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벨트' 없는 시내버스···'시민의 발' 책임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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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사각지대' 시내버스①]위험천만한 시내버스 탑승기

지난달 28일부터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에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는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애초부터 안전벨트가 없는 시내버스는 적용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정작 '시민들의 발'인 시내버스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승객들은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무방비로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강원영동CBS는 시내버스에 설치되지 않은 안전벨트가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안전벨트' 없는 시내버스···'시민의 발' 책임질 수 있나
(계속)


17일 오후 안전벨트 없는 시내버스 안에서 한 할머니가 의자 뒤쪽 손잡이를 한 손으로 꼭 쥐고 가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지난달 28일부터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가 시행된 가운데 정작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 시내버스는 제외돼 있어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17일 취재진이 직접 시내버스를 타고 강릉지역 시내를 돌아봤다. 대다수 운전기사는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에서 시속 60km 미만, 차가 없는 길목에서는 시속 80km 가까이 속도를 내며 주행하고 있었다.

버스정류장마다 1~2분 간격으로 내리는 승객들이 많아 운전기사는 시속 80km 이상으로 내달리지는 않았지만, 차들 사이를 비집고 다닐 때 순간적으로 속력을 높이거나 급정거를 해 몸이 수십번 앞으로 쏠렸다.

특히 버스와 바짝 붙어 추월을 시도하는 승용차들 때문에 운전기사는 몇 번이고 급정거를 반복해야 했다.

그 탓에 80대로 보이는 한 할머니는 안고 있던 가방이 바닥으로 떨어져 주변 사람들이 주워주기도 했고, 한 손으로 기둥을 잡고 있던 청년은 한 팔 전체를 기둥에 감싸기도 했다.

안전벨트가 없는 버스 안에서 의존할 안전장치는 의자 뒤편과 천장에 달린 손잡이, 의자 사이에 설치된 기둥이 전부였다.

자칫 한눈을 파는 사이 급정거를 할 때면 스스로 순발력을 발휘해 옆 사람의 옷자락이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대다수 승객들은 운전기사가 속력을 높일 때면 한 손으로 의자 뒤편 손잡이를 꼭 붙잡는 등 다소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버스 맨 뒤쪽은 사고가 나면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진=유선희 기자)

 

강원지방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3~2017)간 강원 도내에서 발생한 시내버스 교통사고는 모두 519건으로 확인됐다. 이 중 사망자는 11명, 부상자는 887명이었다.

사망자는 지난해에 4명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부상자는 지난해 118명, 2016년 132명, 2015년 185명 등 매년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시내버스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사망자까지 발생하고 있지만, 법률조항에는 안전벨트 설치에 대한 규정이 없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27조를 보면 "시내버스·농어촌버스, 마을버스의 승객용 좌석은 안전벨트를 설치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시내버스는 고속버스와 달리 비교적 저속으로 운행되고, 좌석 수도 많지 않은 데다 한두 정거장을 이동하는데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푸는 시간 소요의 비효율성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로 위 교통사고 피해를 줄이려면 당장 '시민의 발' 역할을 담당하는 시내버스에도 안전벨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직장인 심은형(여.23)씨는 "안전벨트가 없으니까 사고가 나면 그대로 밖으로 튕겨 나갈 우려가 있다"며 "전 좌석 안전벨트 설치 도입이 의무화한 만큼 시내버스에도 안전벨트가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류재원(65)씨는 "버스가 단거리를 주행한다고 하지만 달리다 섰다를 반복하며 급정거를 많이 해 손잡이에 의존한 적이 많았다"며 "안전벨트 도입은 필요하지만, 서 있는 사람들까지 안전벨트를 할 수 없어 말처럼 도입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도로 위 전 좌석에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승객들은 오늘도 '안전벨트'조차 없는 시내버스에 몸을 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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