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반도, 2인3각 아니 5인6각의 게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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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국회에서 한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강 장관은 범정부차원의 해제 검토는 없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파문은 국회 차원을 넘어 미국까지 번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한국은 우리 승인(approval)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두 번이나 반복하며, 강경한 어조로 반박했다.

'승인(approval)'이라는 말은 상대방을 동등한 관계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해석할 수 있어, 외교적으로 상당한 결례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수위의 발언이다.

결례를 무릅쓴 단어를 선택한 것은, '선 비핵화-후 제재완화'라는 기조를 유지해 온 미국이 강 장관의 발언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모든 사안을 협의로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히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역시 11일 국감에서 5.24조치 해제는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민감한 반응에 대해 일부에서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남북관계개선에 대해 미국이 속도조절을 요구하며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7일 오후 서울에서 만찬을 갖고 방북 결과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실제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남북 군사합의안을 놓고 강경화 장관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제제완화를 위한 국제적 공조체제를 만들고 있는 북한의 외교전략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흔들리고 있는 유엔사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국의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고, 사실상 미국이 지배하는 유엔사는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한국내는 물론 7개의 일본 후방기지를 운영하는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

동북아는 중국이라는 가장 막강한 견제세력이 버티고 있는 핵심적인 전략지역인 만큼 미국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미국의 자국 이기주의도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한반도 문제는 당사자인 남북이 해결할 수 없는 2인3각 아니 5인6각 게임과 같다.

어느 한 곳이라도 보조가 맞지 않으면 같이 넘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더구나 묶여 있는 5명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고 달리려는 방향까지 제각각인 어렵고 힘든 게임이다.

우리에게는 너무 안타깝지만 받아들여야할 현실이고, 다리를 묶고 있는 국가 가운데 가장 가깝게 묶여있는 미국과의 공조는 더욱 필연적이고 필수적이다.

다리에 묶여있는 끈을 풀 수 없다면 그리고 넘어지지 않으려면, 보다 지혜롭고 성의 있게 서로 보조를 맞춰야한다.

그것이 한반도 평화라는 종착점에 무사히 닿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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