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K뱅크를 미리 내정한 뒤 평가 결과를 짜 맞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영선 의원은 18일 2015년 11월 29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사업자 발표가 나기 9일 전인 20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수첩에는 이미 평가 결과가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KT와 카카오, 인터파크 등의 컨소시엄으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 2015년 11월 27~29일 외부평가위원 합숙 심사 평가를 거쳐 예비인가 사업자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사업자 선정 여부만 공개됐을 뿐 구체적인 점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안 전 수석 수첩에는 '카카오 86, KT 우리 83, 인터파크 SKT 64'라고 적혀있었다. 이는 박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외부평가위원 세부 심사평가 결과와 일치한다.
박 의원은 "2015년 11월 18일부터 21일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에 동행했던 안 전 수석이 평가점수를 사전에 박 전 대통령에게 듣고 기재했거나,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할 목적으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아울러 박 의원은 한국관광공사가 K뱅크에 80억원을 출자했던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관광공사는 2015년 9월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KT컨소시엄과 투자결정 협약을 체결한 뒤에 기재부와 협의했다. 이사회 의결도 계약이 체결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서면으로 했다.
박 의원은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면서 관광공사가 이사회 의결 없이 KT컨소시엄에 출자하기로 한 것은 사후 의결이 있더라도 무효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KT와 박근혜 정부 간 부적절한 관계가 최순실.차은택 등 국정농단의 주요 인물과 연관된 이동수 전 전무나 신혜성 전 상무보 등과 연관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기재부는 K뱅크에 출자한 한국관광공사에 대해 자체 감사를 실시해 절차적 위법의 책임을 묻고, K뱅크 설립 과정에 비위가 있다면 형사고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