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연은 유머가 주는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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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연우영 역 곽동연 ②

배우 곽동연이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선 포토타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절미에게‥ 제 사진을 보여주며‥ 그가 제 존재를 알게 해주세요…", "짱절미도 본방 사수 같이해 줘요♥", "절미 양계장 사줄까?", "절미 사과농장 사줄까요?", "널 위해 귀농해서 청년 농부가 될 수 있어‥"

SNS 스타인 강아지 '인절미'를 향해 곽동연이 쓴 댓글이다. 그는 최근 한 방송을 통해 인절미를 만나 함께 촬영해 성공한 덕후가 됐다. 그가 쓴 댓글은 각종 커뮤니티와 SNS로도 퍼 날라졌고, '주접맨', '주접왕'이란 새 별명이 생겼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곽동연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혈연 지연 곽동연'이라는 표현도 알고 있다는 곽동연은 '주접맨'이라는 별명이 생기고 나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웃었다. 또한 유머가 현장에도 힘을 불어넣어 준다는 걸 알고 있었다.

(노컷 인터뷰 ① 곽동연 "성형은 개인 영역, 그걸 침범해 말하는 건 폭력")

일문일답 이어서.

▶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끝나고 나서 고주망태가 되겠다고 선언(?)했던데.

드라마 촬영 중에는 술을 거의 안 먹는다. 종방연 때 (저녁) 6시 반에 모여서 (다음날) 5시에 갔다. 고주망태가 돼서 제일 마지막에 집에 갔다. 그다음 날 결혼식 사회 보러 가야 했는데. (웃음) 근데 전 먹고 회복이 빠르다.

▶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시작하면서 세운 목표가 있나. 있다면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하나.

일단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편안한, 연기 같지 않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부분은 사실 아쉽다. 그외에 이미지적으로 조금 더 다양한 시각으로 절 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건 잘 달성된 것 같다. 그래서 절반 정도를 이뤘다고 본다.

▶ 성형에 관한 견해나, 인상적인 장면을 언급할 때도 느꼈지만 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것 같다.

연습생 생활을 하다 보니 나이 어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좀 무시당하고 그런 사건들이 있었다. 나이가 아니더라도, 본인의 기준만으로 상대방을 맘대로 재단하고 뭔가 본인 뜻대로 행동하는, 폭력성을 띤 일체의 행위들에 대해서 반감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그런 일이 주변에 있다면 어떻게든 나서서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생기게 됐다.

▶ 실제로 생활에 반영된 적이 있다면.

남자다 보니까 친구들끼리 장난치다가 과격해지는 경우가 좀 더 있는데, 그러면 중재를 하는 편이다.

▶ 가수 연습생 생활을 했다는데 그만둔 계기는 무엇인지.

원래 밴드를 준비했다. 정통파 밴드가 하고 싶었는데 회사에서 원하는 스타일이 너무 다르다는 걸 깨닫고 깔끔하게 포기했다. 노래는 노래방에서도 할 수 있고 쫑파티에서도 할 수 있고, 취미로도 음악을 들을 순 있다. 그런데 연기는 안 그러니까, 그게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던 것 같다.

곽동연은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화학과 조교 연우영 역을 맡았다. (사진=JTBC 제공)

 

▶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이야기를 나눠 보니 상당히 진지하고 배려심이 많은 것 같다.

사실 기자님들과의 시간엔 더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신중히 답해야만 하는 질문을 많이 해 주셔서 그런데, 제가 원래 가벼울 때는 깃털처럼 가벼운 사람이다. (웃음)

▶ 최근에 '주접맨'이란 별명이 생겼는데 또 갖고 싶은 타이틀이 있나.

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되고 보니까 나쁘진 않은 게 '주접맨'이다. 친근맨? 이런 것도 좋은 것 같다. 저는 가까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 SNS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것도 소통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 인절미 인스타그램에 댓글 단 것도 화제가 됐는데, 다른 사람 기분도 좋아지게 하는 호들갑이어서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평소에도 유머러스한 편인가.

유머가 주는 힘을 어느 순간부터 되게 많이 느꼈다. 지금보다 좀 더 어리고 경력이 없을 때는 현장에서 되게 굳어있고 대본만 보고 그랬다. 그런데 선배님들이 한마디씩 던지는 농담에 현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으쌰으쌰하게 되는 걸 보고 매사에 마냥 진지하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 제작발표회 때 "은우 씨 얼굴, 굉장히 관전 포인트인 것 같다. 그리고 은우 씨 얼굴, 마지막으로 은우 씨 얼굴이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던 것도 재미있었다.

사실 배우로서 칭찬받을 만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다른 분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길래… 제작발표회 때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았다. 처음에 사진 찍을 때도 다들 너무… 약간 착 가라앉아 있어서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웃음이 나와야 (기사에 쓰이는) 단어 하나라도 잘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려고 했다. 그게 습관인 것 같다. 저희 감독님도 몇 년 만에 제작발표회 서신 거였고, 배우로서 (차)은우 씨나, (조)우리 누나도 처음 오신 거였다. 저도 물론 긴장되는 자리였지만 그나마 경험이 있으니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의도에서 말한 거였다.

▶ 그럼 촬영장에서도 분위기메이커가 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나.

올 초에 '라디오 로맨스'를 찍었는데 거긴 (윤)두준이 형도 윤박 형도 그렇고 다들 너무 웃기다. 그런 데선 제가 할 게 없다.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은우 그 친구는 정말 재미가 없다. (일동 폭소) 그래서 제가 2인분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강아지 인절미의 열성 팬을 자처해 온 곽동연은 이달 초 절미와 같이 촬영하면서 '혈연 지연 곽동연'이란 말을 탄생시켰다. (사진=곽동연 인스타그램)

 

▶ 코믹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는지.

전 너무 좋아한다. '모던 파머'라고 있는데 저희(출연진)는 시대를 거스른 희대의 명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 드라마를 2018년에 했으면 어떨까 싶다. 정말 대놓고 B급 유머였는데 그런 걸 되게 좋아한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다시 한번 이를 갈고 해 보고 싶다.

▶ 2012년에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데뷔했는데, 그동안 1년에 작품을 최소 2편씩은 했더라. 다작하는 스타일인가.

저는 일하는 게 제일 행복하다, 지금까지는. 일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고 뿌듯하다. 작품 준비하고 결과물을 함께 지켜보는 시간에서 제가 제일 쓸모 있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또, 연기 안 하면 굶어 죽게 생겼으니까. (웃음) 다른 재주도 없고. 연기 이외에 잘하고 싶은, 잘할 수 있는 일도 없다.

▶ 연기에 대한 애정이나 재미는 활동을 하면서 더 커진 것인가.

하면서 더 커진 것 같다. 가수 연습생 때 연기를 부수적으로 배웠다. 그땐 별생각은 없었고 되게 흥미롭다고만 생각했다. 연습생 때 느낀 회의감과 답답함이 있었는데, 우연히 오디션에 합격해서 데뷔해 버리게 됐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너무 큰 해방감을 느꼈다. 연기의 맛이라기보다, 작업하면서 느낀 위로가 되게 컸다. 저한테 너무 좋은 인상을 남겼고, 그게 이어져 나가다 보니 허투루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깊게 공부하고 싶었다.

▶ 현재 배우 곽동연이 가는 방향과 속도에 만족하나.

지금 진행 과정과 방향에 대해 만족한다. 정말 저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제 나이(22살)가 연기자로서는 되게 어두운 나이라고 본다.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가 않다. 고등학생 하기에도 애매하고 20대 초반을 다룬 작품이 많지도 않고. 다행히 아버지 어머니께서 또래보다 시간을 빨리 가게 하는 외모를 주셨기 때문에 (웃음) 이렇게 계속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다. 좋은 어른들을 되게 많이 만났다. (제 속도는) 지금이 딱 적당하고 좋다. 탈선하지 않는다면 10년, 20년 뒤에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있지 않을까.

▶ 평소에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이쪽 일을 희망하고 준비해 왔기 때문에,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고민하는 건 연예인들이 가져야 할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언제 어디서든 보고 누군가가 영향받을 수 있다는 긴장감을 늦추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다고 생각한다.

배우 곽동연 (사진=황진환 기자)

 

▶ 그런 태도를 유지하는 게 힘들진 않나.

얻는 것만큼 잃는 것 아닐까. 당연히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 시선 아래 있다는 건 항상 인지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남에 관심이 없더라. 친구들이랑 약속 자리에 가도 '곽동연인가 봐' 하고 지나가는 분들이 훨씬 많다. 크게 불편함은 없다.

나에 대한 자존감, 자기 객관화, 목표의식이 없으면 너무 휘둘리기가 쉽고 이런 자리(인터뷰)에서도 할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을 것 같다. 직업적인 이유에서 생긴 것이긴 하지만, 저는 저를 좀 믿는 타입이다.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사실 좀 냉정한 세상이지 않나. 나도 날 안 믿으면 누가 날 믿어주나 하고 생각한다. 예전엔 믿을 구석이 없었다. 준비하던 때는 가족, 친구가 있어도 스스로 해결하는 몫이 많았다면 지금은 팬들과 스태프들에게서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 배우를 하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매 순간 느끼긴 한다. 예전에 KBS 단막극 '아비'라는 작품을 했다. 학벌 만능주의에 대한 작품인데, 치열한 입시 경쟁에 뛰어들었던 아이가 점점 엇나가서 부모가 후회하고 상처받는 내용이다. 어떤 시청자분이 저희 드라마를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댓글을 남겨주셨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확히 받아들이시고 변하기까지 하셨다니까, 그런 변화를 볼 때 제일 좋다. 대중문화예술인들이 가장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 이런 때가 아닐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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