 했어야 했다. 이들 야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민주당도 과거 야당일 때 그 필요성을 주장했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독일의 정치이론가인 칼 슈미트(Carl Schmitt)는 정치를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라고 봤다. 현실 정치에서는 어제의 적이 얼마든지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명분이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 정치는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기가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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