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망명 코스프레와 참군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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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한 컬럼

고 한주호 준휘 (사진=국방부 제공)
죽음으로 군의 명예를 빛낸 참군인의 표상으로 고 한주호 준위가 꼽힌다.

35년 경력의 베테랑 해상특수전투요원이었던 고 한 준위는 2010년 3월 서해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이 피격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즉각 사고현장으로 달려가 구조활동에 나섰다.

쉼 없이 나흘간 잠수했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떠올랐다.


당시 나이 53살로 2년 뒤 전역을 앞둔 교관이었다. 부사관 출신의 군내 전문 기술인인 만큼 현장 지휘만 해도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목숨을 잃을 위험한 상황임에도 피하가나 도망하지 않고 군인의 자부심과 명예를 지키다 순직했다.

미국 출국 뒤 잠적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최근 "살아서는 한국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고 한 언론이 보도했다. 망명자 흉내를 내려는 것 같은데 우습다.

조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한 핵심 인물이다.

계엄 문건 사태 초기엔 귀국해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호언하더니 이후엔 종적을 완전히 감추고 어딘가에 숨어 지내고 있다.

여러 채널로 귀국을 종용하던 군·검 합동수사단은 결국 더 이상 수사를 진전시키지 못한 채 지난 7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조 전 사령관을 기소중지했다.

조 사령관과 공모 혐의로 고발된 박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관련자 8명에 대해서도 참고인 중지 처분을 했다.

사건의 핵심적인 열쇠를 쥔 조사령관의 잠적으로 국민적 의혹을 풀려는 군검 수사는 전면 중단됐다.

실제 계엄실행여부를 비롯해 국방부나 청와대의 관여 정도 등을 밝히는 일은 뒤로 미뤄지게 됐다.

하지만 진실은 송곳과 같다. 덮을 수 없다.


계엄 문건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할 의도로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내란예비음모죄에 해당한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하고 숨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조 전 사령관이 탄핵정국 때 네 차례나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의혹은 커져만 간다.

조 전 사령관은 별 세 개의 중장 출신이다. 육사 38기로 군내에서 승승장구했고 마지막엔 쿠데타 기도로 권력까지 넘봤다. 그런 그가 전역하자마자 슬그머니 미국으로 내빼더니 숨어서 국민 속터지는 말만 흘리고 있다.

망명자 코스프레로 도망자의 비겁함은 포장되지 않는다. 정정당당하게 나와서 국민적 의혹을 푸는 게 진정한 군인의 길이다.

'필사즉생 필생즉사'라 했다. 일반 병사들이 목숨으로 지킨 군의 자부심과 명예를 장군들이 실추시켜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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