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배우' 현빈이 '협상'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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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이미지 한 순간에 바뀌지는 않겠지만…다른 이야기 전해주고 싶어"
"제한된 공간 속에서 촬영, 끊임없이 변주하기 위해 노력"
"손예진과의 호흡? 나이대와 데뷔 시기 비슷해 동지애 느껴져"

영화 '협상'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범 민태구 역을 연기한 배우 현빈.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일반적으로 인터뷰에서 만나는 배우들과 현빈은 조금 다르다. 조용하고 침착하며 감정 표현은 풍부하기보다 절제돼 있다. 쉽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성격은 그를 더욱 신중한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그런 현빈에게 사연있는 인질범 민태구 역은 상당히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뭔가 쌓을 게 많은 캐릭터 같았어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끔 제가 껍질을 가져다 붙이는 재미가 있다고 할까요. 태구의 사연을 알기 전까지 관객들이 '얘는 왜 이러지', '뭐하는 사람이지'라고 생각해주길 바랐어요. 이종석 감독님도 저라는 배우가 표현하는 다른 방법, 어떤 의외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고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지루하지 않게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초반부터 중반까지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민태구라는 캐릭터의 설득력을 얻기 위해 표현방식들을 계속 섬세하게 변주했다. 눈빛, 손짓 등 모든 움직임을 다르게 만들어야 했다.

"지루함이 없어야 되고, 악역이지만 매력적이고 싶었어요. 잘보면 자신과 이야기하는 상대가 누구인가에 따라 민태구의 말투가 달라져요. 민태구 공간 속에 스태프들도 다 들어와 있으니까 당연히 좁은데 그걸 관객들이 답답하게 느끼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움직임도 넓게 썼어요. 유독 이 작품에서는 그렇게 변주를 주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눈빛도 맛이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태구가 어떤 상황에서는 눈빛으로 비정상적인 느낌이 나길 바랐거든요.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어요."

영화 '협상'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범 민태구 역을 연기한 배우 현빈.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손예진과는 촬영 현장이 아닌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이원 생중계로 진행되는 촬영 방식은 어려웠지만 그 시간들 덕분에 특별한 리허설 없이도 서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이미 촬영 들어가기 전에 술도 먹고, 밥도 먹고 하면서 유대감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서로 연기하는데 있어서 불편함은 없었어요. 외롭기는 했지만 편안했죠. 그런데 아마 저보다 손예진 씨가 더 힘들었을 거예요. 태구는 하고 싶은대로 하지만 손예진 씨가 맡은 하채윤 역은 협상가니까 그 리액션이 한정돼 있잖아요. 현장에서는 정말 작은 모니터로나마 서로 호흡할 수 있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했어요. 손예진 씨랑은 밥 먹을 때 만나거나 모니터룸에서 만났었죠. 제 촬영 장소가 지하 2층이고 손예진 씨는 3층이었거든요. 서로 같은 처지에 놓여 있기도 하고, 나이대나 데뷔 시기도 비슷하니까 더 편안하면서도 동지애가 느껴졌어요."

자신의 애드리브가 들어간 장면들도 있다. 현빈은 민태구 캐릭터가 말보다는 행동으로 공포심을 주는 것이 더 유효하다고 생각했다.

"'스탠드업, 일어나봐요'라고 하는 대사나 말투를 따라하는 것도 모두 현장에서 나온 애드리브였어요. 리허설 없이 갔을 때 그런 연기적 재미가 있더라고요. 욕으로 굳이 이 캐릭터의 성질을 표현하지 않은 이유는 아무래도 연민을 자아낼 만한 사연이 있기도 했고, 하채윤에게 욕을 하는 게 여성 관객들이 느끼기에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수위 조절을 많이 했고,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했죠. 그게 더 강해보일 거라고 생각했고요."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스타가 된 이후부터 현빈은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유지해왔다. 심각한 잡음이나 연기적인 기복도 없었고, 잘 닦인 길을 바르게 걸어왔다는 이미지다. 드라마에서 영화로 주 활동 무대를 옮길 때 역시 그랬다.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바른 이미지가 한 순간에 변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한 작품으로 뒤바뀌지는 않겠죠. 꾸준히 다른 것들을 찾아서 보여드리면 그 때 또 다른 이미지 하나가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바르게 보이기 위해 뭘 한 게 없는데 그러네요. 다들 고생인데 저만 힘들다고 얘기할 것도 없고요. 어쨌든 저는 제 나름대로 다른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이번 영화에서도 잠깐 액션 장면이 있었는데 '공조' 때 총을 쏘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 다르게 쏘고 싶더라고요. 총 자체가 다르고 쏘는 각도도 달라요."

영화 '협상'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범 민태구 역을 연기한 배우 현빈.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현빈은 올 가을에 영화 '창궐'로 다시 한 번 관객들과 만난다. 조선시대 좀비물 '창궐'은 밤에만 활동하는 '야귀(夜鬼)'가 창궐한 세상에서 왕자 이청이 조선을 구하려는 이야기를 그린다. 현빈은 이청 역을 맡았고, 장동건이 조선을 멸망시키려는 김자준 역을 연기하며 서로 대척점에 선다.

"사실 (장)동건이 형과는 사적으로 친분관계가 있어서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현장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도 있었고,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했고요. 아무래도 제가 선배의 작품을 보면서 큰 세대라…. 그런데 또 적대적인 관계라 중후반부부터 만나기 시작했어요."

유독 경쟁이 치열한 올 추석 극장가에서 현빈은 '협상'이 어떤 성과를 내길 바랄까. 지금까지의 인터뷰에서 보듯이 현빈은 그런 것에 크게 연연하거나, 신경을 쓰는 타입은 아니다. 오히려 초연한 스타일에 가깝다.

"영화가 크랭크업 될 때까지는 저도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거든요. 이 프로젝트를 잘 만들어야 하는 역할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딱 크랭크업이 되면 내 할 일은 다했다 싶더라고요. 결과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되면 선물인거고, 안되면 제 잘못인거죠. 제 손에서 떠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쨌든 연기는 끝났잖아요. 제가 카메라 안으로 다시 들어가서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관객들도 성향과 관점이 다 다르니까요. 어쨌든 그런 맥락에서 그냥 지켜보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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