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정후 (사진 제공=넥센 히어로즈)
"아시안게임 결승전 때도, 신인 개막전 때도 안 떨었는데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긴장했다. 그 공을 잡았을 때 긴장이 딱 풀렸다"
프로야구 레전드 이종범의 아들로 잘 알려진 넥센 히어로즈의 이정후가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자신만의 '가을의 전설'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이정후는 1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친 수비 장면의 주인공이었다.
0대2로 뒤진 넥센은 5회말 실책 3개를 범한 KIA 수비를 발판삼아 5대2 역전을 해냈다. 하지만 KIA 이범호가 6회초 투런홈런을 때렸고 7회초에는 버나디나의 2루타, 나지완의 적시타가 연속으로 나와 5대5 동점이 됐다.
이어 최형우가 좌중간 깊숙한 곳으로 장타를 날렸다. 좌익수로 출전한 넥센 이정후가 몸을 날려 타구를 잡아냈다. 나지완은 1루로 돌아가지 못하면서 병살이 됐다. 이정후가 역전 위기를 막은 것이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왼손타자 최형우가 친 타구라 슬라이스가 걸린 것 같았다. 이정후의 움직임을 보니까 어쩌면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래도 너무 잘 잡았다. 슬라이딩 타이밍도 좋았고 단기전을 처음 뛰는 선수치고는 너무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이정후는 중견수로 출전한 임병욱과의 '소통'과 '배려'가 호수비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임)병욱이 형과 신호를 보냈다. 형이 우중간을 맡는다고 해서 내가 좌중간 쪽으로 더 이동했다. 공이 묘한 위치로 떴다. 서로 뛰어가는데 형이 너무 빠르게 달려오는 게 보여서 다칠 것 같아 일찍 슬라이딩을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정후가 수비 위치를 좌중간 방향으로 미리 옮겼기 때문에 타구에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었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시도한 슬라이딩은 결과적으로 기막힌 한수였다.
대단한 호수비였다. 이정후는 놓칠 것 같은 위험이 없었는지 묻는 질문에 "솔직히 놓쳤어도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게 워낙 어려운 타구였다. 놓쳤어도 솔직히 나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7회초 호수비를 펼친 뒤 "긴장이 딱 풀렸다"는 이정후는 7회말 자신의 포스트시즌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넥센 타선이 폭발하면서 이정후는 홈을 밟았고 이 점수는 결승득점이 됐다. 넥센은 KIA를 10대6으로 누르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정후는 "포스트시즌 첫 경기라 꼭 이기고 싶었다"며 "아버지께서 포스트시즌에서는 무조건 자신있게 해야한다고, 쫄지 않고 심장이 큰 사람이 이긴다고 말씀해주셨다. 정규리그 때와 다르게 이겼을 때 오는 쾌감이 달랐다"고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