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스리랑카인에게 뒤집어씌우지 말라'는 여론, 일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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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 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휘발유 저장탱크 폭발로 추정되는 큰 불이 나 소방당국이 소방헬기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300원짜리 풍등 하나에 저유소가 폭발했다면, 안전관리 책임자의 과실이 더 큰 것입니다. 돈 벌고 일 하기 위해 들어온 평범한 우리 이웃 노동자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해서는 안 됩니다."

10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스리랑카 노동자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다.

청원게시판에는 이처럼 풍등을 날려 불을 낸 스리랑카인을 선처해달라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간혹 이 스리랑카인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선처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은 이 스리랑카인에 대한 동정어린 시선을 담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 경찰 수사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이번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 발생 후 경찰의 수사발표는 이를 지켜본 많은 시민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경찰은 화재가 난 저유소 옆 공사장에서 스리랑카인이 날린 풍등이 저유소 잔디밭에 떨어져 불이 났고 이 불씨가 휘발유 탱크 유증기 환기구로 들어가 탱크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대한 증거자료로 저유소 주변 CCTV도 공개했다.

이 CCTV에서는 이 스리랑카인이 풍등을 띄운 뒤 저유소 쪽으로 날아가는 풍등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온전히 담겨있다.

경찰은 이 스리랑카인을 긴급체포해 조사한 뒤 중실화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스리랑카인의 풍등 불장난으로 수천톤 들이 휘발유 탱크가 폭발해 40억원 이상의 피해를 냈다고 본 것이다.

경찰이 이번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이 스리랑카인이 날린 풍등을 지목한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 스리랑카인이 저유소 옆 공사장에서 풍등에 불을 붙여 날렸고 이 풍등이 저유소 쪽으로 날아가 휘발유 탱크 옆 잔디밭에 불을 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여기에만 집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 소방방재 전문가는 방송에서 풍등이 날아가 저유소 탱크가 폭발할 확률은 "로또에 연속으로 두 번 당첨되거나 홀인원한 상태에서 골프공을 꺼낼 때 벼락에 맞을 정도의 것"이라고 밝혔다.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 스리랑카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면서 처벌하는 쪽으로 경찰 수사가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리랑카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지 말라는 청와대 청원이 들끓는 이유이다.

문제는 어딘가로부터 우연히 날아든 풍등 하나로 폭발할 수 있을 정도로 저유소 탱크가 소방방재에 취약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저유소 탱크 주변에 왜 불이 쉽게 붙을 수 있는 잔디밭이 조성돼 있고, 유증기 환기구를 통해 불씨가 쉽게 탱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은 누구도 납득하기 힘들다.

유증기 환기구에 있는 화염방지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면 화재가 일어날 수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유소 잔디에 불이 붙어 연기가 피어오른 것은 18분 동안이었다고 한다.

당시 저유소 탱크 주위에 40대 이상의 CCTV가 이 현장을 비춰주고 있었고 저유소에는 6명의 근무자가 있었는데도 이 18분 동안 아무도 불이 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화재경보도 울리지 않았다.


이런 취약성이야말로 풍등 하나로 저유소 주변 하늘 수 km를 검은 먹구름으로 쌓이게 했던 엄청난 폭발사태를 불러일으킨 진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10일 오후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인에 대해 경찰이 재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 수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여론을 돌아본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는 검경이 이번 사태의 진짜 원인과 책임을 가려내고 그에 따라 책임자를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보다 수사력을 집중하기를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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