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이 '분식회계' 꼼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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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수 칼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 미래전략실이 주고받는 내부 문서를 공개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

1990년대 후반 삼성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면서 내건 광고 카피다.

삼성이란 브랜드 가치의 힘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이 카피는 국내용이었다.

지금은 이 카피를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반도체 세계 1위인 인텔을 제쳤고 휴대전화와 TV,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세계 최강자가 바로 삼성전자다.

세계 많은 사람들은 코리아보다 삼성을 더 잘 알고 삼성의 제품을 신뢰한다.

이제 삼성이 만들면 새로운 길이 열리고 표준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

이런 세계 초일류기업 삼성에게는 치욕스런 발표가 14일 있었다.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015년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금융당국이 공식 확인, 발표한 것이다.

지난해 4월부터 실시한 금감원의 감리와 추가감리, 이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종 심의결과이다.

삼성바이오측은 이를 승복할 수 없다며 즉각 행정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당국이 분식회계 사실을 공식 확인한 만큼 삼성이 입는 타격은 엄청 클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서 회계 투명성은 생명과 같이 중요하다.

시장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신뢰의 기반이다.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해 당국이 곧장 주식시장 매매를 정지시키고 상장폐지까지 검토하는 이유이다.

이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실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회계를 분식하고 그것도 고의로 했다면 자본시장에서는 치명적인 범죄행위로, 세계 초일류 기업인 삼성으로서는 대단한 오욕이다.

삼성의 한 계열사 회계부정을 가지고 삼성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은 너무 침소봉대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삼성바이오는 삼성이 반도체에 이은 미래 먹거리로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는 ‘바이오’라는 신수종사업을 이끌고 있는 대표주자다.

이런 미래 대표주자 기업의 분식회계가 그룹차원의 개입 없이 이뤄졌다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실제로 이번 금융당국이 분식회계 결정을 내리는데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된 것이 삼성 미래전략실에 보고된 내부문건이었다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바이오가 동원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일부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무리한 합병을 추진했다.

그 무리한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회계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꼼수를 쓰면서 4조 5천억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분식회계를 통해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분식회계 확인을 통해 중요한 퍼즐조각이 맞춰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전체 그림의 윤곽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자료사진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법을 저지른 역사는 길다.

1990년대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사건이 있었다.

이번에는 급기야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역점을 두고 있는 기업에서 분식회계까지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오욕의 역사는 삼성이 세계 초일류기업인데도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이 경영권 승계도 세계 초일류기업에 걸맞게 스마트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래서 경영권 승계도 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말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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