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 “국어 31번은 출제자 실수.. 만점 많으면 욕 먹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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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오류 아니지만 평가타당성 떨어져
만점자 7명 예상, '불수능'은 아냐
너무 어려운 문제.. 난이도조절 '실수'
'변별력' 압력이 타당성 낮은 문제로..
대입제도, 단기대응 말고 장기논의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범(교육 평론가)

지난 15일 치러진 2019학년도 대학 수학 능력 시험 최종 정답이 어제 공개가 됐습니다. 이번 수능 끝나고 이 문제 진짜 이상한 것 같다 하는 이의 신청만 총 991건. 역대 최다였습니다. 특히 선생님들도 못 풀겠다고 할 정도의 고난이도 문제들이 있었죠. 국어 31번. 그러니까 언어 영역 31번에만 120여 건 이의 신청이 들어왔고 생활과 윤리 3번 문제에는 무려 407건의 이의 신청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결론은 최초 발표된 정답이 다 맞다. 이의 신청 모두 틀렸다라는 겁니다. 이렇게까지 혼선이 빚어진 건 그만큼 이번 수능이 어려웠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이분은 어떻게 보고 계실까요. 한번 귀 기울여서 들어보죠. 교육 평론가 이범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이범 선생님, 안녕하세요?

 

◆ 이범>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랜만에 출연하셨어요.

◆ 이범> 한 1년 넘게 만에 출연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잘 지내셨죠?

◆ 이범> 네

◇ 김현정> 이번에 논란이 된 언어 31번. 동서양의 천문 이론을 다룬 질문이었고. 생활과 윤리 3번도 어려워서 문제가 됐던 지문인데 선생님 풀어보셨어요?

◆ 이범> 네, 들여다 봤는데요. 생활과 윤리 3번은 사실 누가 봐도 좀 이건 출제가 잘못됐다고 보기는 좀 어려운. 왜 이의 신청을 그렇게 많이 했는지 약간 납득하기 어려운 그런 문제였고요. 이거는 논란의 소지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큰 화제가 됐던 문제가 국어 31번이었고. 이건 인터넷에 보면 신문 언론사 기자들이 풀어보면서 한탄하는 이런 것들이 동영상으로 올라오기도 했고 굉장히 화제를 끌었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난이도가 이 정도로 높았던 문제는 역대 종종 있었던 일인데.

◇ 김현정> 잠깐만요, 선생님. 그러면 지금 들으시는 분들이 도대체 국어 31번이 뭐였길래 이렇게 화제가 되는가 궁금하실 것 같아서. 선생님, 풀어보긴 풀어보셨죠?

◆ 이범>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맞히셨어요?

◆ 이범> 맞았죠, 저는.

◇ 김현정> 맞혔어요. 우리 이범 선생님은 과탐 전문이시니까. 이게 지금 과학하고 관련된 지문이라서 저도 맞히셨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엄두도 못 냈어요, 풀 엄두도. 한번 들어보세요, 여러분. 풀어보세요. 제가 워낙 길어서 다는 못 읽고 좀 추려서 읽겠습니다. 한번 조금 분위기만 보세요. 31번. 보기를 참고할 때 A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보기, 구는 무한히 작은 부피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부피 요소들이 빈틈없이 한 겹으로 배열되어 구 껍질을 이루고 그런 구 껍질들이 구의 중심 0 주위에 반지름을 달리하며 양파처럼 겹겹이 싸여 구를 이룬다. 이때 부피 요소는 그것의 부피와 밀도를 곱한 값을 질량으로 갖는 질점으로 볼 수 있다. 1, 같은 밀도의 부피 요소들이 하나의 구 껍질들을 구성하면 이 부피 요소들이 구 외부의 질점 P를 당기는 만유인력들의 총합은 그 구 껍질과 동일한 질량을 갖는 질점이 그 구 껍질의 중심. 0이 아니라 5군요. 5에서 P를 당기는 만유인력과 같다. 2, 1에서의 구 껍질들이 구를 구성할 때 그 동심의 구 껍질들이 P를 당기는 만유인력들의 총합은 그 구와 동일한 동일한 질량을 갖는 질점이 그 구의 중심에서 5에서 P를 당기는 만유인력과 같다. 아직 멀었어요. 이게 지금 다 보기입니다. 이 보기를 쭉 읽고 나서 다시 1번, 2번, 3번, 4번 지문이 나오죠. 보기가 나오죠. 1, 밀도가 균일한 하나의 행성을 구성하는 동심의 구 껍질들이 같은 두께일 때 하나의 구 껍질이 태양을 당기는 만유인력은 구 껍질의 반지름이 클수록 커지겠군. 이렇게. 1, 2, 3, 4, 5 중에 적절하지 않은 걸 고르는 겁니다. 언어입니다. 국어 문제였어요. 저는 제가 왜 엄두를 못 냈는지 여러분 아시겠죠? 일단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문제들이 몇 개 있다 보니까 불수능 얘기가 나오는 건데.

◆ 이범> 이건 제가 과거에 과학 선생이었기 때문에 풀어 냈다기보다는요. 제 대학원 전공이 과학사 및 과학철학이었거든요. 뉴턴이 만유인력을 사고한 그 방식을 현대적인 언어로 재구성해서 설명을 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중간에 질점이라는 굉장히 낯선 개념도 나오고, 구 껍질 이런 개념들이 나오니까 학생들 입장에서는 멘붕이 된 건데. 그런데 이게 출제상 오류는 전혀 아닙니다. 출제상 오류는 아닌데 교육적으로 타당한 문제냐에 대해서는 물론 저도 문제 제기를 하고 싶죠. 왜냐하면 수능이라는 것이 대학에서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이걸 측정하기 위한 시험인데, 이 정도의 지문을 이렇게 읽고 해석하는 것이 과연 대학에서 우리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공부를 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냐. 저는 거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이죠. 그래서 이거는 꼭 난이도 실패라기보다는 난이도가 이 정도로 어려웠던 문제들은 과거에도 가끔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는 교육적 타당성, 평가의 타당성 측면에서 좀 문제가 있는 문제라고 보입니다.

◇ 김현정> 교육적 타당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문제다. 그러면 전반적으로 이번 수능이 불수능이었다는 데 동의하시는 건가요?

 

◆ 이범> 전혀 그렇지 않죠. 왜냐하면 불수능, 물수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그중에서 전 과목 만점자가 몇 명이었냐. 이걸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올해는 공식 발표는 아닙니다마는 언론사들 종합해 보면 전 과목 만점자가 7명인 것으로 보이거든요.

◇ 김현정> 맞아요.

◆ 이범> 그런데 재작년에 2017학년도 수능에 3명이었어요. 불수능 여부를 이거로 판단한다면 재작년이 훨씬 더 불수능이었죠. 또 2011학년도까지 한 10년간 수능 만점자가 2002학년도부터 1명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2012학년도 이후에 수능이 쉬워지면서 전과목 만점자가 20명, 30명대로 나오다가 재작년에 3명, 올해 7명해서 그런 거지 과거에는 수능이 훨씬 더 어려웠어요.

◇ 김현정> 선생님 말씀을 종합해 보자면 전체적으로는 예년보다 더 어려운 불수능, 이렇게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다만 아까 우리가 읽어본 그 국어 31번 같은, 문제가 되고 있는 생활과 윤리 3번 같은. 이런 문제들이 곳곳에 끼어 있어서 어려운, 교육 타당성에 어긋나는 문제들이 끼어 있다 보니까 불수능처럼 느껴지는 거다?

◆ 이범> 그렇습니다. 국어가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건 사실입니다. 국어가 최근 15년간 중에 가장 어려웠고요. 그건 학생들이 흔히 등급컷이라고 부르는 그 개념이 있는데 우리는 과목별로 상위 4%까지를 1등급으로 주거든요. 그런데 국어가 최근 15년간 상위 4%, 즉 1등급 받는 학생들의 점수가 90점대였어요. 그런데 올해는 80점대 중반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건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는 얘기고요. 하지만 그것도 그 이전으로 돌아가서 90년대 수능까지 고려한다면 국어가 그만큼 어려웠던 해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것도 아주 오랜 기간 놓고 보면 국어가 역대급으로 가장 어려웠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최근 15년간 사이에 제일 어려웠던 것은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선생님, 아까 국어 31번 문제 같은 경우인 교육 타당성에 어긋난다라고 하셨는데 그럼 일부러 좀 틀리게 어려운 문제를 냈다는 건가요?

◆ 이범> 일부 언론에서 영어가 절대 평가가 되니까. 그래서 90점만 넘으면 1등급, 이렇게 되니까 다른 과목을 어렵게. 특히 국어를 어렵게 하려다 보니까 이렇게 실수를 한 게 아니냐, 이런 보도가 나오는데. 그거는 저는 전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보는 것이 영어가 절대 평가가 된 것은 올해가 아니라 작년부터거든요. 작년에는 전과목 만점자가 15명이 나왔습니다. 올해는 한 7명 정도로 보는데요. 그러니까 만약에 영어가 절대 평가가 되니까 국어를 어렵게 내자라고 만약 출제진이 결의를 했다면 작년에 해야 맞는 거죠. 그런데 작년에는 이렇게 난이도가 높지 않았거든요, 국어가. 그랬던 것으로 봐서 올해 새삼스럽게 국어 난이도를 높이자라고 결의했을 리는 없고 이번에 수능 출제진이 시인한 것처럼 실수를 한 거죠.

◇ 김현정> 실수를 했다.

◆ 이범> 출제하다가 의도했던 난이도보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게 내는 경우는 종종 있었고요. 우리가 국어만 놓고 보니까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라고 보는 거지. 다른 과목까지 놓고 보면 그런 일들은 종종 있었습니다.

◇ 김현정> 아니, 실수를 이렇게 하면 이 선생님들, 이게 정답률이 EBS 가채점 결과로 보니까 18.5%인가 그래요.

◆ 이범> 이 문제가 그렇죠.

◇ 김현정> 이런 거 실수로 어렵게 냈어요. 실수로 애들한테 맞지 않는 문제. 고3 학생들하고 어울리지 않는 문제를 냈어요라고 선생님들 말씀하시지만 그것 때문에 어떤 아이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건데 난이도 조절에 매번 실패한다는 얘기가 나와요. 이거 어떻게 좀 잘할 방법은 없습니까?

◆ 이범> 우리나라 수능이 지금 성적표를 보면 원 점수, 즉 몇 점 만점에 몇 점인지는 아예 나오지가 않습니다. 2010년도 이후에는요. 그러니까 표준 점수라고 해서 평균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얼마나 높냐, 낮냐. 이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하나 나오고 또 등급이라고 해서 상위 4%까지 1등급, 11%까지 2등급. 이런 상대 평가 지표가 2개가 딱 나오는데요. 그러니까 출제자 입장에서는 압력을 느끼게 됩니다. 1등급, 즉 어떤 과목별로 만점자가 4%를 넘어가게 되면 하나만 틀려도 2등급이 돼버리거든요.

◇ 김현정> 그러네요.

◆ 이범> 그러면 좀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으니까 조금은 쉬운 수능 기조를 지키면서도 만점자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면 자기들이 욕먹는단 말이에요.

◇ 김현정> 그러다 보니까 이런 실수 같은 얼토당토않은 어려운 문제가 나온다?

◆ 이범>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실수로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 또는 교육적 타당성이 어려운 문제가 나오는 이런 일이 구조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는 겁니다.

◇ 김현정> 구조적으로 수능이 갖고 있는 구조.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사진=뉴스1 © News1

 

◆ 이범> 그러니까 쉬운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너무 어렵게 내면 물론 또 욕을 먹죠. 그런데 그러면서도 만점자가 4%가 넘지 않게 조절해야 되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거든요.

◇ 김현정> 그러면 이건 대안도 없네요. 그냥 계속 선생님들이 알아서 출제자들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는, 알아서 하는 수밖에 없는, 그 이상의 대안은 없는 거잖아요.

◆ 이범>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와 같은 전 세계적으로 대학 입시를 보면 대부분 논술형이고요. 대학 입시가 객관식인 나라가 한국, 일본, 미국 정도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미국하고 일본의 센터 시험 그리고 미국의 SAT, ACT를 보면 만점자가 상당히 많이 나와요, 과목별로. 그러니까 그들은 절대 평가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절대 평가는 등급제가 아니라 점수제죠. 몇 점 만점에 몇 점. 이것만 주는 절대 평가를 하는데 그러니까 미국 SAT의 물리 과목 같은 경우에는 응시자 중에 무려 만점 받는 학생이 12%가 나와요.

◇ 김현정> 그러면 변별력을 어떻게 가져요, 그렇게 되면?

◆ 이범> 그렇죠. 변별력 압력을 그렇게 느끼지 않고 교육적 타당성에 맞춰서만 출제를 하면 이런 일이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럼 뭘로 걸러내요? 아이들 어쨌든 합격자, 불합격자를 걸러내야 될 텐데.

◆ 이범> 그건 어렵지는 않죠. 왜냐하면 동점자 처리가 문제이지 않습니까? 동점자 중에서 누구를 합격시키느냐. 그건 예를 들면 일본 같은 경우는 명문대는 본고사를 보기 때문에 충분히 물론 변별이 되고요. 미국 같은 경우에는 내신을 조금 섞는다든지 이러면 다 변별이 되기 때문에 변별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능만으로 변별을 해야 되기 때문에, 특히 정시에서. 그러니까 아무래도 변별력이 너무 떨어지면 동점자가 너무 많이 나오고. 동점자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죠.

◇ 김현정> 그런 폐단. 그러면 학종이 맞느냐.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지금 학종이냐. 수시냐 정시냐. 이 논란이 한참 진행 중이잖아요. 그럼 학종이라고 보세요, 대안은?

◆ 이범> 물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요. 요즘 숙명여고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학종 또는 심지어 학종에 들어가는 내신 성적에 대한 불신이 워낙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학종이 대안이다라고는 도저히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어쨌든 이번에 대입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수능을 30%. 그러니까 정시 정원을 30% 이상으로 늘린다라는 다소 좀 절충적인 결론을 내렸잖아요. 최근에 숙명여고 사태도 일어나고 여러 가지 불신이 일어난다는 이유로 이러한 결론을 또 이렇게 다시 부정하고 새로운 어떤 제도를 만들려고 지나치게 서두르게 되면 이거 공론화까지 거쳐서 이렇게 결론 내려놓고 또 이걸 흔드느냐. 그래서 또 다른 불신이 조장될 겁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일단 답이 없고요. 단기적으로는 공론화 결과에 나타난 정시를 30% 이상으로 올린다. 이거를 그냥 지키는 선에서 대응을 해야 되고, 장기적으로 어떤 결론을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죠.

◇ 김현정> 선생님도 지금 딱 정답을 말씀하시기 어렵다는 게 학종은 답이 아닌데.

◆ 이범> 그건 분명합니다.

◇ 김현정> 그렇다고 수능만으로 100도 아닌, 지금 그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대안을 찾을 때다. 그런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말씀을 오늘 듣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 이범> 고맙습니다.

◇ 김현정> 교육 평론가 이범 씨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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