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뉴스] 가짜뉴스, 왜 허위조작 뉴스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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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대기자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입니다." 2014년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한 내용이다.

당시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의 7시간'을 둘러싸고 의혹이 한창 제기되던 시기였다.

"가짜 뉴스가 창궐합니다. 유튜브, SNS 등 온라인에서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 뉴스가 급속히 번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사생활이나 민감한 정책 현안은 물론, 남북 관계를 포함한 국가 안보나 국가원수와 관련한 턱없는 가짜 뉴스까지 나돕니다."

이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월 2일 국무회의에서 밝힌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 총리는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는 가짜 뉴스의 통로로 작용하는 매체에 대해 필요하고도 가능한 조치를 취해야 옳다"며, "각 부처는 소관 업무에 관한 가짜 뉴스가 발견되는 즉시 국민들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혼란을 막고, 위법한 가짜 뉴스에 대해서는 수사를 요청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지난달 26일 베트남 국가주석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호치민 전 수석의 거소를 방문해 방명록을 남겼는데 이를 두고 '북한이 김씨왕조임을 인정했다'거나 '북한 주민을 백성이라고 했다'는 가짜뉴스가 나돌았다.

▶ 두 발언의 공통점이 가짜뉴스에 있는 거냐?

= 두 발언을 동일선상에 놓고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가짜뉴스를 언급했다는 점에서는 유사점이 있다. '7시간 의혹'은 대통령의 책임과 관련된 문제제기 측면이 있고 지금 나도는 가짜뉴스들은 고의로 악의적인 사실왜곡을 한다는 차이가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의 문제점은 뒷부분에서 다루기로 하고 먼저 '가짜뉴스'가 무엇인지부터 따져보는 게 좋을 것이다.

김현정 앵커는 '가짜뉴스'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SNS에서 나도는 가짜뉴스는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혹은 재미 삼아서 가짜소문을 진짜인 것처럼 만들어서 퍼뜨리는 것 아니냐?

= 내용적으로는 그런걸 포함하지만 '가짜뉴스' 페이크 뉴스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고 하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선 가짜뉴스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비슷한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지만 가짜뉴스인지 여부를 판정하지는 못한다. 그렇게 할 권한도 없다.

변호사 출신인 언중위 관계자에게 가짜뉴스와 관련된 통계가 있느냐? 고 물었더니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자체가 모호해서 그런 통계를 잡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짜 뉴스는 뉴스가 아니면서 뉴스인척 하는 찌라시를 가짜뉴스라고 보기도 하고, 언론사가 고의나 중과실로 허위사실을 보도하는걸 가짜뉴스로 보기도 한다'면서 "아직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자료사진)
건국대 황용석 교수는 'Fake뉴스'를 '가짜뉴스'로 번역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황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짜뉴스 논쟁은 정치적인 캠페인 전략과 맞물리면서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허위적시 개념과 다르게 다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Fake뉴스는 '허위 정보(disinformation)라는 개념' 즉 허위이면서 기만적인 정보를 말하는 것으로 남을 속이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미디어학부 정세훈 교수는 언론중재위원회가 주최한 정책토론회 주제발표에서 "가짜 뉴스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아직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내려지지 않고 있다."면서 "가짜 뉴스는 타인을 속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뉴스 형태의 거짓 정보라 정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짜뉴스'라고 할 경우 언론사의 오보에서부터 과거로부터 계속 존재해 왔던 풍자나
루머 등도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 를 다르게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어떻게 불러야 한다는 거냐?

=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위근 선임연구위원은 '조작뉴스'라고 부르는 게 정확하다는 입장이다. 김 박사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흔히 Fake뉴스를 가짜뉴스로 번역하는데 이는 페이크 뉴스를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면서 "우리나라에서 페이크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가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따라서 "합의된 정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속임수 뉴스' 또는 '조작 뉴스'로 번역하는 것이 실체에 가까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페이크는 "전후좌우의 움직임을 통해 상대 선수를 속이는 기술을 말한다. 드리블페이크(dribble fake), 슛페이크(shoot fake), 패스페이크(pass fake), 아이페이크(eye fake), 숄더페이크(shoulder fake), 스텝페이크(step fake) 등 모든 플레이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허위이면서 고의성이 있는 걸 '가짜뉴스'라고 하기 때문에 '허위조작뉴스'라고 부르는 건 어떨지 법조인과 언론학자들에게 물어봤더니 통화한 대부분이 동의했다.

▶ 가짜뉴스를 '허위조작뉴스'로 부르자는 거냐?

= 그렇다.

언론분쟁전문가로 불리는 안상운 변호사는 "'허위조작뉴스'라고 부르면 고의성이나 악의성이 느껴진다"면서 "가짜뉴스는 폭이 너무 넓어서 여론통제 또는 언론통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허위조작뉴스'는 폭을 좁혀서 대응하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언론재단 김위근 선임연구위원도 "'조작뉴스'라고 하거나 '허위조작뉴스'라고 부르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인 양홍석 변호사는 "가짜뉴스 전체를 규제하겠다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논란을 빚을 수 있는 만큼 '허위조작뉴스'처럼 범위를 최대한 좁혀서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부분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차관급 관계자는 "최근 '몰래카메라'라는 말이 장난처럼 느껴져서 범죄라는 인식을 주는 다른말로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가짜뉴스도 어디까지가 가짜뉴스인지 명확하지 않으니 '허위조작뉴스'처럼 허위이면서 조작의 의도를 가진 뉴스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도 "가짜뉴스는 뭔가 이름을 바꿔야 한다"면서 "고의성이나 의도성이 드러나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국대 황용석 교수는 "조작이라는 개념은 페이크 뉴스의 영역중 하나"라면서 "가짜뉴스는 '기만적 허위정보' 즉, 남을 속이기 위한 기만성을 갖춘 가짜 정보라고 표현하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처음으로 돌아가서 가짜뉴스 처벌이 가능한가?

= 이낙연 국무총리는 "검찰과 경찰은 유관 기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서 가짜 뉴스를 신속히 수사하고, 불법은 엄정히 처벌하시기 바랍니다. 악의적 의도로 가짜 뉴스를 만든 사람, 계획적 조직적으로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사람은 의법 처리해야 마땅합니다." 라고 밝혔다. 불법은 엄정처벌하라고 했으니 잘못되거나 지나친 발언은 아니다.

그렇다면 처벌이 가능할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양홍석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처벌할 법규가 사실 없다."면서 "개인이나 법인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이나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으로 가능하지만 사회나 국가에 대한 가짜뉴스는 처벌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안상운 변호사는 "가짜뉴스를 제재해야 된다는 사회적 필요성에는 다들 공감하지만 그걸 어떤 절차와 방법에 따라서 할 것인지는 또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지금의 법률로는 명예훼손 피해자가 특정 되어야 하고, 두번째는 그런 내용이 허위라는 걸 검사가 입증을 해야 한다"면서 "현재 법률만으로 가짜 뉴스에 대응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용석 교수는 "개인이나 법인에 대한 침해는 명예훼손이나 정통망 법으로 해결하면 되지만 사회적 법익침해의 경우는 피해의 주체가 사회나 국가가 되기 때문에 권리 침해의 대상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처벌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 유명한 미네르바 사건 기억할 것이다. 미네르바의 글이 가짜뉴스는 아니었지만 검찰이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을 근거로 구속기소했지만 위헌 결정이 났다.

남은 게 2항인데 '자기 또는 타인에게 이익을 주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위헌성이 크다고 법조인들은 지적한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전기통신기본법은 형벌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다. 어떤 행위가 '공익을 해할 목적'인지 사안마다 다르고 법률전문가라도 알기 힘들다. 따라서 명확성의 원칙을 벗어나 위헌"이라고 했다.

▶ 그럼 이대로 둬야 하나?

=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뉴스처럼 내보내는 현상이 심각한 수위에 달했다는 데는 법조인이나 언론학자나 다들 공감한다. 최근 한겨레신문에서 연속보도한 '가짜뉴스 공장'이나 극우와 기독교가 만나서 악의적으로 조작일 일삼는 행위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정부가 앞장설 것이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참여연대나 민언련 같은 시민단체에서도 문제제기에는 공감하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차이가 난다.

2014년 9월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 검찰이 발빠르게 나서서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겠다고나서자 당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당시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검찰의 발표를 두고, 표현의 자유를 크게 훼손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면서 "'사이버 긴급조치', '상시적 국민감시체제' 라는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불안함을 느낀 국민들이 텔레그램 등 외국의 메신저 서비스로 대거 '사이버망명'을 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

= 먼저 국무총리실에 물어봤다. 이낙연 총리가 왜 '가짜뉴스' 관련해서 강하게 발언했는지?

총리실 핵심관계자는 "'가짜뉴스'에 대해 심각하다는 경각심을 갖고 있는 만큼 우리사회가 이 부분에 대해서 이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를 논의하자는 일종의 '판'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무총리가 그렇게 언급했다고 검찰이 나서고 경찰이 나서는 그런식의 대응이 아니라 '가짜뉴스'의 심각함을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고 더이상 그냥 둘 수 없는 상황이니까 경각심도 주고 정부차원에서는 어떻게 대책을 마련할까를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은 "핵심은 가짜뉴스에 대해 국민들에게 이건 가짜뉴스다는 걸 걸 알려주는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나서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털이나 유투브 등에서 팩트체크를 하는 채널을 만들어서 운용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면서 "포털이나 유투브를 통해서가짜뉴스가 퍼지니까 책임감을 갖고 팩트체크를 해서 그 결과물을 상위에 노출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안상운 변호사는 "원칙은 여론의 시장에서 서로 치열하게 싸움하는 것"이라면서 "결국은 수용자들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새로운 규제의 페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석 교수는 "법률로 할 수 없도라도 자율규제에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면서 "국가단위에서 법을 집행하는 건 헌법을 위배하면 안되지만 온라인 상에서 자율규제는 사적자치규약 같은 것이므로 시민의 영역에서 자율적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이준웅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다시 가짜뉴스 규제론이 유행입니다. 언론학계는 '가짜뉴스'란 용어 자체를 문제삼고 있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이를 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네요. 그리고 규제방법을 말할 때마다 독일의 '가짜뉴스 규제법'을 인용합니다. "독일에서는 ‘가짜뉴스’를 유통하면 벌금 5천만 유로를 맞는다는 식이죠."라고 가짜뉴스 규제법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독일에 가짜뉴스 처벌법이란 건 없습니다. 지난 2017년 총선을 대비해서 당시 집권했던 기민당과 사회당이 입법한 '넷규제법'은 가짜뉴스 처벌법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법집행을 개선한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총리가 "인터넷과 SNS는 실질적으로 언론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그에 합당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마땅합니다. 가짜 뉴스를 걸러 내고 차단하는 자율적 규제를 강화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면서 "국민들께서도 성숙한 시민 의식과 냉철한 판단으로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말고 배척해 가짜 뉴스가 발붙이지 못하는 사회를 만들도록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는데 이것이 기본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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