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카카오 카풀 vs 택시 파업, 우버 때의 전철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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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승차장에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다. 서울 택시업계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며 오는 18일 파업을 예고했다. (사진=이한형 기자)

 

택시업계가 18일 하루 동안 전국에서 파업에 들어갔다.

공언했던 전면파업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출퇴근길의 승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택시업계가 파업에 들어간 것은 국내 대표 IT기업인 카카오의 카풀(승차공유) 서비스 진출을 막기 위한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8월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를 설립하고 택시와 대리운전, 주차 등 이동 전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모바일 앱 ‘카카오T'를 통해 이뤄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에 이들 서비스에 더해 카풀을 추가하기로 하고 지난 16일부터 이 카풀에서 활동할 크루(운전자)를 사전모집하고 있다.

‘카카오T'를 통해 방향이 비슷하거나 목적지가 같은 이용자들이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카풀서비스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도 카풀은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직장동료나 동호회 등에서 소규모로 이뤄졌다.

카카오 카풀은 대기업이 나서 첨단 IT시스템을 갖추고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사업에 본격 나선다는 점에서 다르다.

카카오 카풀에서는 자가용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본인인증을 통해 운전자로 등록할 수 있다.

택시업계는 이것은 법으로 금지한 자가용 영업행위의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이것을 방치하면 택시업계의 붕괴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산업 종사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택시업계가 하루동안 생업을 포기하고 서울 광화문에 모여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연 이유이다.

카카오측이 카풀사업에 나서더라도 불법은 아니다.

법에서는 자가용의 유상운송을 금지하고 있지만 예외로 출퇴근 시간대 카풀은 허용하고 있다.

카카오측도 출퇴근 시간대에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카카오측은 더 나아가 카카오택시 이용 자체 분석결과를 토대로 카풀 서비스가 출퇴근 시간대에 택시를 잡기 힘든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론도 내세우고 있다.

카카오측 관계자는 “택시산업을 망가뜨리고 카풀 서비스를 활성화할 생각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문제는 카풀이 가능한 출퇴근 시간이 어느 시간대인지 법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욱이 시차출퇴근제와 같은 유연근무제의 확산으로 출퇴근 시간대의 폭은 크게 넓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택시업계는 영업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택시업계로서는 파업을 불사하며 들고 나설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카카오측은 이미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면서 택시업계를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택시업계와의 관계도 우호적인 편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적대적으로 변했다.

양측의 갈등은 어찌보면 불가피한 것일 수도 있다.

모바일앱을 통해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하는 것은 택시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것이라지만 결국에는 기존 택시업계의 이해관계를 해칠 수밖에 없다.

17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승차장에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다. 서울 택시업계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며 오는 18일 파업을 예고했다. (사진=이한형 기자)

 

카풀이 활성화되면서 택시가 설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카카오 카풀은 IT 차량 공유서비스를 통해 이용자 편의를 증진시키는 혁신이다.

양측의 갈등은 혁신과 생존권의 대립으로 볼 수 있다.

이 갈등은 양측이 대화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판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혁신보다는 생존권을 중시하는 쪽이었다.

지난 2013년 차량 공유서비스인 우버(Uber)가 우리나라에 진출했을 때 강하게 반발하는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줬고 결국 우버는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공유경제에서 우리나라가 크게 뒤처지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는 정부가 우버 때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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