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의 '뉴라밸'] 귀하디 귀한 훈민정음 해례본의 10년 숨바꼭질, 왜 못찾을까?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10년간 소장자 배씨가 숨겨, 문화재청 강제집행 시도하며 압박
배씨 국정감사에 나와 "1000억 받아도 안돌려준다"
문화재청은 배씨 명예회복해준다며 달래기
도굴꾼과 싸우는 문화재청 단속반 직원 단 2명, 인력 충원 시급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의 <조은정의 '뉴라밸'="">

◇ 임미현 > 매주 목요일 문화 트랜드를 읽는 '뉴스 라이프 밸런스', 조은정의 '뉴라밸' 시간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 조은정 > 네. 반갑습니다. 조은정입니다.

◇ 임미현 > 네 오늘은 어떤 내용을 가져오셨나요.

◆ 조은정 > 오늘은 문화재 얘기를 해볼까하는데요. 지금 국정감사 마무리 기간이잖아요. 여러 이슈가 있었는데요. 국감 중에 10년 동안 국민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다시 이슈가 됐습니다.

◇ 임미현 > 훈민정음 해례본이면 정말 귀한 문화재 아닙니까.

◆ 조은정 > 네 이 책은 정말 귀하디 귀합니다. '무가지보'(無價之寶).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보물입니다. 세종이 한글을 만든 원리를 설명한 책이 바로 해례본인데요. 한글 창제 3년이 지난 세종 28년, 즉 1446년에 발행이 됐습니다. 여러부가 제작이 되는데 일제가 한글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이 책을 훼손하게 됩니다. 한글을 폄하하고 탄압하는 과정에서 해례본을 다 없애버린것이죠.

배익기씨가 공개한 '훈민정음 상주본' 일부 사진. 아랫부분이 불에 그을려 있다. 사진=배익기 씨 제공

 

◇ 임미현 > 아 세종의 과학적인 한글 창제 원리 흔적을 지우려 한거군요.

◆ 조은정 > 그렇죠. 엄혹한 일제시대를 거치며 겨우 딱 한권이 살아남았습니다. 1940년 경북 안동 고가에서 발견된 것을 간송 전형필 선생께서 기와집 10채 값인 만원을 주고 사들였습니다. 한국전쟁이 났을때도 품에 고이 품고 잠잘때도 베개 속에 넣어 지켰다고 하는데요. 이걸 간송본이라고 하고 국보로 지정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해례본이 10년전 2008년도에 경북 상주에서 한 권 더 발견이 됐습니다. 심지어 보관상태도 더 좋았습니다. 표제와 주석도 더 달려있어서 학술적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었죠. 상주에서 발견돼서 해례본 상주본이라고 하는데요. 2008년에 처음 언론에 공개했을때 영상을 보면 책 상태가 한눈에 봐도 좋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지금 어디에 어떻게 보관돼 있는지도 모릅니다. 문화재청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 임미현 >어떻게 된 사연인가요?

◆ 조은정 > 쉽게 말하면 이 책을 최초로 공개했던 배익기씨가 지금까지 내놓지 않고 있는건데요. 배씨는 10년 전에 이 책을 고서점에서 입수해서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가 서점 주인과 소유권 분쟁을 벌이게 됩니다. 서점 주인 조모씨가 배씨가 책을 훔쳐갔다고 주장했고 대법원도 조씨 소유권을 인정했습니다. 그 뒤 조씨가 책을 문화재청에 기증해서 현재 법적 소유권이 문화재청인데요. 배씨는 이 책을 훔친 혐의로 징역형까지 살다가 대법원에서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으면서 풀려났고, 현재까지 책을 어딘가에 감춰놓고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이 지난 10년간 청장만 37번, 관계자들은 수십번 찾아갈 정도로 배씨를 설득을 했는데 전혀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 임미현 > 법적 소유권이 문화재청이라는 얘기인데 강제로 가져오면 되는 것 아닌가요?

◆ 조은정 > 사실 배씨가 책을 훼손해버릴수도 있기때문에 자진 환수를 받는게 가장 안전한데요. 설득을 하다하다 안되니 결국 지난해에 문화재청이 상주본 강제집행을 시도를 하게됩니다. 그러자 배씨는 이의 소송을 제기했고, 진 뒤에도 항소했습니다. 이달 22일에 2심 판결이 나는데요. 그러면 다시 강제집행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배씨는 좀 기인입니다. 몇년전에는 천 억을 주면 국가에 내놓겠다고 했구요.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해 재산이 1조4천억이라고 신고를 했습니다. 해례본을 가지고 있다고 과시한거죠. 이번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을 했는데요. 책을 돌려줄 생각이 없다며 완고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1000억을 받아도 되돌려주고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 씨가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임미현 > 참, 귀한 문화재를 10년간 내놓지 않으면서 저런 태도일까 싶네요.

◆ 조은정 > 네 안타까운건 심지어 배씨의 집에 3년전 큰 화재가 나서요. 상주본도 일부 훼손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배씨가 공개한 사진에 상주본이 그을려 있습니다. 이후에도 이게 어디에, 어떻게 보관이 되고 있는지를 모르니 더 불안한거죠. 그런데 강압적으로 나갔다가는 배씨가 이 책을 어떻게 해버릴지도 모르니 문화재청은 쎄게 나서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정재숙 청장은 배씨가 자진귀속을 하면 명예회복을 시켜주겠다면서 달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돈 문제인 것 같은데요. 정황상 배씨가 뭔가를 바라고 있는 것은 확실해보입니다.

◇ 임미현 > 그 귀한 책이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게 방치돼 있다는게 안타깝네요.

◆ 조은정 > 네. 이번에 취재하면서 느낀건데요. 상주본 뿐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 문화재가 도굴당하고 훼손되는 일이 아직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런데 전국에 이런 범죄를 단속하고 문화재를 회수하는 인력이 몇명이나 되는지 아세요?

◇ 임미현 > 몇명입니까?

◆ 조은정 > 겨우 2명입니다. 문화재청 사범단속반 직원 두명이 전국을 다니면서 첩보를 입수하고 도굴꾼들이 훔치거나 훼손된 문화재를 찾아내고 있습니다. 배씨를 찾아가서 설득하는 것도 이분들 몫이었는데요.

한상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은 "문화재 범죄는 은닉기간이 길기 때문에 바로 환수를 하기 어렵고 특수성이 있다"며 "현재 문화재청 단속반이 두명이거든요. 두명이 전국을 커버하는 상황"이라고 에로사항을 얘기했습니다.

겨우 두명의 직원이 지능적인 도굴꾼들과 싸우고 있다는게 충격이었습니다. 문화재를 잘 관리하고 또 보존하는 것은 후세를 위한 일이기도 한데요. 당연히 관련 인력이 시급히 충원돼야 할 것 같습니다. 문화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아끼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개인이나 문중 소유 경우에 훔쳐간지도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는데요. 포상금 제도도 있으니 적극적으로 신고를 해서 귀한 문화재를 보존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 같습니다.

◇ 임미현 > 네. 무엇보다 상주본이 어서 안전하게 국가에 환수됐으면 좋겠네요. 조은정 기자 잘들었습니다.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