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냉면과 송이와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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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요즘 남북관계의 키워드가 느닷없이 '음식'이 됐다.

시작은 냉면이 먼저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우리 경제인들과 합석한 만찬장에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국회에서 공개됐다.

여기에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는 조명균 통일부장관의 어정쩡한 답변이 불을 지폈다.

마침 논란의 당사자가 평소 남북회담장에서 거침없는 언동으로 주목을 받아온 리선권 위원장이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야당은 북한의 사과와 리선권 위원장의 교체를 요구하라며 공세를 이어갔고, 조명균 장관의 해임건의안까지 들고 나왔다.

하지만 리선권위원장의 '냉면'발언은 여전히 진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 자리에 같이 앉아있던 재벌 총수들은 논란에 휘말리기 싫었던지 '노코멘트'로 일관했고, 손경식 경총회장과 박용만 상의 회장은 그런 발언을 들은 바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북한 체제에 염증을 느껴 탈북한 북한 최고위급 외교관인 태영호 전 공사도 리선권 위원장의 태도나 발언을 문제 삼아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할 정도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의 일부 의원들과 보수층에서는 냉면 먹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냉면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간다는 비난 섞인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는 '귤'이 도마에 올랐다.

북한에서 정상회담 선물로 보내온 송이버섯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감귤 2백톤을 북한으로 보낸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사진=홍준표 전 대표 페이스북 캡쳐)

 

압권은 홍준표 전 대표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귤 상자에 귤만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바른미래당의 하태경의원은 물론 자유한국당의 김영우의원까지 너무 과한 것 같다고 할 정도로, 홍 대표의 발언이 지나쳤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과거 정치자금을 사과상자에 받았던 일을 빗대, 과일상자에 엉뚱한 것을 담는 것은 한국당 전문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전여옥 의원등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귤을 매개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취지의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으로 보낸 귤이 남북관계에 어떤 매개체 역할을 할지는 판단할 수 없다.

또한 북미 관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미묘한 시기에 보낸 감귤에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웃에서 건너 온 음식바구니를 빈 채로 돌려보내지 않는 것이 우리의 인심이라면, 공군 수송기에 실려 보낸 감귤 200톤에는 그런 정서도 담겨 있을 것이라는 선의의 해석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진다면 그것이 정말 귤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저 귤은 귤이고, 송이는 송이이고, 냉면은 냉면일 뿐이다.

이정미 대표의 말처럼 '귤'가지고 핵폭탄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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