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삼바, 왜 우리 책임?' 금융당국의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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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고의 분식회계, 왜 2년 전에는 문제 안 됐나?
상장 당시에도 특혜 의혹 제기됐지만 '문제 없다'
'규정' 내세우며 변명으로 일관하는 금융당국
검찰 수사 곧 본격화, 금융당국도 피하기 힘들듯

삼성바이오로직스 심병화 상무(왼쪽부터), 김동중 전무, 윤호열 상무가 지난 5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금감원의 조사·감리결과 조치에 대한 설명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5월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를 위반했다며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해 6월 현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취임하자 과거 정부에서 제 역할을 못했던 공정위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구조,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와 계열사간 부당지원 등 한국 재벌그룹의 오랜 병폐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이런 기대에 어느정도 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간과했던 부분은 공정위가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에 대한 반성이다. 김상조 체제에서 공정위는 과거 정권에서 재벌 봐주기와 정권 눈치보기 행태를 보였던 것에 대한 자기반성을 생략했다.

그 대가는 컸다. 검찰은 공정위 퇴직자들의 재취업 비리와 대기업과의 결탁 혐의를 잡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고 공정위는 초토화됐다.

이후 김 위원장은 등떠밀려 대국민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고 일부 간부들의 항명사태까지 이어지며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물론 현 정부들어 어렵게 끌어올린 공정위에 대한 신뢰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분식회계 사태를 얘기하며 뜬금없이 공정위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번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행태가 공정위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바의 2015년 회계변경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내리면서 시가총액 6위 삼바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심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특히, 고의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와 관련됐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만큼 증선위의 결정은 이번 사태의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와 금감원 등 금융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도 짚어봐야 할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로, 이를 위해서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다.

삼바는 지난 2016년 11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상장을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회계를 검증하는 감리를 진행하는데 규정상 상장 기업의 감리는 금감원이, 상장 이전 기업(비상장기업)의 감리는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위탁해 진행한다.

상장사가 아닌 삼바도 이런 절차를 거쳐 감리를 진행했고 '중요한 관점에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받았다. 특히, 금융위는 적자기업으로 상장요건을 갖추지 못한 삼바를 위해 규정까지 고쳐주며 상장시켰다.

그런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상장 당시부터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됐고 당시 금융당국은 이같은 관련 규정에 따랐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듬해인 2017년 1월 논란이 커지자 삼바는 자청해 금감원에 관련 질의를 했고 금감원은 한국회계기준원과 연석회의를 통해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같은해 2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해외 나스닥에 상장하려는 것을 국내 우량기업의 국내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상장 규정을 변경한 것"이라며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려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방어에 나섰다.


◇ 금융당국의 변명 "규정에 따랐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 6월 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판단하고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상장 이후 2년여가 지난 현재 삼바의 분식회계 결론이 내려지자 2년여 만에 입장을 바꾼 금융당국의 이같은 처신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요약하자면 '규정에 따라' 상장 당시 감리를 공인회계사회가 맡았고, 의혹제기 이후 '규정에 따라' 정식 감리를 진행해 현재의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규정을 들먹이는 것은 문제가 생겼을때 관료들이 내세우는 전형적인 책임회피 방식이다. 동시에 이는 기업의 잘못을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의 존재의미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의혹제기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금융당국이 상장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해 이런 문제를 사전에 걸러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심지어 의혹제기가 있었음에도 규정을 내세우며 면죄부를 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도둑을 잡는 경찰이 신고가 있었는데도 도둑이 활개치도록 내버려둬놓고 규정미비를 내세워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하며 "이럴거면 금융당국 업무를 모두 위탁을 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 피할 수 없는 검찰수사로 외부 메스

이번 사태를 놓고 금융당국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삼바 분식회계 결론이 옳고 그름을 떠나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지적이다.

신뢰 훼손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된만큼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회복하느냐 하는 문제다. 신뢰 회복의 방법은 간단하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언론보도를 통해 금감원이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을 내리고 금융위에 정식으로 조치안을 보고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5개월 넘게 과거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차버렸다.

금융당국이 앞서 언급한 공정위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금융위가 삼바를 검찰에 고발한 만큼 1차적으로 검찰 수사는 삼바의 분식회계 여부에 집중되겠지만 상장 당시 금융당국의 행태에 대한 부분 역시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원 등 시민단체들도 당시 상황과 관련해 정보공개 청구 등 자료수집에 나섰고 이를 토대로 조만간 검찰에 금융당국 관련자들을 고발할 계획이다.

결국 스스로 신뢰회복 기회를 차버린 금융당국에 대해 외부의 메스가 들어가는 상황이 된 만큼 금융당국 역시 등떠밀려 국민 앞에 사과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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