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지 않아"…뮤지컬 '마틸다'의 단순하고 강렬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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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뮤지컬 '마틸다'

마틸다 포즈. (사진=신시컴퍼니 제공/photo by 수진)

 

"옳지 않아." 뮤지컬 '마틸다'를 보고 난 후 기억에 남는 대사를 꼽으라 하면, 열에 아홉은 분명 이 말을 꼽을 것이다. 공연 안에서는 불의한 세상에 저항하는 어린 '마틸다'의 저항이다. 공연 밖으로 확장하면 뮤지컬 '마틸다'가 우리 뮤지컬계에 전하는 일갈이기도 하다.

◇ 어린 주인공 '마틸다'의 "옳지 않아"

뮤지컬 '마틸다' - Naughty. (사진=신시컴퍼니 제공/photo by robin)

 

대부분의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귀한 기적이라고 여기는 세상. 그런데 유독 마틸다의 부모는 마틸다를 '망한 불량품'으로 취급한다. 돈에 환장한 아빠, 춤에 미친 엄마 등 천박한 부모에게 학대를 받는 중에도 마틸다는 (다행히) 조금도 삐뚤어지지 않았다.

독서의 힘 덕분일까. 마틸다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글자를 깨우쳤고, 어른도 제목만 알법한 <파우스트>, <죄와 벌=""> 등을 읽고 이해하는 조숙한 아이이다. 건강한 생각을 바탕으로 성장한 마틸다는 옳고 그름이 명확하고, 그 의견을 밝히는 데 겁내지 않는다.

노후한 차의 외관을 바꾸고 주행거리를 줄여 외국인(러시아인)에게 팔려는 아빠에게도, 아이들을 끔찍이도 싫어해서 어떻게든 처벌하려는 학교 교장 미스 트런치불에게도 "그건 옳지 않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불공평하고 또 부당할 때 한숨 쉬며 견디는 건 답이 아냐. 꾹꾹 참고 또 참으면 보나마나 또 그럴걸. 이 얘기의 주인공은 바로 나야. 쓰인 대로 그냥 따라갈 수 없지. 처음부터 끝이란 건 어차피 정해져 있다 믿고 포기하는 것. 옳지 않아."

뮤지컬 '마틸다' - My Home. 마틸다(설가은)와 미스허니(박혜미). (사진=신시컴퍼니 제공/photo by robin)

 

뮤지컬 '마틸다'의 협력 연출 닉 애쉬튼은 "'마틸다'에 나오는 가사 '쬐끄맣고 힘이 별로 없다 해도 쬐금만 용기를 내면 할 수 있어'에서 '쬐그맣고'(Little)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직장·사회나 가정에서 지배구조에 낮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고 밝힌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내게 주어진 위치가 이러하기 때문에 무조건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이다. '운명이라는 것은 내가 개척하고 바꿀 수 있다'고는 메시지를 공연을 보는 이들에게 전한다. 불의에 저항하는 마틸다를 보면서 아이와 어른 관객은 '독서의 힘'을 자연스레 느낀다.

아울러 어른들에게는 허니 선생님도 좋은 본보기이다. 모든 어른이 끔찍하지만, 마틸다의 곁에는 존경할 만한 허니 선생님이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마틸다의 가능성은 꽃피기 어려웠다. 모든 어린이는 가능성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일까, 이 역시 '마틸다'가 던지는 메시지이다.

◇ 뮤지컬 '마틸다'의 "옳지 않아"

뮤지컬 '마틸다' - Revolting Children . (사진=신시컴퍼니 제공/photo by robin)

 

뮤지컬 '마틸다'의 이야기 구조는 크게 보면 '권선징악'으로, 단순하다. 정의로운 한 어린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못된 어른들에게 벌을 준다는 식이다. 그러나 단순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조금의 지루함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극장에 들어서마자 시선을 단번에 빼앗는 모자이크 형태의 무대, 마틸다의 온갖 기발하고 동화적인 상상력을 구현해내는 특수효과와 조명, 신나는 넘버와 화려한 군무 등은 남녀노소 모두를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특히 객석 위까지 다가오는 그네 씬 'When I Grow Up'은 관객 스스로도 모르게 탄성이 터진다. 장관이다.

뮤지컬 '마틸다' - When I Grow Up. (사진=신시컴퍼니 제공/photo by robin)

 

무대 메커니즘과 스펙터클한 안무가 결합하면서 단순하고 평면적인 이야기에 입체감이 덧씌워졌다. 인터미션까지 포함해 3시간이라는 시간은 언제 훌쩍 지났나 싶다. 기술이 예술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단순한 이야기를 몰입도 넘치는 볼거리로 만들어내는 이 능력을, 우리 뮤지컬계가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 요즘 뮤지컬들은 소재가 한정적이다. 대부분 뻔한 사랑 이야기로 차고 넘친다. 그래서 제작사는 아이돌이나 스타급 배우 캐스팅에 의존하며, 차별화를 시도한다. '마틸다'는 스타급 캐스팅 없이 극 자체의 힘으로 호평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뮤지컬 '마틸다' - Revolting Children 군무. (사진=신시컴퍼니 제공/photo by robin)

 

아이들을 극장으로 부르는 힘 역시 주목해야 한다. 소위 가족 뮤지컬이라는 어린이 관객 타깃의 장르를 제외하면, 온 가족이 함께 볼 뮤지컬의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이다. 이런 공연들은 아이들은 좋아할지라도, 어른들에게는 흥미 없는 내용들이다.

아이들을 포함해 온 가족을 극장으로 끌고 오는 것은 뮤지컬계 저변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관객 숫자가 정체됐다고 평가받는 한국 뮤지컬계의 장기적 과제이다.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의 이야기 '빌리 엘리어트'를 뮤지컬로 선보인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 프로듀서는 "'마틸다'는 주요 뮤지컬 관객인 20~30대 성인 관객뿐만 아니라 어린이부터 장년층까지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면서 "관객의 저변 확대를 이룰 수 있는 작품으로 '마틸다'를 선택했다"고 말한 바 있다. 공연은 내년 2월 1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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