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 '인어'…그 잔인하게 아름다운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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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멸 감독 작품 '인어전설' 15일 개봉
제주 해녀들 싱크로나이즈드 도전기
유쾌한 이야기 속에 담아낸 깊은 울림
"내 영화, 아직까진 기록의 역할 필요"

영화 '인어전설' 스틸컷(사진=㈜자파리필름 제공)

 

제주4·3을 그린 영화 '지슬' 등으로 이름난 거장 오멸 감독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8일 서울 을지로에 있는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영화 '인어전설' 언론시사회 뒤 이어진 기자회견 자리에서였다.

제주 출신 오멸 감독은 '제주라는 공간이 감독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녔는가'라는 취재진 물음에 감정이 북받치는 듯 흔들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가장 큰 뜻으로 이야기하면 어머니 같은 곳이다. 때로는 친구이기도 했고 연인, 선생님이기도 했다. 어떨 때는 감옥이었다. 갑자기 주마등처럼 훅 지나가는 것들이 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오멸 감독 작품 '인어전설'은 제주 해녀들이 우여곡절 끝에 싱크로나이즈드 대회에 출전하는 여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제주와 그곳을 삶터로 일궈 온 사람들, 특히 해녀들의 애환을 정직하게 담아낸 덕에 이야기가 주는 울림의 깊이는 상당하다.

영화 '인어전설' 스틸컷(사진=㈜자파리필름 제공)

 

오 감독은 "제주 해녀들 이야기를 옮기려고 나름 발버둥을 쳤는데, 얼마나 잘 전달 될지 모르겠다"며 "우리 어머니도 젊을 때 물질을 했다는데, 해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밝은 구석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친구 어머니는 항상 물에 젖어서 집에 들어와 곧바로 옷 갈아입고 밭에 나갔다. 친구가 잘못하면 소리지르고 욕했다. (물에 오래 있어) 고막이 상하니 목소리가 커지고 거칠어진 것이다. 그분들 삶은 너무 고단해 보인다. 그 고단함 이외의 삶을, 즐거운 모습을 발견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실제 삶을 간접적으로 드러낼 방법을 고민하다가 싱크로나이즈드를 떠올렸다."

그는 "제작 투자를 받기 위해 사나리오를 상업적인 경쟁 구도로 가자는 제안도 받았는데, 무속에 대한 뉘앙스 등 해녀들이 어디에 근거한 삶을 살았는지 쫓아가다보니 경쟁이나 악인이 등장하는 구도로 이야기를 끌고가기가 어려웠다"며 "비록 긴장감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어머니들 이야기를 그러한 방향으로 가져갈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 "제주, 어머니부터 감옥까지 모든 역할을 했던 공간이 흩어지고 있다"

영화 '인어전설' 스틸컷(사진=㈜자파리필름 제공)

 

영화 '인어전설'에서 마을 해녀 대표 옥자 역을 맡은 배우 문희경은 "수중 경쟁하는 장면에서 '내가 숨을 1, 2초만 참으면 더 좋은 장면이 나오는데 참고 찍을까'라고 생각했다"며 "그때 해녀들의 룰인 '욕심을 버려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더라. 그 일을 계기로 욕심을 버리는 법을 다시금 배웠다"고 했다.

오 감독과 마찬가지로 제주 출신인 문희경은 "고등학교까지 제주에 살았는데 탈출하고 싶었다. 꿈을 펼치겠다는 생각에 제주를 벗어나는 것이 소원이었고 대학에 가면서 서울에 왔다"며 "이번 영화를 하면서도 생각했지만,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덕에 그 정서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배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극중 해녀들에게 싱크로나이즈드를 가르치는 전 국가대표 영주로 분한 배우 전혜빈은 "지내는 곳은 다르지만 아픔을 갖고 살아야 하는 여자들의 마음을 감독님이 해녀와 싱크로나이즈드를 통해 깊이있게 표현했다"며 "여성들이 봤을 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잘 나왔다"고 전했다.

오 감독은 "제주를 담은 내 영화가 다섯 편 정도, 단편까지 치면 더 있는데, 이 섬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계속 해 나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우리 같은 지역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세상의 한계가 굉장히 많다"며 말을 이었다.

영화 '인어전설' 포스터(사진=㈜자파리필름 제공)

 

"이 영화에서도 간접적으로 말하지만, (해군기지가 들어선) 강정마을 등 많은 공간이 본래와 다르게 완전히 변해 버렸다. 이 작품을 편집하면서 '제주도를 오래 전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 그렇네'라고 대답했다. 이 영화도 보면 2층 건물이 안 나온다. 1990년대까지 내고 보고 만났던, 사라지는 제주의 공간을 계속 찾고 있더라. 내게는 어머니부터 감옥까지 모든 역할을 했던 공간이 흩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혜빈도 "제주의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있다. 그 좁은 땅에서 도민들이 사라지고 타지 사람들 집이 늘어나고 있다. 영화 촬영하면서 그 아름다운 곳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에 안타까웠다"며 "이 영화에 담긴 제주 모습이 그 아름다움의 끝자락으로 다가와 가슴이 아프다. 이 영화를 통해 아름다운 제주를 지켜나가자는 생각에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 감독은 "내가 살고 있는 모습, 주변 어머니들이 사는 모습을 담는 일은 영화 산업이기도 하지만 기록이기도 하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면 아직까지는, '인어전설'까지는 기록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여겼다"며 "이 영화를 통해 지역의 삶, 어머니의 삶이 전달되고 공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제주를 하나의 생명체로 봐달라. 어떻게 변해야 할지에 대한 더 많은 고민과 토론을 필요로 하는 땅이 제주다. 이 영화로 그러한 고민을 나누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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