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화해·치유재단 해산, 국제법 위반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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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위안부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을 발표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단 사무실의 모습. 화해·치유재단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문제 합의로 받은 출연금 10억 엔으로 설립되었다. (사진=이한형 기자)
지난 21일 정부는 '화해·치유재단' 해체를 공식 선언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28일 발표된 한일 위안부 합의의 결과물로 재단의 해체는 사실상 합의 무효화를 의미한다.


정부의 발표 이후 일본은 "국제적 약속을 지키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어 외교적, 법적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일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파기될 경우 국제법적 문제소지는 없을까.

정부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결정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62차 정기 수요집회에서 정의기억연대, 정대협, 시민들이 2015 한일합의 손 피켓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가 국제법 위반인지 밝히기 위해서는 합의의 성격을 따져봐야 한다.

만약 위안부 합의가 '국가 간 조약'의 성격을 갖는다면, 합의 파기는 국제법에 저촉될 수 있다. 한국은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의 당사국으로서 협약 제26조 '조약의 준수의무' 규정을 적용 받는다. 비엔나협약 제2조 1항 (a)에 따르면, '조약'은 "서면형식으로 국가 간에 체결되며 또한 국제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국제적 합의"를 뜻한다. 이 중 조약 여부에 쟁점이 될 수 있는 단서는 '서면형식'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위안부 합의는 조약에 포함되지 않는다. 위안부 합의는 문서가 아니라 한일 외교장관의 회담 결과를 담은 게시물과 기자회견 방식으로 나왔다. 외교부에 따르면, 위안부 합의는 여러 가지 정부 간 합의 형식 중 하나로 '양국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 장관의 공식적인 약속'과 '조약이 아닌 구두 발표' 형식을 갖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외교부에 위안부 합의 관련 문서를 공개하라며 외교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했을 때 외교부는 "양국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장관이 양국 국민과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식입장으로 발표한 것"으로 "발표 내용과 관련해 교환한 각서 또는 서한은 없다"고 답변했다. 한일 양국의 홈페이지에 합의안이 게재됐지만, 이는 국가 간 문건이 아니라 이미 구두로 합의된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글이다. 양국의 합의문서로 보기는 어렵다.

즉, 비엔나협약에 따르면 국제조약은 '서면형식으로 체결'된 것이지만, 위안부 합의는 구두로 이뤄졌을 뿐 한일 양국 정부 대표가 공동으로 서명한 문서는 없다.

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졌던 한일 외교장관 회담. (사진=박종민 기자)
다만 학계에는 서면형식이 아니어도 조약일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서울대 전종익 교수는 <2015. 12. 28. 한일외교장관 합의와 헌법소원> 연구에서 "구두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의 외교장관들이 양국을 대표하여 이룩한 합의라는 점에서 국제법상의 조약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협약에 명시되지 않은 형태의 조약도 드물게나마 조약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정재민 판사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2011년 헌법재판소 결정과 2015년 한일정부 간 합의의 관계> 논문에서 "오늘날 국제관습법상 조약의 정의에 구두 조약이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판사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비엔나협약이 국제관습법을 반영한다고 보고, 일부 국가들은 구두 조약의 국제법적 지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 체결을 금지하고 있고, 현실 세계에서 구두 조약이 체결되어 등록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보았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위안부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에 가깝다.


합의가 조약이 아니어도, 양국이 의지만 있다면 합의 내용에 근거해 법적 구속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안부 합의 경우 '해야 한다' 등 의무 규정이 없고, 법적 책임을 명시하는 등 법적 구속력을 의도한 내용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위안부 합의의 성격은 법과는 별개인 '정치적 합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치적 책임은 발생하지만, 법적 책임은 없는 셈이다.

한편 박배근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두협약도 조약일 수는 있으나 위안부 합의는 조약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의 논문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의 국제법적 지위>에 따르면, 조약과 비조약합의를 가르는 지표로는 세 가지가 있다. △조약 여부에 대한 의도 △조약 체결 절차 △내용의 중요도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위안부 합의는 '조약'이 아니다. 합의의 '내용의 중요도'는 높다. 그러나 외교부가 위안부 합의를 '조약이 아닌 정치적 합의'라 말한 점, 해당 합의에는 조약에 부여되는 명칭이 없는 점, 권리와 의무를 나타내는 표현이 없는 점, 합의 내용이 모호한 점, 국제법·국내법상 조약 체결 절차를 밟지 않은 점 등 조약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훨씬 많다.

실제로 외교부는 '위안부 합의는 조약이 아니라 외교적 합의에 불과'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외교부는 과거 '위안부 합의 위헌 확인' 소송에 대해 위안부 합의가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법적 효력을 갖는 '조약'이 아니라 '외교적 합의'일 뿐이므로, 헌법소원 대상인 국가기관의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원목 교수 역시 "위안부 합의는 전체적 취지를 볼 때 조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구두로 합의하더라도 조약일 수는 있지만, 조약이 되려면 국제법적 구속을 받을 의도가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며 "(위안부 합의는) 국제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내용)보다는 정치적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위안부 합의가 파기되더라도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조약을 파기하면 국제법 위반이지만, 위안부 합의는 다방면으로 조약의 요건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해당 합의는 '정치적 합의'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파기했을 때 법적 책임은 아니지만 정치적 책임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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