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무자비한 대형사고와 일상화된 위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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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한 칼럼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대형버스라는 뜻의 쟈거노트(juggernaut)는 통제할 수 없는 육중한 힘, 무자비한 힘으로도 번역된다.

영국 사회학자 기든슨이 현대 기술문명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사용한 개념이다.

단적인 예로 의약품을 실고 거리를 질주하는 거대한 트레일러는 질병치료라는 이로움을 대규모로 제공하지만 통제력을 상실했을 경우 무자비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과학기술사회의 양면성을 지적한 것이다.

서울 아현동 지하 통신구 화재 사고로 통신대란을 겪은 지 열흘 만에 이번엔 지하온수관이 터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하 2.5미터에 묻힌 온수관이 터져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이 1시간이상 치솟았다.

이로 인해 차를 몰고 지나가건 주민 1명이 숨지고 수 십명이 화상을 입는 등 황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인근 지역 2800여가구에도 난방 공급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강추위에 떨어야 했다.

사고가 난 온수관은 지난 1991년 신도시 조성 때 아파트나 상업용 건물에 난방용 온수를 공급하려 지하에 매설한 것이다. 벌써 27년이나 지났다.

노후 배관이 직접적인 사고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사고 지역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싱크홀이 발생했던 데다 그동안 실시한 점검도 육안에 그치는 등 형식적이었다고 한다.

결국 지역난방공사의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시설관리체계도 한몫한 셈이다.

전국에 매설된 온수관은 모두 2164km에 달한다. 이 가운데 32%가 20년 이상 된 노후시설이다.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와 서울의 강남지역에 묻혀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온수관 파열사고 대부분이 일산과 분당에 집중된 이유이다.


뒷북이자 땜질 처방 이라 해도 정부는 서둘러 시설 점검에 나서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온수관만이 아니다. 한창 경제성장기에 건설된 주요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이 급속도로 노후화되고 있으니 더욱 걱정스럽다.

2023년엔 30년이상 된 사회간접 자본시설이 20%로 증가한다. 노후화된 사회간접자본시설은 각종 재난 재해의 위험을 높이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아무리 풍요롭다 할지라도 자기 스스로 목숨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일상화된 위험이 노출된 사회라면 국가 존재 이유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기든슨은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이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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