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고려인 700여 명, 전통 음식 나누며 즐거운 한가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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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앞두고 후원 물품 이어져… 고려인들에게 추석 선물로 돌아가

지난 23일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 마을에서 고려인 가족 한마당 축제가 열렸다(사진=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제공)

 

지난 23일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에서는 고려인들을 위한 추석 한마당 축제가 열렸다. 한마당 축제에 참석한 고려인 700여 명은 한국과 중동 아시아의 문화가 어우러진 즐거운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이 고향인 고려인 강앰마(72) 할머니는 이번 추석이 한국에서 맞는 첫 번째 명절이다. 강 할머니의 아들과 며느리는 돈을 벌기 위해 수년 전에 한국에 들어왔지만 강 할머니는 비자 문제로 지난 5월에야 한국에 도착했다.

강씨가 살았던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고려인들은 추석을 쇠기는 하지만 휴일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가까운 친지나 지인들끼리 모여 찹쌀 전병과 삶은 닭 등을 나눠 먹는 게 전부였다. 강앰마 씨는 "한국에서 명절 연휴를 보내는 게 처음인데 이전의 어느 명절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한국의 추석은 휴일이라 쉴 수 있고 먹을 것도 풍족해 우즈베키스탄에서 보내던 추석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한국에 들어온 김 블라디미르(63)씨는 여전히 명절만 되면 우즈베키스탄에 두고 온 부모님과 여동생, 친구들이 생각난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대학에서 러시아학과 교수로 근무했던 김씨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고국이 그리울 때마다 시를 쓰고 있다. 김씨가 쓴 시들은 벌써 두 권의 시집으로 출간됐다.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사진=광주CBS 박요진 기자)

 

김씨는 "한국에서 보내는 추석은 우즈베키스탄보다 풍족하지만 친지들과 친구들을 보고 싶은 마음까지 모두 채워지지는 않는다"며 "왕복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행기표값 때문에 고향에 자주 갈 수 없어 사진이나 전화로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 마을에 들어서 있는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는 강 할머니나 김씨처럼 타지에서 추석을 보내야 하는 고려인들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추석 한마당 축제를 열고 있다.

이전에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추석 행사를 치렀지만 고려인들의 숫자가 크게 늘면서 고려인들만의 행사를 따로 열게 됐다. 올해 추석한마당 축제에 참석한 고려인들은 오랜만에 꺼낸 전통 의상을 입고 등갈비찜과 단호박, 양고기 등 전통요리를 나눠 먹었다.

이에 앞서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인과 단체 수십 곳에서 쌀과 라면, 식용유, 과일 등의 후원이 이어졌다. 이 물품들은 고려인 추석 한마당 축제에 참석한 고려인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오경복 사무총장은 "고려인 추석한마당 행사는 광주에 사는 고려인들을 위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라며 "고려인들은 어린이들의 춤과 노래자랑, 재롱 잔치를 보면서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고려인 마을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고려인들이 모여 살기 시작해 현재는 약 4000여 명이 함께 살고 있다.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는 지난 2015년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식당 등을 갖춘 현재 위치로 이전 개소했다. 지원센터를 찾은 고려인들은 채용과 체류자격, 임금체불 등에 대해 상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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