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北미사일 기지 논란…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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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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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한국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20년 만에 탄생했다. 주인공은 미국 뉴저지 3선거구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앤디 김(36) 후보다.

지난 6일(이후 현지시간) 중간선거 당일 개표가 99% 진행된 상황에서 현역인 공화당 톰 맥아더 하원의원에 2,300여표 가량 뒤지다가, 이후 사전투표와 우편투표, 임시표 등이 집계되면서 결국 전세를 뒤집고 당선됐다.

49.9%대 48.8%, 불과 3,400여표 가량 앞선 간발의 승리였다.

그런가하면 서부 캘리포니아 39선거구에서 공화당으로 출마한 영 김(56·여) 후보는 정반대의 상황을 맞고 있다. 선거 다음날인 7일 민주당의 길 시스네로스 후보와 3천표 넘게 격차를 벌렸지만, 우편투표 표가 민주당으로 쏠리면서 15일 새벽 0시 현재 표차가 불과 122표 차이로 바짝 좁혀졌다.

50%대 50%,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화와 민주, 서로 다른 당에서 출마한 두 한국계 하원의원 후보의 엇갈린 상황은 미국 정치지형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가장 많은 하원 의석을 공화당에서 가져온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중산층 이상 고학력자들이 거주하는 교외 지역의 민심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돌아섰다. 이들 고학력 계층들은 대외정책에 식견이 높고 관심도 많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정책의 최대 성과로 내놓고 있는 대북 정책을 놓고 보면, 구체적인 자료는 제시하지 않으면서 그저 말로만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북핵 위협은 더 이상 없다”고 호언장담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믿음이 갈 리가 없다.

승기를 잡은 민주당은 이런 민심을 업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진행상황과 성과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각종 자료요구와 의회 청문회에 나설 태세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12일 내놓은 북한 미사일 기지 보고서('미신고된 북한:삭간몰 미사일 운용 기지'로 명명된 첫 보고서)가 촉발시킨 논란은 이런 정치지형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트럼프식 대북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CSIS보고서는 이런 심증을 굳히는 재료를 뉴욕타임즈 등 미국 주류 언론에 때마침 제공했을 뿐이다.

CSIS가 아니라도 이런 재료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고 커지기 시작한 의구심과 북한 비핵화 회의론은 그것을 강화하는 어떤 재료든 적극 받아들일 것이다.

CSIS 보고서를 재료삼아 미국 주류 언론인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가 동시에 트럼프 대북정책에 대한 포문을 연 것도 의미심장하다.

보고서 내용이 맞는지 틀리는지. 보고서를 인용한 뉴욕타임즈 기사가 가짜뉴스인지 아닌지, 또는 CSIS의 성향이 어떤지 등을 놓고 논쟁으로 힘을 뺄 시간이 없다. 좋든 싫든 대북정책 회의론이 미국 조야(朝野)에서는 힘을 얻어가고 있고 실체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조야에 회의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하원 다수당이 된 민주당, 또 워싱턴 싱크탱크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우리 공공외교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그리고 확실한 성과만이 회의론을 잠재울 수 있다. 촉진자 역할을 자처한 우리의 대북 정책이 성과를 만드는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그간의 행보를 재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의 정치 지형과 정책 환경 변화에 맞춰 전략도 재정비해야 한다. 이것이 CSIS의 북한 미사일 기지 보고서 논란에서 우리가 포착해야 할 신호이자 시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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